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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한반도 평화체제 실행 프로그램’ 작성 중

외교·국방·남북관계 총망라하는 외교·국방·남북관계 총망라하는 ‘한국 안보정책 마스터플랜’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통일부, ‘한반도 평화체제 실행 프로그램’ 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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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체제’라는 이슈가 갑자기 수면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지시와 6자회담에서의 논의, 남북장관급회담에서의 의제 채택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구체적인 실행방안 작성작업에 착수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주한미군 위상 변화와 연합사·유엔사 해체, DMZ 관리규정 재구성 등 다양한 전제와 파급이 얽혀 ‘동북아 안보지형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사안’이라는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사실 원래 외교통상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관계 부처에서 작성하던 4차 6자회담 전략에는 평화체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제화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이 ‘평화체제 문제는 이슈가 되지 않느냐, 이를 거론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게 계기가 됐다. 회담 준비팀에겐 일정이 촉박한 주문이었지만 이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고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했다. 이에 따라 대표단은 4-1차 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를 주도하게 됐다.”

8월8일자 ‘중앙일보’ 1면에 실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남·북·미·중 공식 논의키로’ 기사와 관련해 정부의 한 외교안보 관계자가 한 말이다. 7월 말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별도의 관련국 포럼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전한 이 기사는, 복수의 회담 관계자를 인용해 “잠정 합의문(중국측이 마련한 4차 초안)에 이 부분이 명기되어 있으며 관계국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회담 관계자들은 “평화체제에 관한 북한측 요구를 한국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나섰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전한다. 북한은 1차 6자회담에서부터 평화협정 논의를 주장해온 상태. 6자회담에서 평화체제와 관련된 별도의 포럼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은, 향후 북한의 핵 폐기 등에 관해 잠정적 합의가 이뤄지면 정전(停戰)협정의 당사국이 모여 정전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뜻. 9월13일 재개된 4-2차 회담에서 최소한의 합의라도 나오면 평화체제에 관한 관계국들의 논의도 곧바로 시작될 수 있으리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9월12일에는 새로운 소식이 이어졌다. 정부가 13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16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회담 대변인인 김천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장관급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그동안 평화번영 문제를 계속 주장해왔지만 현실적으로 이 문제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은 장관급회담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키로 하고 이를 공개한 일 또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이란 큰 그림 아래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최근의 ‘평화체제 논의’는 노무현 대통령발(發)인 셈이다.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자 실무 부처는 다급해졌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검토하는 작업이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등도 ‘학습’에 들어갔지만, 구체적인 임무를 맡은 부서는 공식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담당하는 통일부 정책홍보실 산하 평화협력기획과. 지난 2월 기존의 정책기획과와 평화협력담당관실이 통합돼 만들어진 이 부서는, 8월부터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평화체제 방안과 이행전략을 정리하기 위해 주요 쟁점별로 전문가 자문을 받고 기관간 토의를 이끄는 실무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북아 안보 상황의 ‘총체적 변화’

정전협정은 1953년 7월27일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 인민해방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彭德懷)가 서명해 체결했다. 이후 반세기 동안 정전협정은 많은 규정이 사문화됐으며, 정전체제 자체도 1991년 한국군 장성이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임명되고 이듬해 북한과 중국이 각각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면서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그렇다 해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한반도 안보 환경의 변화, 무엇보다 주한미군의 지위와 직결된 부분이라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현재 주한미군의 유사시 지휘권은 법적으로 6·25전쟁 때 결성된 유엔사령부가 갖고 있기 때문.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면 전쟁 상태가 50여 년 만에 공식 종료되므로, 유엔사를 해체할 수밖에 없어 주한미군의 지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또한 평화체제가 수립되려면 정전협정을 대체해 비무장지대(DMZ)를 관리할 새로운 관리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해 DMZ를 맞대고 있는 남과 북이 합의해야 하고, 이를 감시·감독할 제3자 검증기구(정전협정의 중립국감시위원회 같은)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 전방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재의 군사력 배치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남북 군축논의도 수면으로 떠오르게 된다. 한마디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은 동북아 외교안보 상황 전반에 걸쳐 총체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노무현 정부는 평화체제가 미칠 이러한 파급효과에 대해 어떤 복안이 있는 것일까. 평화체제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6자회담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자고 주문한 대통령은 평화체제의 구체적인 형태와 방안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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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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