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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용역 보고서에 드러난 친족 성폭력 실태

“가해자 절반은 친아버지, 무기력한 어머니가 2차 피해 키워”

  • 송화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

보건복지부 용역 보고서에 드러난 친족 성폭력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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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성폭력 범죄의 가해자들은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까. 1심 선고를 분석한 결과 73.5%가 ‘유기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기는 ‘4년 초과~5년 이하’가 33.6%로 가장 많았고, ‘1년 초과~2년 이하’(26.9%), ‘2년 초과~3년 이하’(23.1%)의 순이었다. 선고 당시 친족 성폭력 범죄의 법정형이 강간은 5년 이상, 강제추행은 3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법원이 친족 성폭력의 경우에도 감경 사유를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4월15일 제정된 현행 성폭력특별법은 형량을 늘려 친족 간 강간은 7년 이상,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했다). 징역형을 받지 않은 가해자들은 ‘집행유예’(12.5%), ‘집행유예와 보호관찰, 수강명령, 사회봉사’(10.3%), 벌금(1.5%) 등을 선고받았다.

김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족 보호, 피해자 양육 등을 이유로 가해자의 형기를 줄여주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한 가해자와 다시 한집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피해자 보호인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버지가 가해자인 경우, 경제 자립 능력이 없는 어머니나 다른 가족들이 피해자를 원망하고 탄원서 제출을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김 연구위원은 “가해자가 구속돼도 남은 식구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주거 공간 마련, 직업 훈련 기회 제공, 생활비 보조 등의 제도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숨어 있는 남매 간 성폭력

이번 보고서에서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친족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보호시설에 입소한 69명에 대한 심층 조사 결과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30.1%)는 가해자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거 불충분’(27.6%), ‘가족이나 친척의 만류’(20.7%), ‘가해자에 대한 애정’(17.2%) 때문이었다. 범죄기관의 공식 통계에 나타나지 않은 피해자들이 있는 만큼, 성폭력의 양상도 전자와 다소 다르다. 가해자의 절대 다수가 아버지(70.3%)인 것은 동일하지만, 친부(54.1%)와 의붓아버지(16.2%)의 비율 차이가 40%포인트 가까이 났다. 오빠(13.5%)가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주목된다.

강 부연구위원은 “친족 성폭력 중에서도 친부와 친오빠에 의한 사건은 드러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특히 오빠가 가해자인 경우 가족 내에서 더 철저히 은폐하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설에 보호된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신상공개대상 사건의 피해자에 비해 피해 지속 기간이 더 길었다. ‘1개월 이상 1년 이하’동안 피해가 이어진 경우가 37.3%로 가장 많았지만, ‘3년 이상 4년 이하’라고 답한 응답자가 19.4%에 달했고, ‘4년 이상’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한 경우도 16.4%였다. 신상공개대상자의 경우 전체 피해자 가운데 65%가 ‘1년 미만’의 기간에 성폭력을 당했다.

C양(11)은 어머니가 자주 집을 비워 어릴 때부터 방임 상태로 자랐다. 집안일을 도맡아 했고, 8세 때 처음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이웃 아저씨, 그 아저씨의 아들, 친할아버지로부터도 성폭행을 당했다. C양은 현재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한다.

C양의 사례는 시설 입소자들의 피해 기간이 왜 더 긴지에 대한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혹은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여줄 수 있는 존재조차 없는 환경에서 양육된 것이다. 본인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최초로 인지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9.3%는 ‘아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어머니’라는 답변은 21.7%에 불과했고, 본인 외엔 아무도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해 직접 상담소를 찾거나 경찰에 신고한 경우도 5.8%나 됐다.

무기력한 어머니

가족 구성원이 범죄를 눈치 챘지만 나서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피해 당시 어머니는 90%가 생존해 있었으나 이 중 절반 이상(53.3%)이 직업이 없는 상태였고, 나머지도 일용직(15.6%)과 임시직(15.6%) 등에 근무했다. 자녀를 적극적으로 보호 및 양육할 수 없는 환경인 셈이다. 피해자의 어머니 가운데 상당수는 남편의 폭력,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을 앓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딸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 분노(23.8%)하고 죄책감(22.2%)을 느낀 사람 못지않게 ‘관심 없었다’(15.9%)고 답한 이도 많았다. 이 때문에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C양의 사례처럼 제2, 제3의 성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은 본인이 직접 보호시설에 입소(11.3%)하는 방식으로 이런 고리를 끊으려 했다. 타인의 조력을 받은 경우에도 어머니(7%)보다는 원스톱 지원센터(22.5%)나 성폭력상담소(16.9%)에 도움을 청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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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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