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3-09-24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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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제작팀 지음, 동아일보사, 352쪽, 1만5000원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글자 그대로 ‘PR 시대’다. 그러나 특정 상품의 노골적인 노출은 오히려 소비자가 매체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주요인 중 하나다. 상업적 이익을 위해 모종의 거래가 이뤄지진 않았는지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은 소비자의 선택을 방해하기도 한다. 상품 광고와 홍보는 갈수록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고, 소비자는 빤한 상술에 속지 않기 위해 주시한다. 이래저래 소비자는 피곤하다.

    어찌 보면 채널A의 먹거리 탐사 보도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은 대놓고 특정 식당과 먹거리를 소개하는 뻔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식당 주인의 일상, 음식에 대한 원칙과 고집을 감동스럽게 연출한다. 그의 투박하고 거친 손을 클로즈업하며, 심지어 음식 한 그릇을 위해 농사부터 짓는 1년여의 조리 과정을 소개하기도 한다. 남이 무식하다고 할 정도의 우직함과 고집을 정말 ‘착하다’며 대놓고 칭찬한다.

    그것도 모자라 방송에 소개된 식당들을 추려 책으로 엮었다. 시청자가 그냥 지나쳤을지 모른다며 친절한 문장에 사진까지 곁들여 자세히 소개한다. 누구라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쉬운 글로 식당 주인들의 노하우를 따라 하면 우리 식탁이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착한 식당’에 선정된 곳의 리스트, 찾아가는 법, 대표 메뉴의 가격, 주의할 점 등도 일러준다. ‘착한 식당’은 일반적인 맛집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들이 기대한 맛이 아닐 수도 있다고 미리 못 박아둔다. 그러면서 손님이 많을지 모르니 전화로 예약하고, 재료가 떨어지면 헛걸음할 수도 있으며, 음식을 주문해야 조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것을 각오하라고 말한다. 특정 식당을 내세워 독자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품새가 보통 뻔뻔한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청자이자 독자들은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의 뻔뻔함에 많은 박수를 보내줬다. 소비자가 잘 모르는, 먹거리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밝히고, 그런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착한 식당, 착한 사람들에 대한 진심 어린 응원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여느 시사 프로그램처럼 단순히 유해식품에 대한 고발과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아니고, 보통의 맛집 프로그램처럼 푸짐한 먹거리와 복스러운 ‘먹방’ 연출로 절로 군침이 돌게 하는 것도 아니다. 착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수고와 정성에 집중함으로써 그들의 올곧은 방식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식문화를 개선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착한 식당에는 지금도 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성지순례’는 소비자가 착한 식당을 칭찬하는 방법이라 믿는다. 착한 식당을 책으로 엮어낸 것은 우리 제작진이 착한 식당을 칭찬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대놓고 칭찬하고, 자랑하고, 광고해야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착한 식당, 착한 사람들이 생겨날 것 아닌가.

    이영돈 |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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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교류와 충돌 | 성해영 외 지음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교황 우르바노 2세가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빼앗기 위해 감행했던 십자군전쟁은 실패했다.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상징하는 이 전쟁은 교황의 권위가 추락하고 왕권이 강화되는 역사적 계기가 됐지만, 문명교류사로 보면 지중해 무역 활성화와 학문의 수입 등 다방면의 교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이 이슬람과 교류의 물꼬를 텄고 나아가 중국과도 교류하면서 세계경제에 편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명과 비문명’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 ‘중심과 주변’ 등 고전적인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문명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대등한 ‘만남의 과정’을 조명했다. 저자들은 페르시아전쟁이, 이질적인 문명들의 만남이 마치 거울처럼 타자를 통해 나를 자각하고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한다. 한길사, 404쪽, 1만8000원

    신을 찾아서 | 바바라 해거티 지음, 홍지수 옮김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과학과 종교계의 오랜 논쟁인 ‘신의 존재’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신의 실체에서 초자연 현상까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을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유전학과 뇌과학, 화학, 신경정신학 등 여러 전문 분야를 넘나들며 신과 영적 체험을 주제로 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엮어 두 패러다임의 화해 가능성을 모색한다. 유전적 영향이 개인의 영성에 차이를 가져온다든지,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의 작용과 영적 체험에 유사성이 있다든지, 이런 체험이 뇌의 특정 부위(측두엽)나 뇌파(감마파) 활동에도 연관성이 있다든지 하는 저자의 방대한 취재 결과물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25년 경력의 탐사 전문 작가이자 현재 미국 공영라디오(NPR)의 기자로 활동하는 저자는 과학적 연구 성과에 대한 객관성을 견지하면서도 ‘믿는 자’들을 향한 애정과 공감을 잃지 않는다. 388쪽, 1만4000원

    식탁 위의 한국사 | 주영하 지음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한국인의 일상인 동시에 한국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여겨지는 한식(韓食)은 언제부터 변함없이 이어져온 것일까. 저자는 한국 음식의 원형을 찾는 것보다 ‘한국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먹어왔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개인이나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를 알면 그 사회의 역사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난 100년간 한국의 음식 문화사를 들려준다. 설렁탕, 신선로, 자장면 등 메뉴로 오른 음식이 시대에 따라 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탄생과 기원을 미시적으로 추적할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동이 음식 문화에 끼친 영향을 거시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일상 속 음식에 얽힌 변화상과 역사성을 통찰한다. 생물학적인 음식에는 물질이 담겨 있지만, 문화적인 음식에는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휴머니스트, 572쪽, 2만9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나도 내가 궁금하다 | 김정일 지음, 맥스미디어, 268쪽, 1만3800원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좀비 아시죠?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 좀비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 현실에서도 좀비가 늘어나고 있답니다. 자기를 상실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거죠.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멍하니 죽이고, 심지어 자기와 남을 해치기까지 합니다. 좀비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해서예요. 편하고 배부르면 ‘잘 사는 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편하고 배부른 것이 좀비가 되는 지름길이랍니다. 편한 것 이면에는 죽음의 본능(타나토스·무생물로 돌아가려는 본능)이라는 무시무시한 좀비 창조자가 있거든요. 그놈에게 붙들리면 죽을 때까지 편하려는 욕망, 무조건 돈에 의지하려는 충동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그러면서 남과 자신을 물어뜯죠.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거지요. 이런 좀비들로부터 벗어나는 최선은 좀비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거예요. 좀비란 바로 우리 안에서 올라오는 무의식이랍니다. 무의식은 때가 되면 밀고 올라옵니다. 무의식은 의식화하면 성숙이지만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걸 게을리 해서 무의식이 의식을 먹어버리면 좀비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하기 싫어도, 원치 않아도 성숙해야 합니다. 몸이 자라듯이 마음도 자라니까요. 몸은 지금 정도의 크기면 적당하지만 마음의 성숙은 끝이 없습니다. 마음이 성숙하면 할수록 세상 사는 게 편하고 여유롭고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강남스타일’에서 싸이는 부르짖죠.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베이베 베이베 나는 뭘 좀 아는 놈!”이라고.

    우리가 마음을 성장시키는 이유는 앞으로 닥쳐올, 다가갈 미래에 원만하게 적응하고 계속 무한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섭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편하다고 마음의 성장을 외면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자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만 키우려고 하는 부모들의 과잉보호, 과잉간섭, 돈과 물질 중심의 문화가 그것이죠. 지금 편하다고 나중이 편한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 안팎의 모르는 것들에 대한 깨닫기를 게을리 하면 나중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됩니다. 모르는 것에 휩싸여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꼼짝 못하게 되니까요.

    우울증, 묻지마 범죄, 은둔형 외톨이, 학교폭력 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돈과 물질, 편한 것 외에 다른 가치는 자꾸 외면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를 진정으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나 자신의 끊임없는 성숙밖에 없습니다. 그것만이 알 수 없는 미래를 밝혀주기 때문이죠. 돈 많고 편한 것을 성공으로 부러워할 게 아니라 사랑하면서 열심히 사는 것이 성공이라는 쪽으로 가치관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게 진실이니까요. 편한 것에 주저앉다가는 점점 멍해져 나중에는 좀비가 되고 급기야는 돈마저 잃게 됩니다. 혼자 고립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으니까요. 또 우울증에 빠지고 자살로 뛰어드는 데 돈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내 마음 안팎의 좀비들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궁리해봤습니다. 이 책 ‘나도 내가 궁금하다’로.

    김정일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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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 미하일 고르바초프 지음, 이기동 옮김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소련의 최초 대통령이자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 시골뜨기 정치인이었던 그가 서열과 출신 성분을 엄격하게 따지는 소련에서 어떻게 그토록 빠른 시간 내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자서전이다. 브레즈네프 사망 직전부터 고르바초프가 소련 대통령 사임 때까지 철의 장막 뒤에서 벌어진 권력투쟁 이면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최고 지도자들의 부침과 대권을 둘러싼 세력 간 합종연횡 음모와 배신 등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담겨 있다. 자서전 전반부가 자신에 대한 고백이라면, 후반부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그가 개혁적 정치가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자기 변명이 있긴 하지만, 1980년대 전후의 소련 내부 사정과 연방 해체 과정에서 석연치 않았던 점들을 해소해주는 사료다. 프리뷰, 440쪽, 2만1000원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 | 안병직 번역·해제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일본 군부가 조선인 ‘위안부’를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사실을 담은 첫 물적 기록이다. 일본군 위안소 관리자인 조선인 박 씨가 버마와 싱가포르에서 일본군 위안소의 관리자로 일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개인 일기로, 위안단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43년 1월 1일부터 1944년 12월 31일까지의 이 일기는 위안소 경영이나 위안부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위안소 상황에 대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등장해 전시 위안소의 성격과 운영 실태를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다. 버마 위안소에서 위안부로 있다가 부부생활을 하려고 나간 이를 병참이 다시 위안부로 불러들이도록 명령했다는 얘기, 임신 7개월의 위안부가 유산한 얘기 등이 실려 있다. ‘안네의 일기’처럼 기록의 힘을 보여준다. 이숲, 424쪽, 2만5000원

    속삭이는 사회(전 2권) | 올랜도 파이지스 지음, 김남섭 옮김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소비에트 억압 체제가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 인간관계, 가치관과 내면 심리에 끼친 영향을 당사자 자신의 목소리로 서술한 최초의 책이다. 저자는 1000명에 달하는 생존자 인터뷰와 무수한 편지 및 일기를 바탕으로 당대를 살아간 이들의 숨결까지 되살렸다. 1917년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킨 볼셰비키는 새로운 인간형의 창조를 꿈꿨다. 성실한 소비에트 시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의심하고 남편이 아내를 밀고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이런 경험은 러시아 사람들의 심리와 가치관, 인간관계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이 책은 무엇이 수많은 사람을 스탈린 공포정치 체제의 조용한 방관자이자 협력자로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 체제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떻게 스며들어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밝힌다. 교양인, 1권(560쪽)·2권(604쪽), 각권 2만3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반기문과의 대화 | 톰 플라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308쪽, 1만8000원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침 후 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은 이미 여럿 나왔다. 대개는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시작해 어떻게 유엔 사무총장 자리까지 오르게 됐는지 들려주며 꿈과 목표를 가지라고 사람들을 격려하는 책이다. 그 속에서 반기문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부에 매진해서 외무고시에 합격하고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이 된 전형적인 성공 신화의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반기문이라는 인물이 궁금하기는 해도 미화와 찬양 일색의 성공 스토리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책이다. 사무총장이 된 후 유엔 안에서 그가 직면했던 고립감, 서구 언론의 날 선 비판, 그럼에도 이미지가 아닌 실적으로 평가받겠다는 고지식함 등 현직 유엔 사무총장의 한계와 그 한계 안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려는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반기문은 타고난 외교관이다. 한순간도 외교관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기름장어’라는 별명답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모호한 말로 넘기기 일쑤고, 저자와 둘이 앉아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좀처럼 풀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미건조하고 일방적인 대화로 끝날 공산이 컸던 이 대담을 끝까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게 한 건 순전히 저자의 공이다.

    미국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반기문 총장은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무척 놀라고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귀에 편한 음악처럼 독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켜 유엔과 자신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실제로 톰 플라이트는 기자 출신답게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상대방을 도발한 뒤 솔직한 반응을 끌어내는 한편 재치 있는 글 솜씨로 이 책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책에는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두 시간씩 총 일곱 차례에 걸친 대담과 부인을 동반하고 저녁을 먹거나 공연을 관람하며 나눈 여섯 차례의 대화가 담겨 있다. 그 안에서 반기문 총장은 2009년 방북 일자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회담이 불발된 사연과 2001년 김대중 정권 시절 외교부 차관에서 해임됐을 때의 심정을 비롯해 때론 이코노미석도 마다치 않고 긴급 재난국으로 날아가 40시간 이상 뜬눈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업무 현장을 공개하며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한국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저자가 집필한 ‘아시아의 거인들’ 시리즈 중 네 번째 저작이다. 앞서 나온 대담집은 현직에서 은퇴한 국가 지도자들과의 대화인 데 반해 이 책은 정치적 외교적 압력이 끊이지 않는 현직 유엔 사무총장과의 대화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고, 반기문 총장이 처음으로 직접 누군가와 마주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는 점에서 이전에 나온 반기문 관련 저서들과도 확실히 다르다. 번역하는 내내 저자의 폭넓은 식견과 예리한 시선, 재치 있는 글 솜씨에 감탄했다.

    이은진│번역가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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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즐거움 |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선 옮김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프랑스 문학상, 되마고상, 가톨릭문학대상, 조제프 델타이상을 수상한 저자는 현대 작가들 중에서도 독창적인 문체를 지닌 작가로 유명하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그는 생의 단편적인 순간들을 시적인 문장으로 잡아채 투명하게 전달한다는 평을 듣는다. 모든 단어가 갖고 있는 빛과 즐거움을 안다고나 할까. 프랑스 문단과 언론의 극찬을 이끌어낸 그의 에세이 15편을 모았다. 우리가 흘려버리는 사소한 것과 주어진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삶의 환희, 사랑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시인의 눈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의 문장에 쓰인 단어 하나하나에는 생각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당신의 모든 순간은 시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참모습이 드러나고 진정한 이름이 주어진다’고 말한다. 문학테라피, 192쪽, 1만3800원

    재미의 본질 | 김선진 지음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재미에 관해 다양한 이론을 망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재미의 종합서. 인문학, 여가관광학, 교육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등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재미의 연원에서부터 재미 심리의 몰입과 뇌 과학적 원리, 재미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이외에도 재미의 세부 영역을 놀이, 게임, 이야기, 유머, 배움, 소통 등으로 나눠 이를 각각 상세히 설명한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이 같은 융합적 시각을 통해 21세기 창조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함과 동시에 ‘사유하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나날이 각박해져가고 재미를 모르고 사는 삶이 안타까웠다”며 “무엇보다 재미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란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경성대학교출판부, 423쪽, 2만2000원

    부안설 논어집주 | 성백효 지음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공자와 제자가 나눈 문답을 주로 싣고, 공자의 발언과 행적 등도 담은 ‘논어’는 2500년간 최고의 권위를 누린 동양 고전이다. 현재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일반 교양서 ‘논어’와 달리 이 책은 깊이가 남다르다. 해설은 안설과 각주 두 형태로 구성되었다. 안설은 논어 내용에 대한 해설로서 주자의 해석과 다른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한대 학자인 공안국 등의 해석에서부터 중국 근대학자인 양백준, 조선의 김창협, 정약용, 박문호의 설을 소개했다. 현재 활동 중인 학자들의 이론도 덧붙였다. 주자의 주석을 상세히 설명해놓은 각주에서도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주자의 주석을 공부하는 데 참고가 되는 ‘영락대전’의 세주(細註)나 ‘주자어류’‘논맹정의’ 등을 일일이 열람해 정리했다. 주자의 주석에서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이 각주에서 거의 해설됐다. 한국인문고전연구소. 840쪽, 5만7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경제분석의 역사(3권) | 조지프 슘페터 지음, 김균 외 옮김, 한길사, 각권 700쪽 내외, 각권 3만5000원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우리는 혁신에 열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혁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혁신이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인물은 스티브 잡스가 아닌 조지프 슘페터다.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이나 ‘창조적 파괴’는 그의 대표작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에서 등장한다.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가 자본주의의 불완전성을 타파하고 역동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한계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만들어낸 반향은 우리 시대를 슘페터의 세기로 만들었다. 이런 그가 남긴 유작이 바로 ‘경제분석의 역사’다. 이 책은 슘페터가 타계하기 9년 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힘을 쏟은 저작이다. 슘페터가 평생을 바친 책이나 마찬가지다. 그가 쌓은 지식과 사상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서 1260쪽, 번역 원고지 1만1000여 매 분량의 저작은 끝내 미완성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슘페터가 작고한 뒤 원고를 모으고 편집한, 동료 학자이자 슘페터의 아내 엘리자베스 슘페터 역시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책은 슘페터 부부의 유작인 셈이다.

    편집자로서 ‘경제분석의 역사’를 처음 접했을 때 슘페터의 이름과 엄청난 분량의 원고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고민이 시작됐다. 이 책은 그의 유작이지만 미완성본이다. 또한 그의 대표작은 이미 번역 출간된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이며, 전 세계적으로 경제학사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독자에게 의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편집하기 전에 가진 고민이었다. 슘페터라는 이름만으로 읽으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은 슘페터라는 이름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슘페터에 대해 알고 싶다면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를 읽으면 된다. 그러나 슘페터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지금이 슘페터의 세기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슘페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창조와 혁신에 열광하지만 ‘파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있다. 파괴 없는 창조와 혁신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슘페터는 우리가 슘페터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가 서론에서 밝힌 것처럼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해서 지금처럼 사고하게 됐는지에 대한 지식 없이는 현대의 문제, 방법 그리고 결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슘페터는 플라톤부터 케인스에 이르는 경제학자들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그것을 구체화했는지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 발달과 한계, 그리고 슘페터가 추구한 경제학 발전의 방향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지적인 기반과 호기심이 있는 독자라면 ‘경제분석의 역사’를 읽고 이런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슘페터가 지금 살아 있다면 슘페터의 세기를 혁신하기 위해 어떻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것인가.”

    홍성광 | 한길사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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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후 3년 | 김유림 지음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사업 시작하고 첫 3년은 무척 힘든 시기다. 많은 창업자가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좌절한다. 이 시기를 견뎌내고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다양한 변수에 잘 대응해야 한다. 이 책은 첫 3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겪게 될 고민과 사업을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어려움 등을 집중 조명해 예비 창업가가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남다른 아이템으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선점해 성공적으로 수익모델을 만들어낸 7명의 사업가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켰는지, 어떻게 수익 모델을 만들었는지, 사업을 안착시키기까지 어떤 시련들을 뛰어넘었는지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특히 기술력, 마케팅, 자금 조달, 시장 파악, 사업 프로세스의 이해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행간, 270쪽, 1만3500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정구현 지음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저자가 미래 한국 경제 15년을 위해 과거 60년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선 ‘보편적 복지’나 ‘동반성장’ 등 거대 담론보다는 당장의 경제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소수 기업, 내수 중심의 서비스업, 영세자영업자의 높은 비중 등 위험한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것. 또한 외적으로는 세계경제 거점이 동아시아로 이동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과거 60년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끈 원동력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의 미래 15년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중간재인 서비스업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청림출판, 316쪽, 1만6000원

    나는 죽을 때까지 월급 받으며 살고 싶다 | 홍수용 지음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착한 식당을 찾아서 外
    경제전문기자인 저자가 지난 15년간 은행, 증권, 부동산, 보험, 연금, 세금 등 각 분야 최고봉에 있는 고수 150여 명을 만나 체득한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 습관과 방향을 제시한다. 대박의 비법을 알려주거나 특별한 재테크 성공담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 세계의 고수들이 돈을 대하는 공통적인 태도를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고, 자신에게 적합한 투자법을 익혀 실전에 활용한다면 누구든 은퇴 후 안정된 수입원을 만들 수 있다고 충고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얘기하고 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재테크 정보의 범람 속에 갈피를 못 잡는 이들에게 제시하는 ‘보장된 노후’의 명쾌한 설계도는 손에 잡힐 듯 현실적이다. 재테크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레인메이커, 264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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