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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27

노무현의 후계자 문재인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민주주의 후퇴한다”

  • 조성식 기자│mairso2@donga.com

노무현의 후계자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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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 변호사의 얘기다.

“이인규 변호사의 말도 전체적으로 증거가 있다는 거지, 노 대통령이 지시했는지에 대한 증거가 있다는 건 아니다. 박 회장 진술 말고 달리 증거가 없다는 건 그쪽도 인정할 거다. 당시 검찰은 ‘남편으로서 모를 수 있느냐’고 했다. 그거는 법이 아니지 않은가.”

이 전 중수부장에 따르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2007년 6월 말 100만달러를 전달하기 전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아 대통령 부부와 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권양숙 여사가 “아이들 집이라도 사줘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직원들을 동원해 100만달러를 환전해 측근을 시켜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이후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언론과 검찰이 어떻게 했나”

문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 자리에서 그런 대화가 있었다는 건 박 회장 말일 뿐이다.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는데 통화기록이 없다.”

▼ 박 회장이 약점이 잡혀서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했다고 보는가.

“그렇다. 그는 장기간 수사로 압박을 받았다. 딸들까지 소환조사를 당했다. 가정이 풍비박산됐다. 검찰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였다.”

▼ 사건 이후 박 회장 측과 얘기를 나눈 적은 없나.

“없다.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사건이 다 끝나면 모를까. 자신의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으니 우리가 접촉할 수도 없다.”

▼ 뇌물사건에서 유력한 증거가 공여자의 진술이다. (노 전 대통령이 죽지 않았다면) 검찰은 법정에서 그걸 무기로 내세웠을 거다.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런 사건들 중에 무죄가 선고된 게 많다. 서로 말이 다를 경우엔 줬다고 하는 사람의 말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 법정으로 갔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는 건가? 그 점에서 노 대통령의 자살은 뜻밖이었다. 그 때문에 더 의혹을 산 면도 있고.

“언론에 종사하는 분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그 시절을 마치 잊어버린 것처럼 말하면.”

그가 약간 언성을 높였다.

“당시 검찰과 언론이 어떻게 했나. 견딜 수 없게 만들지 않았나. 엄청난 모욕을 가하지 않았나. 기정사실화하면서.”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 기자님도 그런 선입관에 갇혀 있는 게 아니냐”고날카롭게 반문했다.

▼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냐만, 그래도 당당하게 싸우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점은 우리도 아쉽다. 좀 더 참고 견디셨으면 끝내 진실이 밝혀졌을 거라 생각하기에. 대통령은 굉장히 강인한 분이다. 법정싸움에서는 자신했다. 그런데 당신 자신의 고통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과 당신을 도왔던 주변사람들이 다 표적이 돼 조사를 받고 기소가 되는 고통을 겪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고통이었다. 그런 상황이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유서에도 담겨 있지만. 게다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서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터에 그 사건으로 자신이 평생 추구했던 가치가 깡그리 부정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게 더 참담했을 거다. 퇴임 후 진보적 민주주의 연구에 여생을 바치려 했다. 그런 걸 하려면 도덕적 권위가 필요하다. 그 사건으로 도덕적 권위가 깡그리 무너져 그 일이 불가능해졌다. 그런 점들이 그분을 그런 극단적 선택으로….”

▼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을 구분해 평가한다면?

“구분해 말하기가 어렵다. 그분이 정치를 한 건 세속적인 출세나 성공 때문이 아니었다. 그동안 해오던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의 연장선에서 정치를 한 거다.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이 대통령 퇴임하기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아주 보기 드문 예다. 국회의원 처음 출마할 때 캐치프레이즈인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평생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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