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호

“김용민 같은 사람 끌고 간 게 오만한 거요”

<인터뷰> 강철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2-04-18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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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민 같은 사람 끌고 간 게 오만한 거요”

    강철규 우석대 총장 | 1945년 충남 공주 출생/ 대전고, 서울대 상대/ 미국 노스웨스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근무/ 서울시립대 교수/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김대중 정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노무현 정부)



    “총선과 관련해 일절 얘기 안 해요. 할 말이 없어요.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요. 언론 인터뷰 안 하거든요. 어떤 곳과도 안 할 거예요.”

    강철규(67)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손사래를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서 50년 가까이 지냈는데도 충청도 억양이 남아 있다.

    ▼ 서운하고, 아쉽군요.

    “할 말이 없다니까요.”



    ▼ 총선 결과 탓에 속상한가 보네요.

    “공천심사위원회에 들어가면서 현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좋은 분을 많이 뽑아서 미래에 희망을 주려고 했죠.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 맡은 것일 뿐입니다. 민주통합당은 비례대표 공심위가 따로 있었잖아요. 지역구 공천 끝내고 곧바로 내려왔어요. 얘기할 게 없습니다.”

    4월 12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이 학교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정치권 안을 들여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말하는 속도는 느렸고 말투는 겸허했다.

    “국민과 한 약속도 어기고…”

    선거 패배 원인과 관련해 그는 “당내 여러 계파가 기득권 다툼을 하다 보니 전략공천과 선거전략에 문제가 있었다. 김용민 같은 사람을 공천한 것도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야당이 안이하고, 자만했으며, 오만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안이하게 생각한 측면이 강해요. 야권이 통합하고 여러 계파가 들어오고 난 뒤 여론도 좋고 하니 자만했어요. 겸손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큰 업적을 세우거나 국민에게 잘한 일이 있는 게 아니었거든요. 개선장군처럼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게 아니었습니다. 반사이익일 뿐이었는데…. 바꿔보자는 정서가 있었겠죠. 수도권은 그런 게 투표에 반영돼서 괜찮았는데, 다른 지역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집권하기도 어렵고 집권해도 좋은 정치를 못한다고 꼬집었다.

    “정치하는 사람이 다 마찬가지지만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자세, 국민을 무겁게 생각하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이 그러면 안 됩니다.”

    그는 3월 29일 공천심사를 거부하고 일종의 시위를 했다. 공천 심사를 절반 정도 마무리한 이날 그간의 공천 결과를 둘러싼 비판에 대한 해명과 반성의 뜻을 밝힐 계획이었다.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자간담회가 취소됐다. “공당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에요. 자기들 최고위원회 회의를 하느라고 국민에게 약속한 기자간담회를 무시한 겁니다. 약속한 시각보다 1시간이 지났는데도 회의만 하더군요. 나는 이런 환경에서는 공천심사 못하겠다고 그랬죠.”

    소란스러웠던 민주당

    그는 민주당 내부가 소란스러웠다고 했다.

    “새로 여러 계파가 모인 당인 터라 뿌리가 안 내려서 그런지 계파 간 의견 차이로 시끄럽더라고요. 국민에게 한 약속도 어기고요.”

    ▼ 민주당이 패배했는데요.

    “새누리당 당선자 수가 많으니, 과반이 넘었으니 민주당이 진 것인데, 내용으로만 보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수도권에서는 압승한 것으로도 볼 수 있고요. ‘중앙일보’도 그렇고 ‘한겨레’도 그렇고 누가 이겼다, 졌다 하기 어렵다고 사설을 썼던데요.”

    ▼ 공천을 잘못해서 진 거 아닌가요.

    “국민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을 못한 거예요. 속상합니다만, 국민이 선택한 게 그러니까 어쩔 수 없죠.”

    새누리당은 친(親)이명박 진영이 반발했는데도 현역 25% 컷오프 룰을 적용했다.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 등 예외는 있지만 논란이 된 후보는 공천을 취소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반면 민주당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비리 의혹 연루자의 공천 논란, 도덕성 논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의 계파 간 지분 다툼이 일어났다.

    ▼ 공천과정에서 쇄신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들어가서 보니까 국회의원이 89명이더군요. 지역구가 249개인데 비례대표를 포함해서 89명이에요. 현역을 자르라, 물갈이 하라 하는데 원체 사람이 없었어요.”

    ▼ 새누리당은 25% 컷오프 룰을 적용했습니다.

    “그쪽은 박근혜 위원장으로 권력이 이동했어요. 잘라야 해요. 자를 수도 있고요. 여기는 워낙 적은 데서 출발하니까 할 수 없이….”

    ▼ 관료로 일할 때처럼 칼을 휘둘렀어야 했던 것 아닌가요. 계파 구조가 복잡해서 운신의 폭이 작았나요.

    공정거래위원장 재임 시절 그는 대기업에 칼을 매섭게 들이댄 것으로 유명하다.

    “가난한 집 들어가서 칼 휘두르는 것 같아서…. 의원이 89명밖에 안 돼. 칼을 휘두를 생각이 없었어요. 이 사람들 자르면 선거가 어려워요. 18대 총선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경쟁력이 있는 건데…. 공심위 시작하면서 자르는 걸 목표로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좋은 사람 뽑는 걸 기준으로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여튼 결과가 이렇게 됐어요. 안타깝지, 너무나 안타까운데 위로한다면 89석에서 127석으로 의원 수가 늘어난 것, 서울 경기에서 압승한 것을 들 수 있어요.”

    그는 전략공천을 올바르게 하지 못한 것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전략공천은 우리가 안 했어요. 당 최고위원회에서 했거든요. 당헌·당규에 그렇게 돼 있습디다.”

    ▼ 김용민 같은 사람을 전략공천한 게 문제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런 게 바로 오만한 거요. 문제가 됐으면 바로 내려가야죠. 본인이 버티면 단호하게 처리했어야 합니다. 끝까지 끌고 갈 일이 아니었죠. 수도권 접전지에 영향을 줬을 거예요. 여성, 노인, 교계…. 사방을 적으로 만들었으니. 민주당은 국민한테 더욱 겸허해야 한다는 생각이 공심위 들어간 처음부터 현재까지 계속 들어요. 합당 이후에 당이 아직 뿌리를 못 내렸지만 서로 덜 다투고 겸손했으면 달랐을 거예요. 가서 보니까 정치인들은 ‘내가 잘나서’라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좀 더 겸손해야 하는데.”

    김진표는 직권으로 공천

    그는 당에서 특정인을 공천하라고 지목한 쪽지가 공심위로 들어오거나 최고위원회가 지역구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일은 없다고 했다.

    “간섭은 일절 없었어요.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표가 전권을 가진 상태에서 공심위가 가동됐습니다. 뒤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봐야죠. 우리는 그렇지 않았어요. 독립성을 보장받았습니다. 그건 고맙게 생각해요. 공천 시스템은 우리가 더 합리적이었어요. 객관적 자료와 인터뷰, 현지 여론을 갖고 시스템으로 지역구 후보자를 공천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봐요. 정실 관계가 작용하거나 돈 낸 사람이 추천받는 등 부작용이 많아서 우리는 그런 것을 없앤 거예요. 예전에는 힘 있는 사람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습니까. 지역구 돌려막기 이런 것도 일절 없었어요. 새누리당같이 특정인이 영향력을 갖고 휘두르는 방식이 선거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만, 그것은 합리적이지 못하죠.”

    민주당의 지역구 공천 원칙은 다음과 같았다.

    “선거가 잘됐건, 그렇지 않았건 지역구 공천은 원칙대로 했습니다. 인터뷰 점수가 100점 만점에 20점이었어요. 인터뷰가 영향력이 커요. 사람 됨됨이가 나오니까요. 도덕성·정체성·경력·의정활동 점수에도 면접 점수가 반영되는 겁니다. 지역 여론조사 결과는 30점이었어요. 15명이 점수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계산을 합니다. 특정 후보에 대해 최고점, 최저점을 준 사람 것을 제외하고 13명의 평가를 평균 냅니다. 1등이 80점, 2등이 70점, 3등이 50점이 나오면 1,2등을 경선을 붙였어요. 1등, 2등이 30점 넘게 차이가 나면 단수로 공천했고요. 1, 2, 3등의 차이가 경미하면 세 명을 경선 붙였고요. 이렇듯 룰대로만 했으니까 지역구 공천을 잘했다, 잘못했다 평가할 수는 없는 겁니다.”

    김진표 의원(경기 수원정)은 예외적으로 위원장 직권으로 공천했다.

    “투표로 결정한 지역구가 서너 곳 있습니다. 김진표 의원을 두고는 논쟁이 팽팽했어요. 트위터 같은 곳에서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으므로 공천하지 말라고) 흔들었죠. 나한테 맡기라, 위원장한테 맡기라고 얘기하고 직권으로 공천했습니다. 그만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흔치 않아요. 그 경험을 당에서 써야죠. 원내대표 이런 거까지 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비대위원장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어요. 우리는 힘 센 사람이 없어요. 여러 계파가 서로 싸우는 거예요. 그쪽은 힘 센 사람이 맘대로 하면 되는데, 우리는 그게 안 돼요. 시스템이 허용을 안 하니까. 선거 결과는 예상보다 나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쪽이 건강한 겁니다. 독재자가 전지전능하면 그게 최고예요. 그런데 그렇지를 못하죠. 강한 리더가 삐꺽 잘못 판단하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봐요. 말짱할 때는 괜찮은데 허욕을 가지거나 궁지에 몰리면 사람이 이상해지는 겁니다. 3선 개헌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하고, 인권 탄압하고, 민주주의 후퇴시키고, 유정회 같은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만들고 그랬습니다. 민주당처럼 티격태격 싸우면 그렇게는 못 가거든요. 국민이 이런 걸 이해해줘야 하는데 선거철이라 이해를 안 해주더라고요. 조금 섭섭했습니다.”

    ▼ 유권자를 원망하는 건가요.

    “수도권은 그런 부분을 읽은 것 같은데 다른 지역에선 겉만 보고….”

    인물, 바람에서 모두 밀렸다

    ▼ 강원, 충청에서 민주당이 완패했습니다. 경쟁력 약한 후보를 내서 그런 것 같은데요.

    “강원도가 전통적으로는 여당지역이었습니다. 근래에는 야당이 과반 이상은 했습니다. 이번에도 절반은 생각했는데 당선자가 전무하더군요. 충청북도도 의외였어요. 강원도 충북에서 반반했으면 누가 1당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예측이 빗나갔어요. 우리 쪽 인물이 약하기는 했습니다. 우리는 당에서 넘겨준 사람들만 대상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공심위를 탓할 수는 없죠. 여러 계파가 모여 새로 꾸린 당이어서 기득권이 복잡하다보니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미흡했습니다. 강원도, 충청도는 정권교체, 바꿔보자, 이런 것보다는 지역이 더 잘사는 것에 관심을 더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인물에서 지고 대선후보자(박근혜 위원장) 바람도 작용했고요.”

    “강봉균이가 내 친구 아니오”

    그는 당선자의 질은 민주당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공천심사 시 후보의 정체성을 볼 때 항간에는 FTA 찬성이냐, 반대냐 같은 것을 물어봤다고 알려지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민주화 문제와 보편적 복지, 남북 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어요. 경제와 사람의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할 것이냐 같은 것을 질문한 겁니다.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건 인정을 해야 해요. 그래야 생산성, 국제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시장경제가 잘 돌아가면 승자, 패자가 생기거든요. 실패자를 어떻게 할 것이냐? 실패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자유를 누리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것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을 물었습니다.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용산참사는 경제와 사람의 가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겁니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충돌을 막을지 민주당 후보는 고민을 했습니다. 민주당 당선자가 새누리당 당선자보다 서민, 젊은이 문제와 관련해 좀 더 깊이 생각했으며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일 겁니다.”

    ▼ 심사한 사람 중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게 특히 아까운 사람이 있나요.

    “안귀옥 변호사(인천 남구을)가 가장 아까워요. 공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전설적 경력을 가진 여성입니다.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스토리를 가졌어요. (지역에서 경쟁력이 약해) 당에 전략적으로 비례대표에 넣어달라고 추천도 했는데 당이 그런 부분에서 일을 잘 못해요. 문용식(경기 고양덕양을) 나우콤 대표도 아깝고요. 경선에서 졌어요. 질 수밖에 없어요. 셋이 붙으면 무조건 지역구 관리 잘한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전략공천 됐으면 한다고 우리가 추천도 했는데….”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다시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끝으로 물었다.

    “다음에 하면 잘할 것 같긴 한데…. 안 해요. 강봉균이가 내 친구 아니오. 기준에 따라 탈락이 됐잖아요. 사람을 떨어뜨린다는 게 마음이 아파요. 강봉균은 친구니까 더 그렇지. 앞으로는 그런 일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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