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세계반인종차별대회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한 여성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회 포스터를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잠재적으로 인종차별 의식을 가지면 두뇌의 인지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다트머스대 제니퍼 리치슨 교수 연구팀은 백인 학생들 30명에게 컴퓨터로 백인과 흑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이름을 분류하고, 더불어 이들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단어를 연결시키는 실험을 실시했다. 일부 학생들은 잠재적으로 인종차별 의식을 가진 것으로 판명됐는데, 이들의 경우 흑인의 이름에 긍정적인 단어를 연결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부정적인 단어보다 더 길었다.
연구팀은 이들 잠재적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흑인 및 백인들과 직접 만나 논란이 많은 주제에 대한 토론을 벌이도록 했다. 그 뒤 바로 인지능력 검사를 실시하자 인지능력의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2주일 뒤 흑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단층촬영기(fMRI)를 이용해 뇌활동을 촬영한 결과 인종차별 성향이 있는 학생들의 뇌 전두엽 부분에서 활동량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백인의 사진을 보여줬을 때는 전두엽의 활동량에 별다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모든 실험결과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뇌 전두엽은 사람의 감정과 사고를 통제하는 ‘실행 기능’을 담당한다. 리치슨 교수는 “인종차별 성향을 보이는 백인들의 경우 사고와 행동을 통제하는 뇌 부분에서 활동량이 증가한 것은 그들의 잠재적인 인종주의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억제 작용 뒤에는 대뇌가 일종의 정신적인 피로상태에 빠져 인지능력 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얻게 된다는 것.
리치슨 교수는 영국의 대중적인 과학지 ‘뉴사이언티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만약 이러한 현상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종차별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으로는 인종차별 성향이 덜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인종의 사람을 만난 뒤에도 인지능력 검사에서 점수가 낮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할 명분도 생겼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전문학술지인 ‘네이처 뉴러사이언스’ 2003년 1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