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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양의 노림수

“北, 공장 무단가동 코미디 같은 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北, 공장 무단가동 코미디 같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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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함경도 바다 호령하는 현대판 장보고 꿈 이루겠다
    ● 올해 안에 개성공단 재가동 않으면 기업 말라죽어
    ● 북방 유라시아로 나가는 게 한국 경제 3차 도약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이 1월 9일 오전 7시 30분 통일대교(경기 파주시 문산읍) 남단에 섰다. 임진강을 휘감아 도는 칼바람이 매섭다. 

“출퇴근하던 길이었는데 2년 만에 처음 왔다. 4㎞만 가면 개성이다. 영하 7도 날씨가 춥지 않다. 희망이 있으니까. 어둠을 헤치고 길을 달려 임진강에서 일출을 맞았다.” 

개성공단 기업인 23명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위해 판문점으로 가는 남측 대표단을 배웅했다. 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은 2년 만이다.

“신발도 못 신고 쫓겨 나와”

2년 전 철수할 때가 떠오르겠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통일부가 폐쇄 방침을 발표하기 3시간 전 입주기업 대표들을 불러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사전에 아무런 언질도 없었다. 원부자재라도 빼게끔 시간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개성에 있는 자산을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더니 북한과 협의해 3일간 말미를 주겠다고 하더라. 북측과 협의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허탈하게 되물었다. 북한 당국이 그날로 추방령을 내렸다. 과장해 말하면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쫓겨나왔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통일대교에서 고위급 회담 대표단을 배웅하고 남북출입사무소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과거 정부 회담과 어떻게 다를지는 앞으로 나오는 결과를 봐야겠으나 희망의 싹을 봤다. 밥을 함께 먹으면서 하나같이 희망을 얘기했다. 식당 주인이 직접 담근 술을 냈다. 한두 잔씩 했는데 나는 안 마셨다. 술 끊었다. 공단이 다시 열리면 개성에 가서 대동강맥주를 들이켤 것이다. 그날이 올까. 늦어도 연말까지는 해결됐으면 좋겠다. 군사회담이 이뤄지는 만큼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동시에 개성공단 문제도 다뤄지리라고 기대한다. 1월 9일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개성공단을 재개해달라는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협상단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통일대교에서 대표단을 배웅한 것은 경협 중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게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차원이다. 우리가 이대로 잊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폐쇄가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한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밝힌 대로라면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두지시로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결정부터 철수까지 졸속으로 이뤄진 것이다. 최순실이 결정했다는 얘기가 나와 특검에 수사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최순실이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통일부가 반대하는 데도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 없이 최종적으로 폐쇄를 결정한 사람이 우리가 입은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 

김종수 통일부 정책혁신위원장은 12월 28일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법과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면서도 “탈법이라든지 위법이라기보다는 법과 절차를 따르지 않은 ‘초법적 통치행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핵·미사일 개발과 개성공단은 무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넘어간 돈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 것 아닌가. 

“개성공단이 북한의 달러박스니 하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북한 경제 규모를 볼 때 조족지혈(鳥足之血) 아닌가. 폐쇄 당시의 홍용표 장관이나 조명균 장관이 핵·미사일 개발에 유입된 흔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핵·미사일 개발과 개성공단은 무관하다.” 

실제가 그렇더라도 여론은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도 국민 여론이다. 사실과 다른 견해가 진실처럼 회자되면서 개성공단 재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의류공장을 한국 기업과 상의 없이 임의로 가동해 제품을 생산한다고 한다. 

“2013년 6개월 남짓 개성공단이 잠정 중단된 적이 있다. 그때도 개성공단 생산품이 중국이나 러시아로 나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2013년에는 철수할 때 시간 여유가 있어 공장·창고·기계를 손을 대면 흔적이 남게 봉인했다. 남북관계 경색이 풀려 개성에 돌아가 보니 우리가 봉인한 그대로였다. 언론 보도와 실제가 다를 수 있구나 깨달았다. 유엔 제재 국면에서 개성공단 무단 가동이 사실이라면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위성장비가 얼마나 잘돼 있나. 소달구지가 오가는 것까지 보인다. 국정감사를 참관했는데 통일부 장관도 확인하고 있다고만 말할 뿐 지금껏 가동한다, 안 한다 얘기를 못 한다.” 

올해 초에는 나이키·아디다스 제품이 북한에서 생산돼 미국에까지 수출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국적기업 하도급을 받은 중국업체가 북한에 재하도급하는 방식으로 북한산 물품이 미국으로 건너간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대북제재 국면에서 도대체 이게 뭔가.” 

개성공단 상황이 실제로 어떤지 몰라 답답하겠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공장을 돌리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 대외선전용 매체는 지난해 10월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다”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모든 주권은 공화국에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연해주에 남·북·러 경협단지 세우자”

2017년 12월 28일 경기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2017년 12월 28일 경기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 2375가 북한의 석탄, 수산물, 섬유 제품 수출을 막았다. 섬유 제품이 북한 주력 수출품 중 하나다. 

“저개발국이 가장 하기 쉬운 게 섬유다. 청계천 시절부터 의류·봉제를 ‘걸레장사’라고 했다. 1960~70년대 수출 품목이 뭐였나. 다 ‘걸레’다. 대우 신화도 걸레부터 시작했다. 중국도 인건비가 올라 생산 물량이 북한으로 옮겨간 것이다. 개성공단에 섬유나 봉제만 가져오느냐고 북한 사람들이 불평했다. 개성공단 2·3단계는 하이테크 쪽으로 가려 했는데 이렇게 막혀버린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 각 조항이 개성공단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개성공단도 유엔 제재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 

“북측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면 남측이 받을 수 있는지가 고민거리 아닌가. 주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틈새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내놓았다. 북한을 빼놓고 신경제지도를 그릴 수 있나. 신북방정책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는데 북한을 제외하면 제대로 되겠는가. 유엔 제재가 현실로서 존재하므로 틈새를 파고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틈새가 있겠나. 

“개성공단을 곧바로 재가동할 수 없다면 제3지대에 개성공단 같은 곳을 만들어 군불을 때보자. 예컨대 러시아 연해주에 남·북·러 경협 단지를 꾸리는 것이다. 러시아 땅에서 한국 기술로 북한 근로자가 제품을 생산하자는 얘기다. 당장은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업체 중 희망 기업과 추가로 기업을 유치해 공단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이 남·북·러 경협 등으로 국제 환경 변화를 주도하면서 국면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것은 핵·미사일 개발 탓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신세대 아닌가.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신문물도 접하지 않았나.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길을 답습하지 말고 신년사에서 언급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남측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행동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제껏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한테 뒤통수를 맞은 피해의식이 있다보니 대화나 협상이 더딘 것이다.”

“한국이 북한에 가장 자신 있는 게 경제”

개성공단 문이 다시 열리면 한번 덴 기업이 개성으로 다시 들어가겠나. 정치·군사 변수로 또다시 폐쇄될 수도 있지 않나. 

“개성공단기업협회에 속한 경영인들에 따르면 아프리카까지 가봐도 개성만 한 곳이 없으나 막상 개성공단 문을 열어줄 테니 들어가라고 하면 실제로 들어갈 기업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피해 보상으로 받은 보험금의 일부를 토해내야 하는 곳도 있을 것이며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후 다른 나라에 공장을 세워 중복투자를 할 수 없는 곳도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개성공단이 언제쯤 재가동될 것으로 기대하나. 

“내후년은 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올해 안에는 재가동돼야 한다. 내후년까지 가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상당수가 고사할 수밖에 없다.” 

그는 한국이 북한에 가장 자신 있는 게 경제 분야 아니냐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30년 전 동·서 진영이 다 참석해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1980년 모스크바, 1984년 LA는 반쪽 올림픽 아니었나. 노태우 정부가 공격적으로 북방정책에 나서 경제의 지평을 넓혔다.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또 다른 모멘텀이 마련되고 있다. 신북방정책, 신경제지도가 성공하려면 북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 쪽으로 1차 도약을 했다면 2차는 중국 등이었다. 3차 도약은 북한을 통해 북방 유라시아로 나가는 것이다. 그 입구에 개성공단이 있다.” 

그는 어망 생산 업체 신한물산을 운영한다. 신한물산이 만든 어망이 평안도부터 전라도까지 황해와 함경도부터 경상도까지 동해는 물론이고 9세기 장보고처럼 동아시아 각지를 석권하는 게 그의 소망이다.

“어망으로 남북의 바다 호령할 것”

“신한물산은 노태우 정부 북방정책의 산물이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했다. 중국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1993년 혈혈단신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갔다. 새로 열린 시장에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국 칭다오에서 어망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업체에 발주해 한국에 수입하는 것이었다. 젊을 적 고깃배를 탄 경험이 있어 잘할 자신이 있었다. 1995년 신한물산을 창업해 어망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신한물산 중국 공장 종업원 수는 현재 500명이다. 개성공단 종업원은 230명, 연 매출은 150억 원가량이었다. 

“창업 9년이 지난 2004년 개성공단이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 다음은 북한이라는 확신이 섰다. 2007년 개성공단에 들어갔다. 남북공동어로가 남북 간 협상 의제로 제기될 때다. 10·4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이 명시됐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도 남북공동어로가 들어가 있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어망과 어구를 갖고 장보고처럼 남북의 바다를 호령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현대판 장보고가 되겠다는 게 지금껏 품은 꿈이다. 남북이 공동어로를 하면 신의주와 나진·선봉 앞바다에서 제주도까지 우리 회사 어망으로 다 깔아버릴 것이다.” 

그는 인하대를 졸업하고 인하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하대 초빙교수로 16년째 강의하면서 여름에는 학생들을 데리고 ‘현대판 장보고를 만들자’는 제목의 탐방을 중국 산둥성에서 진행한다. 

“대학생들에게 ‘장보고 정신’을 북돋워주는 게 탐방의 목적이다. 젊은이들이 바다로, 북방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대판 장보고를 꿈꾸는 그는 개성공단이 가동돼 공장 기계가 돌아가는 날을 밤낮으로 기다린다. 목이 빠진다. 조바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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