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호

국방비 증액은 강군 건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美 억제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반도 지오그래픽] 한미 관세&방위비 협상 방정식…해법은?

  •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前 국방부 차관

    입력2025-07-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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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맹을 거래 상대로 보는 접근법, 전통적 국제관계와 멀어

    • 방위비 분담, 비용(cost) 넘어 역할(role) 광의 개념 존재

    • 분담비 인상에 동의, 금액은 국방 당국이 결정하는 방식

    • 과도한 요구 땐 일본처럼 항목별 비용 지출 후 검증도 검토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참석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참석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 필요한 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잘 지내야 하는가.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국과 우방국에 대한 압박은 국제관계의 관례를 뛰어넘고 있다. 그가 원하는 협상의 종착역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고, 가급적 타협을 보려 하는 국가들도 고개를 젓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미 정상회담은 아직도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고, 관세 협상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넘어 한미동맹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규모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 국가별 맞춤형 관세 강요

    트럼프 대통령은 7월 8일이었던 우리나라와의 관세 협상 마감일이 지나자 다시 한번 8월 1일로 연기를 했다. 새로운 합의가 없다면 8월 1일부터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에 25%의 기본 관세가 부과된다. 자동차의 경우 4월 3일부터 25%, 철강의 경우 6월 4일부터 5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반도체도 예외가 아니어서 우리의 대미 수출 전반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7월 초 정부가 위성락 안보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했던 이유다.

    하지만 미국 측 반응은 여전히 신통치 않다. 한국 고위급 인사의 방미에 따른 협상 결과를 대외적으로 알리곤 했는데 별다른 설명이 없다. 우리가 원하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일까. 결국 자국에 유리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말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 전략은 대전략과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대전략의 경우 미국의 구매력을 기반으로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는 뒤처진 미국 제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관세를 통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시간을 벌며 기술 독립성과 격차를 확보해 다시 한번 제조업 국가로 도약하기를 꿈꾸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접근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국내 정치적 셈법도 깔려 있다.

    국가별 맞춤형 전략은 각국과 무역수지를 분석하며 미국에 필요한 조치를 맞춤형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자동차·철강·반도체 등이 주요 대미 흑자국인 한국에 대해서는 이들 품목을 주요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고, 동시에 미국의 대한국 수출품이라 할 수 있는 소고기와 기타 농산물 수입 장벽을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관세 협상이나 결과 도출은 정말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군사동맹은 주고받는 영역 아니다

    관세 협상이 어렵다 보니 안보 문제를 관세 협상과 연계하려는 목소리도 들린다.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인상, 나아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같은 한미동맹 현안을 함께 협상하며 관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한미동맹은 경제·안보·외교 차원의 협력이 서로 어우러져 형성되는 것이기에 이러한 포괄적 접근이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이 과정에서 동맹을 훼손하는 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관계에서 동맹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위협에 함께 대응하며 침략을 받았을 때 함께 싸우겠다는 약속이 동맹의 본질인 만큼, 상호 보완 관계를 지향한다. 서로 주고받는 상업 거래와는 다른 영역이다. 오히려 가치의 공유 여부,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 설정, 원하지 않는 분쟁 연루, 위기 도래 시 방기의 우려라는 국제질서와 힘의 균형 문제가 동맹의 본질을 설명한다. 그 결과 동맹을 단지 거래관계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은 전통적인 국제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월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 관련 협의를 했다. 대통령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월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 관련 협의를 했다. 대통령실

    하지만 미국이 이렇게 나오는 데에도 이유는 존재한다. 과거의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 GDP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하고 국방비 지출의 40% 이상을 사용하던 미국은 이제 없다. 미국이 자랑하던 제조업 경쟁력은 상실한 지 오래고, 달러를 기반으로 한 국제금융의 주도권마저 과도한 정부부채로 위험한 상황이다. 그 결과로 탄생한 대통령이 트럼프고, 그는 이러한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와 전면적 거래에 나서는 것이다.

    어쨌건 한미 간 협상은 시작됐다. 경제 차원에서는 조선이나 반도체 분야와 같이 미국이 필요한 우리의 제조업 능력,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구매력,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알래스카 LNG 개발, 그 밖에 미국이 주장하는 각종 비관세 장벽에 대해 조정해 보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경제 영역에 외교안보 현안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지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국방비를 인상하는 것이 옳은가. 옳다면 어느 정도의 인상이 균형 있는 것인가. 전작권 전환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포함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등가성 있는 관세 비율은 어느 정도가 돼야 하나. 이러한 각각의 문제가 모두 철저한 계산의 영역이고, 미래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25% 관세를 10%로 낮추면 발생할 경제 이익과 국방비 인상을 비롯한 안보 현안의 조정이 가져올 불이익을 환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 없이 무턱대고 안보 문제를 경제 문제로 상쇄하려 든다면,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려다 죽고 사는 문제를 건드리는 꼴이 된다. 모든 사례를 다 검토할 수 없기에 국방비 증액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만을 계산해 보기로 한다.

    ‘국방비 증액’의 협상 카드 활용 가능성

    국방비란 국가의 군대를 유지하고 나라를 지키는 데 지출되는 국가 예산을 말한다. 202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61조5878억 원으로 국가총생산(GDP)의 2.32%를 차지하고 있다. 국방예산의 대부분은 전력 운영비와 방위력 개선비로 사용된다. 전력 운영비는 인건비와 무기체계 운영비용을 포함하며 약 43조 원이 배정돼 있다. 방위력 개선비는 신규 무기체계를 획득하는 비용이며 약 18조 원이 배정돼 있다.

    이러한 국방예산을 넘어 광의의 국방비 개념도 존재한다. 그것은 군의 활동에 기여하는 각종 인프라를 포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교량이나 철도, 공항이나 항만 등은 유사시 군사물자를 이동하거나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설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비용까지도 간접 국방비로 포함하는 개념이 최근 등장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대한민국에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경기 평택·오산·대구 등에 주둔하고 있다. 이들의 주둔비용 중 인건비를 제외한 여러 항목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특별협정(SMA)’을 체결해 매년 일정액을 부담하고 있다. 주로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한국인 군속의 인건비, 주요 장비의 정비 비용 등이며, 올해는 1조5192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 역시 광의의 개념이 존재하는데, 이는 비용(cost) 분담을 넘어 역할(role) 분담을 의미한다. 즉 주한미군 주둔비용 지원을 넘어 우리가 한반도 방어에 더욱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과 미국이 고민하는 지역 차원의 문제에 기여하는 것 역시 중요한 분담이란 의미다. 특히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행보를 고려할 때 이러한 역할 분담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관세 협상에 국방비 증액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보를 타협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비전통적인 미국 행정부를 상대하고 있고, 경제적 사활이 걸린 협상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도 같은 생각을 하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국방비의 GDP 대비 5% 증액을 맞추기 위한 예산 편성 조건을 점검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증액에는 두 가지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첫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혜를 참고해야 한다. 현재 GDP의 2%도 국방비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인 나토가 5% 사용을 약속한 데에는 그만한 안전장치가 존재해서다. 그것은 목표 연도가 2035년이라는 점, 간접 국방비를 포함한 개념이란 점이다. 2035년이면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종료되는 2028년 이후로도 한참 시간이 흘러야 한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와 협상의 여지가 존재하는 일이다. 나토가 미국과 합의한 직접 국방비는 3.5%이고, 1.5%에 해당하는 간접 국방비는 앞서 언급한 인프라 비용이나 방위산업 육성을 포함한다.

    이러한 접근을 활용하면 해법이 보인다. 우리가 2035년까지 직접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인상한다고 하면 연간 0.12%의 인상률이 필요하다. 이는 트럼프 잔여 임기 3년 중 0.36% 인상이면 충분하고, 2028년에 2.7%다. 그 이후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조정하면 된다.

    동시에 간접 국방비 1.5%는 국내 환경을 고려할 때 부담스러운 규모는 아니다. 이미 대구나 광주의 군 공항 이전 사업에 수십조 원이 사용될 예정이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도 유사시 군수물자를 이동하거나 공군기지로 활용할 수 있기에 포함할 수 있다. 따라서 국방비 증액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

    평화와 억제, 두 임무 모두 달성하는 정부 되길

    반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협상 카드 활용은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100억 달러 인상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부담하고 있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전체의 약 60~70%에 이른다. 미국도 분명히 밝히고는 있지 않지만 대략 그 정도인 것은 수긍하고 있다. 우리가 제공한 분담금을 미처 사용하지 못해 거액을 은행에 예치한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100억 달러는 주둔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협상해야 한다. 100억 달러는 압박용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선 안 된다. 더 큰 숫자를 꺼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인상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구체적 금액은 국방 당국에 맡겨두자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 국방부나 주한미군 사령부는 적정 수준의 분담금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반도 위기 시 전개되는 전략자산의 운용비를 일부 포함하고자 할 것이다. 동시에 그간 부담하지 않았던 미 해군 함정의 정비사업(MRO)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부담한 적이 없고, SMA 항목에도 없는 비용이다. 하지만 수용 불가능한 협상안은 아니다. 한반도 상황이 안정되면 전략자산 전개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고, 해군 함정 MRO의 경우 그 비용이 우리 기업과 근로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조정하며 협상에 임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명분을 얻고 우리는 실리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우리에겐 또 하나의 카드가 있다. 그것은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하면 일본과 같이 항목별로 비용을 지출하고 검증하는 방식으로 지출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총액을 기준으로 협상한다. 이는 주한미군에 매우 유리한 구조인데, 그 나름대로 아껴 쓸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한미군은 총액 기준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부분을 잘 활용하며 협상에 임해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계획대로 되는 협상은 드물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은 지난할 것이고, 때론 국내 여론의 분노와 좌절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해 내는 것이 정부의 실력이다. 실용외교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이기에 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국익에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 중 하나고, 안보적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동맹이기 때문이다.

    안보와 경제를 묶어 포괄적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잘한 선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안보가 희생되면 안 된다. 반드시 우리 안보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win-win)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방비 증액은 강군 건설의 길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미국의 억제력 제공 강화로 연결해야 한다. 동시에 그 밖의 많은 현안을 지혜롭게 해결하며, 평화와 억제 두 가지 임무를 모두 달성하는 정부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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