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광장에서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야외행사가 열렸다. 비가 오는 바람에 앰프시설이 고장 났다. 마침 MB가 시민들에게 짧은 축사를 할 시점이었다. 직원들은 모두 당황했다. 결국 MB는 소방용 휴대확성기로 연설을 해야 했다. 그러나 질책은 없었다. MB는 직원을 질책하는 대신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모였는데 불편함을 드린 것이 아닌가’라고만 했다.”
최 사장은 “칭찬과 질책을 남발한다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MB는 정말 화가 나면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다”라고 말했다.
위에 소개된 에피소드는 ‘현장을 중시하는’ MB의 성격도 그대로 보여준다. 최 사장은 이를 두고 “MB는 ‘현장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누군가 MB의 자서전을 쓰거나 그를 분석하는 책을 내야 한다면, 책의 한 장을 털어서 ‘현장’이라는 키워드를 꼭 넣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54쪽)
그만큼 최 사장에게 MB의 현장주의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최 사장은 MB 시장 시절 서울시 국장을 4D직업이라고 표현했다.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뜻의 3D에 Director General(국장)을 하나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서울시 국장 시절 내내 매일 오전 8시에 회의를 했으며, 이를 위해 항상 6시30분에 기상했고, 커피와 빵을 사들고 출근하는 생활을 3년6개월을 했다고 회상했다. 밤 10시 이전에 퇴근해본 적이 없는 생활의 연속. 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그 시절은 최 사장에게 분명 ‘성과가 많았고 배울 것도 많았던 행복한 시절’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느낌은 책 곳곳에 짙게 배어 있다.
‘왜’라는 질문의 힘
시장 시절 MB는 늘 ‘왜’ 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다.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문제에 대해서나, 심지어 가로등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MB는 늘 직원들에게 “그 일은 왜 하는 거죠”라고 물었다. ‘왜’보다는 ‘어떻게’에 익숙한 공무원들은 그때마다 당황하기 일쑤였다. MB는 회의 때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문제점을 찾아내어 서로 토론의 과정을 통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라고 말했고 “지시나 명령에 의한 업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게 최 사장의 얘기다.
“공무원으로서 행정의 방법을 ‘왜’라는 안경을 쓰고 보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다. 청계천 복원 문제로 시끄러울 때도 그랬다. 청계천 이슈에서 교통은 핵심문제인가 아닌가. 핵심이라면 사실 서울 강북의 주요한 도로를 철거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교통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더 나은 삶의 터전으로서 공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교통문제는 단순히 해결해야 할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방법과 대안을 제시해 해결하면 되는 문제인 것이다.”(115~117쪽)
세상을 움직이는 ‘을’
최 사장이 MB에게서 배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의제를 정확히 설정하는 능력’이다. 그가 보기에, 서울시 같은 대도시의 경우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문젯거리는 언제나 존재해왔다.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거리가 부족했던 적은 없다. 부족했던 것이 있다면 어떤 이슈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알려주는 의사결정 시스템이었다. 특히나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돌파력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MB는 존경할 만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그 안에 냉정하고 객관적인 합리성이 담겨 있었다.
또 MB를 만난 뒤로 최 사장을 포함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갑’으로서의 권한과 힘을 이용해 일을 하기보다 ‘을’의 입장에서 일을 진행해야 하는 사례가 더 많아진 것이다. MB의 치적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사업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저자인 최 사장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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