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도서관의 신르네상스는 오는가

  • 정호재 myzodan@donga.com

    입력2002-10-09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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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콘텐츠가 없다고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갖가지 휘발성 정보들로 넘쳐나는 인터넷은 초기부터 ‘정보의 쓰레기통’이라 조롱받았다. 그래서 지금도 정보의 주체는 여전히 ‘출판물’이다. 디지털 시대지라만 높은 휴대성과 보존성, 풍부한 콘텐츠를 갖춘 ‘책’은 여전히 매혹의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도서관을 운영하며 책읽기를 장려한다. 그런데 급격한 디지털화에 따른 정보환경의 변화가 문제다. 저작권이 문제의 핵심이다. 디지털 도서관 또한 소리바다류의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신르네상스는 오는가
    도서관은 지식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국가기관이다. 이상적인 도서관은 세상의 모든 자료를 모아 그에 대한 체계적 목록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량의 급격한 증가 때문에 세계 최고의 미국 의회도서관마저 이미 1990년대 초에 ‘완벽한 자료수집’이라는 이상을 포기했다. 그런 한계에서 디지털 혁명은 시작됐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완벽한 도서관은 존재할 수 있을까.

    국립중앙도서관이 추진중인 디지털 도서관(www.dlibrary.go.kr)에 가보면 우리나라 디지털 도서관의 현황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신문, 학술자료, 각종 고서 등을 찾아 읽을 수 있는데 이런 자료들을 보려면 지정된 IP를 가진 근처의 도서관 PC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최근의 저작물은 제공되지 않는다.

    도서관은 좋은 출판물에 최소한의 판로를 확보해줘 간접적으로 출판산업을 진흥한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디지털화한 저작물은 어떻게 유통돼야 옳으냐는 원론적인 문제가 남는다. 보안이 깨져 쉽게 유통돼도 곤란하다. 해외에 있는 자료를 주고받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공공성을 거스르며 돈을 받고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도서관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저장도 안되고 오로지 출력만 가능한 것도 정보혁명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최근 나온 출판물은 디지털 자료가 함께 만들어지지만 도서관에 저장되지 않는다. 그러니 디지털 자료수집에 대한 정부와 도서관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진다. 데이터베이스화는 아직도 기계로 대치될 수 없는 단순한 지적노동이다. 수십년 간 전산화가 진행된 많은 저작물들이 이미 허공으로 흩어졌고 지금도 체계적 관리 없이 이중의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30년 전 구텐베르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저작권은 50년이 지나면 소멸되기에 기한이 지나 저작권과 무관한 고전 작품들을 디지털화해 무료로 공개하자는, 제2의 출판혁명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출판물의 공익성과 정보의 대중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도서관 인프라는 열악하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현행 저작권법 체제에서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면 도서관은 최고의 정보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도서관의 신르네상스는 기묘한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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