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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삶의 문법을 바꾼다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스마트폰이 삶의 문법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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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길거리도 진화할 것이다. 행인이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부터 그의 연령, 취향, 소비성향과 같은 정보를 받아서 그가 지나갈 때 맞춤광고를 내보내는 광고판도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으로 주위를 비추면 상호와 전화번호 같은 것들이 겹쳐 떠오르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한꺼번에 비추어주는 것을 증강현실 또는 혼합현실이라고 한다. 현재의 증강현실 기술로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뚜렷이 구분된다. 약간의 부가 정보가 제공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성능이 향상된다면, 현실과 가상현실의 구분이 안 되는 3차원 영상이 구현될 것이다. 즉 텅 비어 있는 땅에 건축물을 세워볼 수도 있고 주춧돌만 남은 유적지에 복원된 옛 모습을 겹치게 할 수도 있다. 휴대전화로 교과서를 비추면 관련 자료와 영상이 떠오르고 몸을 비추면 건강 정보와 의료 기록이 겹치도록 할 수도 있다. 게임광이라면 실제의 거리를 걸으면서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외계 괴물과 시가전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무선 통신을 이용한 휴대용 기기는 다시 현실의 세계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이는 PC와 인터넷의 보급이 일으킨 효과와는 정반대를 지향한다. PC와 인터넷은 현실의 세계를 벗어나 사이버공간으로 사람을 집어넣는다. 사람들은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 웹 속의 세계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까지 나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과학기술이 현란한 미래상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게 하기도 했다. 성능 좋은 컴퓨터와 인터넷망은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경이로울 정도로 단축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현실을 밋밋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모니터 속의 풍경이 실제의 세계보다 더 실감 나고 화려하다.

PC와 인터넷이 지정된 장소에서만 이용 가능한 통신과 인터넷의 결합이라면 새롭게 등장한 스마트폰은 이동하면서도 이용 가능한 통신과 인터넷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점이 바로 PC에 의해 소외되었던 현실을 제자리로, 그것도 더 강력한 현실로 되돌려놓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손 안의 인터넷을 넘어 현실과 가상현실을 결합할 수 있다는 데에 더 주목해야 한다.



1991년 마크 와이저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내놓았다. 이 말은 자동차, 냉장고, 텔레비전, 카메라 등 일상용품이 컴퓨터와 비슷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는 컴퓨터 환경의 변화를 3세대로 나누었다. 하나의 대형 컴퓨터를 다수가 이용하는 것이 1세대, 사람이 컴퓨터와 1대 1로 접하는 것이 2세대다. 컴퓨터가 일상용품 속에 숨어서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것이 3세대다. 크기, 모양, 기능이 저마다 다른 수많은 컴퓨터가 물품 속에 들어가서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자기들끼리 상호작용하게 된다.

그동안 3세대 개념을 구현해보고자 많은 노력이 이뤄졌다. 이런 영리한 일상용품들을 거대한 통신망으로 엮어 유비쿼터스 도시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보다는 규모가 작게 학교나 건물을 대상으로 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도시 교통 시스템 같은 몇몇 분야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현재로는 실감할 만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만물의 인터넷’을 아나요

당신은 ‘만물의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모든 물품에 인터넷 주소를 부여해 무선망으로 통신하게 만든다는 개념이다. 바코드를 대신하는 전자태그를 붙인 상품도 있고, 세탁기처럼 마이크로 칩을 내장한 기기도 있다. 간단하든 복잡하든 컴퓨터의 기능을 일부 지니고 있고 리모컨 등 무선 통신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런 물품들이 현재의 ‘물체’상태를 뛰어넘어 ‘살아 있는 존재’처럼 ‘생각’을 한다면?

뛰어난 기능을 가진 물체에 대해 우리는 ‘스마트하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스마트 전력망, 스마트 자동차 등 스마트라는 용어가 붙은 기기는 알게 모르게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지능을 지녔다’고 하지는 않는다. 지능이란 무생물과 생물을 구분 짓는 경계 너머 생물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만물의 인터넷’의 단계에선 스마트한 기기들이 지능을 갖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가정된다. 스마트한 기기들은 무선 통신망을 통해 하나의 지능적 세계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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