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중 ‘청와대 청렴 유지 강령’수차례 위반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10-13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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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중  ‘청와대 청렴 유지 강령’수차례 위반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2003년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시절 ‘부패방지법’에 근거해 제정된 ‘대통령비서실 직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 위반 내용도 경미한 사안이 아닌, 금품 수수 등 행동강령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문 의장은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행동강령의 준수를 지휘·감독하는 비서실장의 직책에 있으면서 이를 위반했다. 강령 위반 사실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문 의장은 언론중재위에 공문서로 제출한 자신의 해명까지 뒤엎으며 말 바꾸기를 했다.

    또한 문 의장은 2억2000만원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으며 비서실장 재임 때 “내 빚을 면제해주면 부동산 거래를 알선해주겠다”는, 공직윤리에 반하는 각서를 채권자에게 써주기도 했다.

    국가청렴위원회는 참여정부 들어 ‘부패방지법’ 8조에 의거해 정부 각 부처에서 공직자의 부패근절 등을 위한 ‘행동강령’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2003년 5월 중순부터 청와대에서도 부패방지법에 근거해 ‘대통령비서실 직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이하 청와대 강령)’을 시행하고 있으며 2004년 초 일부 조항을 개정해 계속 시행하고 있다.

    청와대 강령은 이전 유사 규정인 ‘대통령비서실 직원 윤리규정(2003년 3월29일 시행)’을 대체했다.



    문희상, “2003년 10월 수수” 시인

    ‘신동아’가 최근 청와대로부터 입수한 2003년도 청와대 강령은 준수 대상을 ‘대통령비서실 소속 직원’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국가청렴위원회는 “강령 준수 대상엔 ‘대통령비서실장’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강령은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행동강령의 준수를 지휘·감독하고 강령 위반시 조치를 취할 책임이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있음을 밝히고 있다.

    문희상 의장은 2003년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때 받은 5억3500만원의 출처에 대한 본인 명의 해명서에서 “2003년 10월 한국청년회의소(JC) 권모 전 회장(사업가), 홍모 전 회장(사업가)에게서 각각 2000만원씩 받은 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이 돈을 자신의 채무변제에 사용했다고 밝혔다(‘신동아’ 2005년 5월호 참조).

    문 의장은 2005년 5월17일 ‘신동아’ 5월호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보도를 요청했다. 문 의장은 이날 권 전 회장과 홍 전 회장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이들 명의의 ‘확인서’를 언론중재위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확인서에서 권 전 회장은 “본인은 2003년 10월말경 JC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온 문희상을 돕기 위하여 순수한 마음으로 약 2000여 만원을 지원해주었음을 확인합니다”라고 썼다. 홍 전 회장은 “저는 2003년 10월경 오랜 친구인 문희상의 어려운 사정 이야기를 듣고 도와줄 방법을 찾던 중 약 2000만원 정도를 도와준 사실이 있습니다”라고 썼다.

    문 의장의 비서실장 재임 중 시행된 청와대 강령은 청와대 직원의 ‘직무관련자’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의 업무특성상 모든 개인 또는 단체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국가청렴위원회측은 “다른 정부 부처와 달리 청와대 직원은 각종 인허가, 단속·감독 업무 등에 포괄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직무관련자의 범위를 모든 개인 또는 단체로 엄격히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10월 당시 청와대 강령 22조는 “청와대 직원은 직무관련자(모든 개인 또는 단체)로부터 금전, 부동산, 선물, 향응 등 금품을 받아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했다. 예외 조항으로 2만원 내의 식사, 교통 등의 편의, 공식행사의 일률적 선물, 홍보물, 직무수행을 위해 허용되는 금품 등을 뒀다. 사실상 청와대 직원은 재임 중엔 누구에게서도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문 의장이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때인 2003년 10월 권 전 회장, 홍 전 회장에게서 받아 개인용도(본인 채무변제)에 사용한 4000만원은 청와대 강령 22조 위반으로 확인됐다.

    또한 청와대 강령 29조는 “22조 규정에 위반되는 금품 등을 제공받은 직원은 제공자에게 금품 등을 즉시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문 의장은 4000만원을 2005년 현재까지 권 전 회장, 홍 전 회장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어 29조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무상 대여 안 된다”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기간에 문 의장은 홍 전 회장(2000만원 제공자) 명의의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소재 단독주택(건평 100여 평)도 공짜로 대여받아 사용했다. 문 의장은 2004년 7월28일 공직자 재산신고서에서 이 집을 1999년부터 2004년 7월 신고 당시까지 홍 전 회장(이 집을 경매로 구입)으로 부터 ‘사용대차(무상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 때인 2003년에도 사용대차했음을 문 의장 스스로 밝힌 것.

    문 의장측 한 인사는 “2003년의 경우 문 의장이 사용대차한 그 집에 문 의장 아들 부부가 들어와 거주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현재도 이 집을 사용대차해 거주하고 있다. ‘사용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사용(使用)·수익(收益)하게 하기 위하여 목적물을 인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이를 사용·수익하는 계약’이다.

    청와대 강령 24조는 “청와대 직원은 직무관련자(모든 개인 또는 단체)로부터 금전을 차용하거나 부동산을 무상(대여의 대가가 시장가격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경우를 포함)으로 대여받아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했다. 청와대 근무 기간 중 사용대차 행위를 명확하게 금지한 것이다. 따라서 문 의장이 비서실장 재임기간 중 홍 전 회장의 주택을 사용대차한 것은 청와대 강령 위반임이 확인됐다.

    국가청렴위원회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해) 정부 각 부처의 장은 부처 행동강령을 제정 및 수정, 지휘, 감독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행동강령의 내용을 모를 리 없다. 부처 직원이 행동강령을 위반할 경우 부처의 장이 벌칙을 내리게 되며 부처의 장이 행동강령을 위반했을 땐 대통령이 합당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반 확인되자 말 바꾸기

    4000만원 수수의 청와대 강령 위반과 관련, 문 의장은 7월15일 보내온 답변서에서 “권 전 회장은 2003년 5월 초경 본인의 처에게 2000만원가량을 전달하였는데, 본인의 장모님이 2003년 4월29일 작고하셨을 때 주변에서 전한 조의금을 전달한 것이라고 합니다. (2000만원을 준) 홍 전 회장의 경우도 권 전 회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청와대 강령은 2003년 5월19일부터 시행되었으므로 본인이 강령을 위반하였는지 여부가 애당초 문제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4000만원 수수 시점과 성격에 대한 자신의 해명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문 의장이 2005년 4월 ‘신동아’에 발송해 ‘신동아’ 5월호에 게재된 본인 명의 해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2003년 10월경 형제와 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청년회의소 시절부터 친형제로 절친하게 지내는 홍모씨와 권모씨 등 지인들이 4000만정도를 도와주었습니다. 위 변제금액에 대한 근거자료를 필요하다면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지인들은 ‘대통령비서실장까지 하는 사람이 월급을 압류당하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제게 알리지 아니하고 십시일반으로 모금의 형식을 통해 도와주었던 것입니다.”

    문 의장은 본인이 작성한 위 해명서는 물론, 언론중재위에 자금 제공자들 명의의 확인서까지 송부해 자신이 4000만원을 받은 시점은 2003년 10월이며, 4000만원의 성격은 ‘조의금’이 아니라 ‘지원금’이었음을 거듭 밝혔었다.

    그러나 그는 “2003년 10월 4000만원 수수가 청와대 강령 위반에 해당된다”는 ‘신동아’의 질의를 받자 말을 바꿔 4000만원 수수 시점을 청와대 강령 발효 직전인 2003년 5월 초로, 돈의 성격을 조의금으로 바꾼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기간 중 홍 전 회장의 의정부 주택을 무상 대여받은 행위는 청와대 강령 위반’이라는 견해에 대해 문 의장은 7월15일 답변서에서 “본인은 비서실장 재임 기간 동안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만 거주하였습니다. 본인은 위 기간 동안 홍 전 회장의 주택을 단 하루도 사용한 적이 없는데 무상으로 사용하였다는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 의장은 2004년 공직자 재산신고서에서 대통령비서실장 재임기간인 2003년을 포함해 1999년부터 2004년 신고 당시까지 홍 전 회장의 주택을 ‘무상사용(사용대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의장측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홍 전 회장의 집을 사용대차해 살던 문 의장은 비서실장 공관으로 가게 되자 의정부시내 한 아파트에서 살던 아들 부부를 사용대차한 홍회장 집에 들어와 살도록 했다. 그러니 문 의장은 서류상으로나 실제로도 비서실장 재임때 이 집을 사용대차한 게 맞다”고 말했다.

    2003년의 재산변동 사항을 기록하게 돼 있는 2004년 2월27일 문 의장의 공직자 재산신고서에 따르면 문 의장 아들은 의정부시내 H아파트를 1억6000만원에 매각 처분한 뒤 그 돈을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 법인에 융자한 것으로 돼 있다.

    문 의장은 불리한 증거가 나올 때마다 수시로 말을 바꾸는 형국이다. 특히 본인이 국가기관인 언론중재위원회나 공직자재산 신고담당기관에 제출한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바꾸고 있다.

    ‘신동아’는 2005년 4월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2003년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때 5억3500만원의 출처불명 자금을 받았다”고 보도 했다.

    이에 대해 문 의장은 “모친과 장모가 각각 작고 전에 준 8000여 만원과 1억여 원, 모친상 때 받은 조의금 1억1500만원, 장모상 때 받은 조의금 1억5000만원, 유산에서 마련한 1억3000만원, 형제들이 도운 1억2000만원, 장남이 준 6000만원, 지인 홍 전 회장과 권 전 회장이 준 4000만원 등 출처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중  ‘청와대 청렴 유지 강령’수차례 위반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중  ‘청와대 청렴 유지 강령’수차례 위반
    ① 문희상 의장이 2005년 5월17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권모씨와 홍모씨 명의의 확인서. 문의장은 권·홍씨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시점이 2003년 10월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② 2004년 7월28일 문희상 의장이 작성한 공직자재산신고서. 문 의장은 의정부동 주택을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사용대차(무상대여 받음)하고 있음을 밝혀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때인 2003년에도 사용대차했음을 분명히 했다.

    ③ 2003년도 재산처분내역을 담은, 2004년 2월27일 문희상 의장이 작성한 공직자재산신고서. 그의 장남이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④ 문희상 의장이 채권자와 맺은 합의각서. 대리인 김모씨는 문의장 부인이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에 재임 중이던 문의장은 자신의 빚을 변제해주면 부동산 매각을 적극 알선해주겠다는 ‘부적절한’ 각서에 사인했다.

    자연채무도 증여세 내야

    특히 문 의장은 권 전 회장, 홍 전 회장, 형제, 장남이 준 돈 2억2000만원은 채무변제 의무가 없는 ‘자연채무’이므로 증여세 납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여세 과세 및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 재산세과 담당자는 문 의장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자연채무라도 반드시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밝혀 문 의장이 증여받은 2억2000만원에 대해 증여세 미납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들, 형제, 타인이 ‘나중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자연채무의 취지로 돈을 줬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상으로 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분명히 증여에 해당한다. 돈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증여세 납부절차를 따라야 한다.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을 경우 3000만원 이하, 기타 친족으로부터 증여받을 경우 500만원 이하 증여금액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공제되며, 타인으로부터 증여받을 경우엔 공제액이 없이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수증자(증여받은 사람)는 증여받은 날로부터 3개월 내 관할 세무서에 신고양식에 따라 증여자, 증여자와의 관계, 증여금액을 신고해야 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받은 경우도 합산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는 증여금액이 1억원 이하일 경우 증여받는 금액의 10%, 1억~5억원은 20% 정도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 재산신고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 정책홍보관리본부 담당자는 “자연채무라도 공직자 재산등록을 해야 한다”고 밝혀 문 의장이 재산신고도 누락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다음은 그가 ‘신동아’ 질의에 대해 e메일로 보내온 답변서 내용이다.

    “채무는 공직자윤리법 제4조2항 제3호 마에 의거해 등록재산항목이다. 공직자가 재임 중 자연채무(채무변제 의무가 없는 채무) 형식으로 지인으로부터 수천만원대의 돈을 무상으로 받았더라도 재산신고해야 한다. 현재 사인간 채권이라는 항목으로 신고되며 비고란에 채권자의 연락처와 채무의 성격을 기술하게 되어 있다. 채무로 인해 증가한 재산은 예금항목에서 증가액으로 나타난다.

    공직자가 재임 중 자연채무 형식으로 형제, 아들로부터 수천만~1억원 이상의 돈을 무상으로 받았다면 이를 예금란에 신고하고 그 증가내용을 변동사유(비고)란에 기재하게 되어 있다.

    공직자가 재임 중 발생한 모친상과 장모상 때 각각 1억원 이상의 조의금을 받았다면 이를 재산변동분으로 신고해야 한다.

    공직자가 재임 중 어머니와 장모로부터 수천만~1억원대의 유산을 현금으로 받았다면 당연히 재산변동분으로 신고해야 한다.”

    5억 채무, 5억 수수 모두 신고 안 해

    국회 사무처 담당자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타인이 ‘나중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자연채무의 취지로 공직자에게 돈을 줬다 해도 이 돈은 재산등록 때 변동된 재산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2005년 4월 해명서에서 “2003년 대통령비서실장 때 수수한 자금 5억여 원을, 1990년대에 빌린 뒤 못 갚고 있던 개인 빚을 청산하는 데 모두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의장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도 2003년 2월 본인에게 5억여 원의 채무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채무는 재산신고 대상이므로 문 의장은 2003년 2월 공직자 재산신고 때 5억여 원의 채무를 신고했어야 한다. 그러나 문 의장은 이 채무를 신고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채무신고를 누락했기 때문에 문 의장은 2003년 들어 권 전 회장과 홍 전 회장에게서 받은 4000만원 등 5억여 원을 수수한 사실, 그 돈으로 5억여 원의 빚을 갚은 재산변동내용도 신고하지 않았고, 신고할 수도 없었다.

    이에 대해 문 의장은 7월15일자 해명서에서 “공직자 재산신고는 특정한 일자를 기준으로 그전 기준일과의 차이만을 신고합니다. 최초 신고 기준일과 변동신고 기준일 사이에 발생했다가 소멸한 것에 대해서는 공직자 재산신고를 할 여지가 없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설명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문 의장의 경우에 적용하면 문 의장은 2003년 2월 최초신고 기준일 때 자신의 5억원대 채무를 신고해야 했고, 2003년 12월 변동신고 기준일 때 5억원대 채무가 소멸한 사실 및 비고란 등을 통해 그 채무가 소멸된 이유(5억여 원 수수 내용)를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문 의장은 채무신고를 처음부터 누락한 것에 대해선 “돈을 빌려준 이모씨가 2004년 4월 문서를 통해 ‘저는 문희상씨와 완벽한 신뢰관계에서 돈을 빌려주었으므로 영수증을 주고받은 적이 없으며 잔액이 얼마인지 단 한 번도 따져본 적이 없습니다. 문희상씨와의 채권-채무관계가 공개되기를 원치 않습니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모씨가 잔액확인이나 증빙을 해주지 않아 신고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는 ‘공직자의 부정부패 방지’라는 공익을 위해 채권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본인 채무를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다음은 이씨측 변호사의 반론이다.

    “문 의장은 1995년 3~6월 이씨로부터 10억9500만원을 빌려갔다. 이씨는 돈을 빌려준 지 수개월도 안 되어 문 의장을 상대로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을 내어 지급명령 결정을 받아낸 사실이 있다.

    문 의장은 ‘한 달만 쓰고 갚겠다’며 돈을 빌렸는데 갚지 않았으며, 이씨는 처음 빌려준 돈에 발목이 잡혀 결국 문 의장에게 10억9500만원까지 빌려줬다. 문 의장이 순순히 돈을 갚을 것 같지 않아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을 한 것이다. 지급명령 이후에도 문 의장은 돈을 다 갚지 않았다. 2003년 2월경에도 이런 상태가 지속돼 채권자 이씨가 화병을 얻었는데, 그런 이씨가 문 의장에게서 받을 돈의 잔액확인이나 증빙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대통령비서실장의 ‘부적절한 각서’

    문 의장이 해명서에서 “채무누락은 채권자 이씨 탓”이라며 제시한 채권자 이씨 명의의 문서에 대해 이씨측 변호사는 “그 문서는 문 의장측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장 부인이 써온 서류에 이씨가 도장만 찍어준 것이다. 당시 대법원에서 문 의장 당선무효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승소하기 위해선 공직자 재산신고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꼭 필요하다’며 문 의장 부인이 울고 불면서 간청해 이씨가 써준 것이다. 2004년 4월 당시는 문 의장이 이씨에게 원금에 해당하는 10억여 원을 갚은 상태였기에 이씨가 그런 것을 써줬다.”

    이씨로부터 문 의장 관련 채권을 넘겨받은 이씨의 딸 이남옥씨는 문 의장의 부인이 들고 왔다는 또 다른 문서도 제시했다. 문 의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문 의장 부인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2003년 12월16일자 ‘합의각서’라는 제목의 문서다.

    이 문서의 내용은 “채권자(이남옥)가 원리금을 모두 면제해주는 대신 채무자(문희상)는 채권자 소유 모 부동산의 매각을 적극적으로 알선해주기로 한다. 매각이 성사될 때까지 매분기말에 2000만원을 지급한다. 채권자와 채무자는 그동안의 채권·채무관계에 대해 대외적으로 일절 침묵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합의각서에 표기된 시점인 2003년 12월16일 당시 문희상씨는 대통령비서실장이었는데, 대통령비서실장이 자신의 채무변제의 대가로 채권자의 부동산 매각을 ‘알선’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자신의 채무기록을 지우기 위해 이런 부적절한 문서에 사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의장측은 합의 각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전 회장(2000만원), 홍 전 회장(2000만원), 형제(1억2000만원), 아들(6000만원)에게서 받은 돈에 대해 증여세를 내지 않았고 재산등록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문 의장은 7월15일자 해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이 돈은 ‘자연채무’이며 이러한 것을 사인(私人)간의 채무라고 하여 신고하라고 하는 것은 사회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그 규모가 수십억원 이상인 경우라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법 이전의 인간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권 전 회장과 홍 전 회장이 전달한 2000만원은 주변에서 수십명이 전달한 조의금이므로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형제들간, 부자간에 어느 정도 금전적인 도움은 관습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과세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자진해서 증여세 낸다”

    이 대목에서 문 의장은 권 전 회장과 홍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수수 시점과 성격에 대해 말을 바꾸는 행위를 재차 시도한다.

    관습을 내세운 문 의장의 해명과 달리 국세청 관계자는 “증여세를 안내도 되는 관습은 없다. 자연채무도 증여세를 내야 한다. 타인간의 증여는 말할 것도 없고 형제, 직계가족 간 증여에 대해서도 많은 시민들은 자진해서 세금납부 절차를 따른다”고 밝혔다.

    2002년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회는 장대환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장모에게서 증여받은, 액수가 과다하지 않은 전북 김제의 농지와 임야에 대해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추궁했으며 결국 다른 의혹들이 함께 제기되면서 장 후보자는 국무총리가 되지 못했다.

    문희상 의장이 대통령비서실장 재임 시 직무관련자인 권 전 회장, 홍 전 회장에게서 받은 4000만원은 적지 않은 액수다.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의원과 달리 정치자금법상 후원금도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지난해 농림부 차관은 평소 친한 지인으로부터 촌지 100만원을 받은 것이 밝혀지자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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