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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루게릭병 치료비까지 모아 저개발국 어린이 후원”

탤런트 차인표의 멘토 ‘구두닦이’ 김정하 목사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루게릭병 치료비까지 모아 저개발국 어린이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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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탤런트 차인표 씨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 멘토는 김정하 목사다. 나는 그분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해외 저개발국 어린이들을 후원하기 위해 직접 구두통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김 목사는 현재 루게릭병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 그의 부인 최미희 씨의 통역을 통해 김 목사의 목소리를 지면에 옮겼다.
“루게릭병 치료비까지 모아 저개발국 어린이 후원”
“당신 수염은 뭐가 이렇게 빨리 자라요?”

“나도 수염이 체면이라도 있어서 좀 천천히 자라주면 좋겠어. 왜, 철수세미로 싹싹 밀지 그래?”

“그렇게 못 참겠으면 내 얼굴에도 수염 나라고 기도하세요. 내 얼굴에 수염 나면 나도 면도를 잘할 테니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한 교회 안에서는 매일 아침 ‘면도해주는 아내’와 ‘면도받는 남편’이 티격태격한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날, 갓 면도한 김정하(53) 목사의 얼굴은 파르라니 깎인 턱 덕분인지 반짝반짝 윤이 나는 듯 보였다.

6년 전 성남시에 교회를 개척한 김 목사를 찾아가게 된 건 TV를 보다가 우연히 듣게 된 탤런트 차인표 씨의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였기 때문. 모 방송국 심야 토크쇼에 출연한 차 씨는 “내게 멘토가 한 분 계신데 그분에 비하면 나는 쓰레기다, 발끝도 못 따라간다”고 고백했다. ‘그분’이 바로 김 목사다. 아내인 탤런트 신애라 씨와 함께 해외 아동 49명을 후원하며 ‘나눔 천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연예계 대표 모범생 차 씨가 한 말이니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를 위해 김 목사를 만나러 가던 날 서울에는 19년 만에 ‘4월의 봄눈’이 강풍과 함께 몰아쳤다. 신도 수가 10여 명에 불과한 개척교회는 단대동 대로변의 4층 건물에 있었다. 허름한 외관이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다. 1층 당구장 옆의 비좁고 컴컴한 계단을 올라가자 3층에 김 목사의 보금자리이자 교회가 보였다. 교회 한 편 주방을 겸한 곳으로 들어서자 휠체어에 앉은 김 목사가 환한 표정으로 기자 일행을 맞았다. 루게릭병에 따른 근육 위축으로 그는 팔, 다리를 움직이기 힘들었고, 언어장애까지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날 인터뷰는 김 목사의 말을 아내인 최미희(48) 씨가 통역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탤런트 차인표 씨가 텔레비전에서 존경과 찬사를 보낸 ‘그분’이 누군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차 씨와는 언제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습니까?

“2008년 한 NGO를 통해 알게 됐어요. 차 집사(차인표 씨)와 만나기 전 우연히 언론에서 해외 아동을 후원하는 NGO컴패션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두 명을 후원하기로 했거든요. 매달 7만 원씩 후원금을 내기 위해 구두닦이를 시작했지요. 마침 그 단체에서 차 집사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NGO 집회 때 설교 겸 간증을 해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그렇게 서로 알게 됐지요.”

▼ 방송에서 차인표 씨가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님인데, NGO 행사에서 선물인 줄 알고 풍선 5개를 잡았다가 5명의 아동을 후원하게 돼 난감해했다’는 말씀을 했는데요. 그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차 집사와 인연이 닿기 전 그 NGO 후원의 밤 행사에 우리 교회 집사님 두 분과 함께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주최 측에서 풍선을 날리며 각자 하나씩만 잡으라고 한 거예요. 그런데 집사님들이 풍선 안에 선물이 든 줄 알고 두 개씩 잡았지요. 저는 한 개만 잡았고요. 나중에 보니 풍선 속에 선물이 아니라 후원할 아이 사진이 한 장씩 들어 있었던 겁니다. 그걸 알고 집사님들이 풍선을 모두 저한테 떠넘겼지요. 그 얘기가 잘못 전달돼 제가 풍선 5개를 잡은 걸로 알려진 것 같습니다.”

▼ 아동 2명의 후원금을 벌기 위해 구두닦이까지 했는데, 새로 5명의 아이를 후원하게 됐으니 고민이 많았겠군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요. 앞서 두 아이를 후원하느라 신문 구독도 중지하고 우리 아이들이 마시던 우유도 끊었거든요. 후원금 보내고 나면 집에 쌀이 떨어져도 살 돈이 없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제 어떡하나, 아이들 사진을 버릴 수도 없고…. 고민이 됐습니다. 목양실(목사 사무실)에 사진 5장을 나란히 붙여놓고 ‘하나님,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합니까?’하고 매일 기도했지요. 또랑또랑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니 하나님도 우리가 그들을 품어주길 바라시는 것 같아 후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풍선을 떠넘긴 두 분이 후원금은 좀 안 보태주시던가요.

“두 분 다 연세가 60, 70대로 고령인데다 생활 형편도 몹시 어려워서 후원금을 보탤 여유가 없어요.”

구두 닦는 목사님

김 목사는 구두를 더 열심히 닦았다. 애초에 교회 건물 앞 대로변에 의자 하나와 손글씨로 쓴 ‘구두 닦습니다. 2000원 수익금 전액 불우아동 위해 사용’이라는 광고판 하나만 놓고 구두를 닦기 시작한 그는 이후 연락처를 넣은 홍보전단지를 만들어 주변 상가와 점포에 돌리며 구두 닦을 손님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과정에서 단골도 생겼다.

▼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 텐데 왜 구두닦이를 택했나요?

“밑천을 적게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지요. 처음엔 우유나 신문을 배달할까, 아니면 폐지를 주워 모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배달은 새벽에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새벽예배를 드려야 하는 저로서는 할 도리가 없지요. 폐지는 동네에 폐지 줍는 할머니 생계를 빼앗는 일이라 안 되겠고…. 뭘 할까 고민하며 열심히 기도하던 어느 날 제 구두를 닦다가 ‘오른팔이 멀쩡하니 군대 고참들 구두 닦던 실력으로 이걸 해보자’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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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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