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4대 국회의원선거부터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까지 지난 10년간 치러진 대선과 총선을 유권자의 투표행태별로 분석한 방대한 연구결과물이다. 저자는 이념, 지역, 세대, 미디어의 4가지 주제로 한국선거를 바라보면서 한국의 선거정치를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으로 간주하지 않고 외국과 비교해 일반화하려 했다. 예를 들어 ‘북풍’의 동원은 남북한 관계라는 특수상황에서 비롯됐지만, 국제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시도로 본다면 외국에서도 널리 이용되는 선거전략이라는 것이다. 또 지역주의가 한국선거를 결정짓는 지배적 요인이지만 이념, 세대의 영향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푸른길/ 432쪽/ 1만8000원
오늘의 우리 이론 어디로 가는가 교수신문 엮음
‘교수신문’이 연중학술기획으로 마련한 ‘우리 이론을 재검토한다’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근대학문 100년 동안 고안된 여러 가지 이론과 관점, 성과물 가운데 과연 우리 이론이라 할 만한 게 몇이나 될까. 학문적 종속성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포함해 이 기획은 20개의 ‘자생이론’을 도출했다. 조한혜정·김영민의 ‘탈식민주의 글쓰기’, 백낙청의 ‘분단체제론’, 안병무의 ‘민중신학’, 김용옥의 ‘동양학’, 김용섭의 ‘내재적 발전론’, 장회익의 ‘온생명 사상’, 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론’ 등이 그것이다. 개별 이론에 대해 전문가 1명이 대표집필을 맡고, 관련 학자들의 평가를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생각의 나무/ 388쪽/ 2만2000원
소금 마크 쿨란스키 지음/ 이창식 옮김
한 공주가 아버지에게 “저는 아버지를 소금만큼 사랑합니다”라고 했다가 왕국에서 추방당하고 왕은 나중에서야 딸의 깊은 사랑을 깨닫는다는 프랑스 민담이 있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소금은 인류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생필품이었으며 통화수단으로 쓰일 만큼 가치 있는 상품이었다. 소금의 수요는 대양과 사막을 건너 미지의 무역로를 개척하게 했고, 소금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으며 소금으로 전쟁 비용을 조달했다. 중국, 중동, 아프리카, 스칸디나비아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며 소금에 얽힌 이야기를 취재해 ‘하얀 황금의 역사’를 썼다. 세종서적/ 492쪽/ 1만7000원
공작 이정훈 지음
“정보와 공작은 날이 선 칼이다. 이 칼을 흉악한 목적으로 쓸 것인지 옳은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사용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한국의 스파이 전쟁 50년’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북한을 비롯 주변 강대국과 치열한 스파이 전쟁을 벌이는 한국 공작원의 세계를 보여준다. 1부 ‘공작’은 국정원 역사상 최악의 실수로 꼽히는 98년 북한 최인수 납치 사건, 남한 공작원 흑금성 이야기, 탈북자 납치 전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의 육성 수기 등이 수록돼 있다. 2부는 남북이 총을 들고 벌인 테러 공작전, 3부는 북한에 대해 라디오 심리전까지 구사하는 미국의 공작 사례를 소개하면서 보다 세련된 공작으로 ‘북한판 4·19’를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을 담고 있다. 동아일보사/ 432쪽/ 1만5000원
살람 팍스의 평화를 위한 블로그 살람 팍스 지음/ 김성균 옮김
“두 시간만 지나면 B52 폭격기들이 이라크에 도착할 겁니다”(2003년 3월21일 오후 6시5분 살람 팍스). 이라크전쟁 기간 인터넷(블로그)을 통해 바그다드의 현지 상황을 전세계에 알렸던 ‘살람 팍스’(필명)의 존재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심지어 모사드나 CIA요원이라는 악의적인 모략도 잇따랐다. 그러나 살람 팍스는 29세의 평범한 이라크 청년이었다. 그가 요르단으로 유학 간 친구 라에드와 연락하기 위해 만든 ‘블로그’는 전쟁 기간 ‘현대판 안네의 일기’로 불리며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글은 전쟁 발발 전인 2002년 9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살람 팍스의 블로그에서 추린 것이다. 한숲/ 304쪽/ 9500원
다시 찾은 우리 화가 이인성 황성옥 지음
그림 잘 그리는 아이를 보면 “너 이인성 될래?” 하던 시절이 있었다. 1950년 총기 오발 사고로 서른아홉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서양의 인상주의를 향토적 서정주의에 접목시켜 주목받았던 천재화가 이인성. 하지만 세상은 그를 잊었다. 최근 대구시가 ‘이인성미술상’을 제정하고 2003년 11월 문화관광부가 그를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하면서 이인성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이인성이 생전에 썼던 글과 메모,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그림에 대한 열정과 섬세한 관찰력,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 등 이인성의 전설을 복원했다. 한길아트/ 116쪽/ 1만2000원
마라톤 & 다이어트 장인석 외 지음
멋있게 살고 싶은 웰빙(well-being)족들은 뛴다. ‘마라톤 & 다이어트’는 입문자들에게 ‘뛰는 아름다움’과 ‘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특히 “힘들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거나 “달리기를 하면 근육이 불거지고 피부가 거칠어진다”고 꺼리는 여성들에게 빠르게 걷거나 천천히 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이 빠지는 ‘다이어트 달리기’를 권한다. 당장 “어떻게?”를 묻는다면 이 책의 2장 ‘스텝 러닝 다이어트(SRD)’를 펴라. 체지방을 없애는 몸 만들기 1단계, 달리기의 생활화 2단계, 마지막으로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3단계까지 마스터스 최고수 심인숙씨가 24주 훈련을 함께한다. 동아일보사/ 200쪽/ 1만2000원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김동택 옮김
“어떤 사람들에게는 행복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행의 씨앗이기도 한 것이 지구화다.” 이 책은 ‘세계화’와 ‘지구화’라는 단어 사이를 방황하는 우리에게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대차대조표를 제시한다. 1장은 지구화가 초래한 시간과 공간의 압축현상을 다뤘고, 2장은 지도상의 물리적 공간이 재배치되면서 새로운 지배형태가 생겨나고 있음에 주목한다. 3장은 국민·국가의 퇴락과 초국가적 세력의 대두를 예고한다. 4장은 지구화가 만들어낸 인간이 문화적 영역을 양극화하는 현상을, 5장은 양극화의 우울한 초상화를 그린다. 그러나 지구화는 어쩔 수 없는 지구의 운명이다. 한길사/ 246쪽/ 1만원
삶의 정치, 소통의 정치 김홍우 외 8인 지음
한국 정치의 소통양식은 과연 정치를 긍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를 정당한 방향으로 유도할 소통의 양식은 무엇인가. 1998년 3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대화문화아카데미(전신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17차례 열린 ‘삶의 정치 콜로키움’이 끊임없이 파고든 주제는 ‘한국 정치와 소통의 문제’였다. 그 결과로 10편의 논문을 책으로 엮었다. 서울대 김홍우 교수(정치학)는 ‘닫힌 사회와 소통의 정치’에서 “정치는 ‘소유의 우월성’으로부터 ‘소통의 우선성’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와 정치판의 구분”을 요구했다. 동아대 김재원 교수(법학)의 ‘커먼 로와 배심제도’, 고려대 정문길 교수(행정학)의 ‘공무원 충원의 정치사회학’ 등 기존 소통시스템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소통문화를 위한 제언이 이어진다. 대화출판사/ 344쪽/ 9500원
미래생활사전 페이스 팝콘, 애덤 한프트 지음
게리보그: 신체장애인을 돕는 로봇으로 노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게리’와 ‘사이보그’의 합성어. Gap Year(공백의 해):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가지 않고 1년을 쉬면서 학비를 벌거나 봉사활동 등으로 경력을 만드는 활동을 가리킴. 유전자 귀족: 독특하고 귀중한 유전자를 물려받거나 이식한 새로운 엘리트 계층. 고급 세단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4륜 구동 자동차와 가정배달업의 유행을 예견했던 페이스 팝콘이 미래용어사전을 내놓았다. 공동저자인 한프트는 광고전문가로 두 사람은 문화, 예술, 비즈니스, 정치, 과학 분야에서 총 1200개의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했다. 을유문화사/ 688쪽/ 1만8000원
생명학(전2권) 김지하 지음
1979년 봄, 저자는 서울구치소의 시멘트 틈새로 개가죽나무가 뿌리내리는 것을 목격하고 ‘생명사상’에 심취했다. 출옥 후 생명·환경운동을 펼치는 한편, 고대사상과 전통문화의 창조적 재해석을 시도해 이른바 ‘김지하사상’을 완성한다. 이 책은 1996년 출간됐던 ‘생명과 자치’를 다시 펴낸 것이다. 그는 생명의 변혁과 영성의 평화는 누구나 납득하는 시대의 요구이며, 당연히 시민운동과 종교도 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두 번째 책에 실린 1부 ‘생명운동으로 죽음의 운명을 넘어가자’와 2부 ‘21세기와 우리의 준비’에서 제시했다. 화남/ 각 350쪽 안팎/ 각 1만원
미국 이민, 제대로 알고 떠나자 강석희 지음
미연방 이민국 이민관 출신인 저자가 쓴 이민 교과서. 미국 시민이 되기 위한 기본 소양부터 이민의 성공과 실패, 이민법 풀이, 9·11테러 이후 달라진 미국의 이민정책을 소개했다. 저자는 ABC방송에서 명예퇴직을 한 후 법무부 산하 연방 이민국에 지원했다. 이민관의 주요 업무는 불법입국자 관리. 그러나 한눈에도 합법이민자인지 불법이민자인지 가려낼 정도가 됐을 때 직업적 비애와 회의가 겹쳤다. 결국 2년 만에 그만두고 ‘뉴욕 이민 핫라인’에서 이민 봉사를 시작했다. 이민 핫라인은 억울하고 힘없는 이민자들, 영주권이 없는 이민자들을 돕는 곳이다. 이어 한인 이민봉사실을 열고 집세를 내지 못해 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 영어계약서를 이해하지 못해 각종 사기를 당하는 사람 등 한국 이민자를 돕고 있다. 평민사/ 384쪽/ 1만2000원
굶주리는 세계 프랜시스 라페 외 지음/ 허남혁 옮김
23년 전 식량농업기구(FAO)가 창설됐으나 굶주리는 사람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인구과잉 탓인가, 자연재해가 문제인가, 식량과 토지의 부족때문인가. 푸드퍼스트(Food First)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식량과발전정책연구소’는 ‘민주주의의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시장이 개방되어 자유롭게 무역을 하면 식량은 자연스레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배될 거라는 믿음은 환상이다. 시장은 돈에 반응하며 경제권력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미국의 대외원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진정한 인도주의적 원조는 식량을 퍼 나르는 것이 아니라 해당지역의 자원을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창비/ 384쪽/ 1만2000원
실크로드, 길 위의 노래 전인평 지음
저자는 지난 20년간 방학 때마다 가방을 꾸렸다. 그리고 중국, 일본, 인도, 네팔,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몽골, 태국, 터키 등 실크로드 주변 12개국을 답사했다. 여행은 국악전공자로서 동양음악에 대한 목마름에서 시작됐다. 서양학자들의 동양연구는 그들의 입장과 안목에 따른 것으로 정작 우리와 주변국가의 음악적 관계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저자는 외국 음악을 현장에서 연구하며 관념적으로만 알았던 우리 음악의 맛을 알게 됐다. 북인도의 시타르, 남인도의 비나, 파미르 고원 유목민의 노래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저자는 ‘실크로드 음악의 역사’를 집필하면서 잠시 숨을 골라 음악기행을 펴냈다. 소나무/ 400쪽/ 1만8000원
위기관리의 리더십 오인환 지음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한 장관(공보처)이란 기록을 세운 저자가 역사 속에서 개혁의 실패와 성공의 원인을 찾았다. 그에 따르면 개혁을 거부하는 수구세력,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다양한 기득권세력,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서는 정치세력들이 개혁을 가로막는 높은 장애물로 작용했다. 위화도 회군을 단행한 이성계가 장군으로 성공했지만 국왕으로 실패한 이유, 뛰어난 위기관리능력과 기획능력으로 정치9단이라는 평가를 받은 태종, 군주로 성공했으나 가장으로서는 실패한 성종 등 조선왕조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반성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열린책들/ 552쪽/ 1만8000원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손광섭 지음
송광사 삼청교, 선암사 승선교, 강경 미내다리, 함평 고막천 석교, 광한루 오작교, 흥국사 홍교, 청주 남석교, 옥천 청석교, 서울 살곶이다리…. 청주건설박물관 관장인 저자가 건넌 다리들이다. 35년간 건설회사를 경영하며 많은 다리와 건축물을 지어온 저자는 7년째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다리들을 밟으며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누가 언제 무엇 때문에 만들었으며, 이 다리를 건너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리는 단순히 물이나 계곡을 건너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저자는 다리 축조술에 관련된 건축·토목학적 설명 외에 다리에 얽힌 설화와 전설, 다리를 찾아 떠나는 길까지 정성껏 소개했다. 이야기꽃/ 250쪽/ 1만원
들꽃길 달빛에 젖어 민병욱 지음, 박수룡 그림
“사람들이 다 떠나요. 이름도 낯선 몰디브나 피지로 몰려가고 태국, 중국은 이웃집 마실가듯 다녀와요. 진짜 좋은 건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 2001년 박수룡 화백이 저자에게 찾아와 한 말이 씨가 되어 두 사람은 20개월 동안 전국을 누볐다. 화가는 그리고 기자는 쓰는 화필기행이다. 땅끝 해남에서 하동포구 팔십리, 단양 팔경, 소록도, 금강산, 덕적도, 경북 울진으로 그들은 행여 한 장면이라도 놓칠세라 다리품을 팔았다. 그렇게 해서 달마산 미황사에서 해맞이를 했고, 어두운 강 둥근 달 물새 우는 하동포구 팔십리를 품었다. 풍광을 보면 소설에서 역사로, 다시 가요 한 소절로 저자의 상상은 끝이 없는데, 스케치를 다 못한 화가는 동동거리며 어둠을 탓한다. 나남출판/ 317쪽/ 1만2000원
코리안 드림, 그 방황과 희망의 보고서 리혜선 지음
저자가 2000년부터 2003년에 걸쳐 한국에 체류중인 조선족들을 취재한 보고서다. 첫 취재 대상은 한국에 나와 3D업종에 종사하며 돈을 버는 불법체류자. 조선족들은 중국이 산업화 단계에 진입하기 전 한국에 나와 중국의 다른 민족들보다 일찍 자본주의를 배울 수 있었다. 대신 반세기 동안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에서 살아오다 준비 없이 자본주의 사회와 마주하면서 큰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어 조선족 유학생들과 교수 등 지식인 계층을 만났다. 중국 조선족 독자들에게 고국에 나간 조선족들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처음 르포를 쓰기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한국인들에게 조선족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리려는 목적이 추가됐다. 아이필드/ 400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