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호

누가 ‘국힘호(號)’에 불을 질렀나

[보수혁명선언① | 보수 참칭하는 정치인들에 告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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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5-07-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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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지지율이 2020년 9월 당명 개정 이후 처음 10%대로 하락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도 여당에 밀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갈등과 당 혁신을 둘러싼 내홍, 리더들의 각자도생 등으로 당 존립도 위협받는다. 국민의힘은 이대로 침몰하는가. ‘신동아’는 오랫동안 보수당원으로 활동한 당원 11명에게 한국 보수정당의 근본적 문제점과 개혁 방향을 물었다. 1923년 1월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의열단(義烈團)의 독립운동 이념과 방략을 천명한 ‘조선혁명선언’처럼, 11명의 ‘보수혁명선언’은 한국 보수에 대한 확신과 목표를 불어넣는 최후의 방략 같다. <편집자 주>


    나는 국민의힘 당원으로 살아온 지 20년이 넘는다. 개인 사정으로 당원 활동을 잠시 쉰 적은 있지만 늘 정치에 관심을 갖고 살았다. 선거 캠페인이나 각종 집회에도 참여했다. 그런데 요즘처럼 정치에 환멸을 느끼며 정치 뉴스를 끊고 산 적은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처럼 아예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사는 보수당원이 부지기수다. 그러니 요즘 우리 같은 전통적 지지자들은 가끔 걸려오는 당 지지율 조사에도 응하지 않는다.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건 당연하다.

    권영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격 취소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입당 및 대선후보 등록 과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동욱 당시 수석대변인(왼쪽)과 강명구 의원. 뉴스1

    권영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격 취소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입당 및 대선후보 등록 과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동욱 당시 수석대변인(왼쪽)과 강명구 의원. 뉴스1

    정치 현장은 때론 불타는 배와 같다. 상대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다 보면, 때로는 내부 탑승객의 방화로 불이 난다. 그런데 요즘은 배의 불을 끄려는 사람은 안 보인다. 그러니 침몰 위기다. 국힘 의원들을 보면 여당 의원들과 비교돼 더욱 속상하고 서운하다. 국민은 분노에 차 있는데 어떤 의원은 종적을 감추고, 어떤 의원은 여당 의원과 농담이나 주고받는 한가한 모습을 연출한다. 

    리더는 분란 없이 상처 도려내는 사람

    지금 ‘국힘호(號)’의 화재는 치열한 ‘함포전’의 결과가 아니라 내부 방화에 가깝다. 나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당의 후보가 되고 나서 뉘앙스가 바뀐 김문수 후보도 문제이지만, 결정된 대선후보를 두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무리하게 다시 판을 짜려는 것은 정치적 판단력 부재였다. 그러니 당원들이 제동을 걸지 않았나. 

    선거 승리를 위한 충정은 이해하지만 선거의 복잡함을 누구보다 잘 알 법한 지도부가 ‘한밤의 소동’을 일으킨 건 최소한의 정치적 셈법조차 하지 못하는 정당으로 희화화한 측면이 있다. 이는 계파별 분란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적전 분열이었다. 



    또 다른 내부 방화범들은 당 지지율이 폭락해도 자신들은 상관없다는 듯 행동하는 의원들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처럼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민심을 두려워하며, 당원을 존중하는 정치인이 지금 몇이나 될까. 

    국힘의 젊은 정치인들은 국민과 당원을 가르치려들어선 안 된다. 당이 어려우니 젊은 정치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과거 ‘소장파’로 불렸던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은 어떻게 됐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개혁의 아이콘’처럼 떠오른 그들은 정치를 그만두거나, 전 정부에 충성하거나, 공공기관장 한자리를 맡고 있다. 

    사실 나도 처음엔 개혁파로 보이는 한동훈 전 대표를 열렬히 지지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그는 홀로 싸우는 투사 같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 공격을 막아내며 국정 운영을 안정시킬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표가 된 뒤 알게 됐다.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고, 정작 자신을 둘러싼 ‘당게 논란’(국힘 당원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비난한 글을 게재했다는 의혹)에는 답을 흐린다. 대선에서 당원들은 죽어라고 뛰고 있는데 선거 지원을 ‘하는 둥 마는 둥’이다. 실망이 컸다. 적전 분열은 결국 자신의 이익 앞에 눈먼 결과이자 또 다른 방화다. 리더란 분란 없이 상처를 도려내는 사람 아닌가. 지금의 모습은 상처를 도려내는 게 아니라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국힘도 이제 당대표를 뽑는다니 건강한 야당 리더가 나타나 효율적인 대정부 압박과 강력한 견제를 해주기 바란다.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사람은 큰 그림을 보고 정제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다. 당원들은 언제나 정파와 감정을 떠나 단합해 왔다. 당 지도부는 지금 지지자들의 침묵이 국힘에 대한 지지라고 착각하지 말라. 뉴스를 보려고 TV를 다시 켤 날은 오래 걸릴 거 같다. 

    – 60대 초반, 경기 거주, 당원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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