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버킷 리스트를 어떻게 작성하고 실천할 것인가. 우선 다른 이들의 버킷 리스트를 살펴보자. 남의 비밀스러운 꿈을 들여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거나 탄복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명망을 얻은 이들도 사실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꿈을 꾸고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된다.
● 이주환 · MBC PD
- 예언가 되기
-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 차리기
- 상담사 되기
- 요트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기

마음이 편해지는 아늑한 식당을 차리는 것과 상담사가 되는 것, 이 두 가지도 결국에는 예언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서둘러 음식을 먹고 자리를 떠야 하는 음식점이 ‘맛집’이라는 호칭을 다는 세상이다 보니, 몸과 마음에 모두 양식을 주는 음식점은 드물다. 몸과 마음은 결코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음식을 먹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세상을 살아갈 진정한 양식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위 세 가지 희망이 꾸준한 공부와 통찰이 필요한 일이라면 ‘요트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기’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돛단배를 동경해왔지만 역풍이 불어도 전진하는 뱃사람들의 세계는 내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 용기를 가지는 날, 나 역시 하얀 돛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 장광효 · 패션 디자이너
- 우리나라 최초의 의상박물관 세우기
- ‘비밀 정원’ 만들기

나의 버킷 리스트를 생각하다 문득 깨달은 게 있다. 젊은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바라는 삶의 가치가 무척 달라져 있다는 점이다. 당시의 내 버킷 리스트에는 오롯이 ‘나’를 위한 것들로 가득했다. 내가 하고 싶고 내가 먹고 싶고 내가 보고 싶은 것들로 빼곡하게 들어찬 인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버킷 리스트는 ‘타인’ 즉 후세를 위한 것들이다. 결코 짧지 않은 우리나라의 복식사를 정리할 만한 박물관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몹시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물론 그저 꿈만 꾸고 있지만은 않다. 박물관을 지을 만한 부지도 알아보고, 지인들에게 내 뜻에 동참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건축가 친구들에게 부지가 정해지면 멋진 디자인의 박물관 건물을 지어줘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들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의외로 내 뜻에 동감하는 사람이 많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꿈은 비밀의 정원을 만드는 일이다. 언젠가 서해안의 천리포수목원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근사한 경치에 한껏 반해 나도 꼭 이런 수목원 하나 가꿔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내 개인의 취향이지만 나 혼자 먹고, 나 혼자 입고, 나 혼자 즐기기 위한 욕심은 아니다. 내 비밀의 정원은 후대에까지 길이길이 남겨져 사람들에게 휴식과 평온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