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호

‘현실 바꾸는 대안’ 필요한데 ‘낡은 언어’에 갇힌 국힘

[보수혁명선언⑤ | 보수 참칭하는 정치인들에 告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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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5-07-2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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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지지율이 2020년 9월 당명 개정 이후 처음 10%대로 하락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도 여당에 밀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갈등과 당 혁신을 둘러싼 내홍, 리더들의 각자도생 등으로 당 존립도 위협받는다. 국민의힘은 이대로 침몰하는가. ‘신동아’는 오랫동안 보수당원으로 활동한 당원 11명에게 한국 보수정당의 근본적 문제점과 개혁 방향을 물었다. 1923년 1월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의열단(義烈團)의 독립운동 이념과 방략을 천명한 ‘조선혁명선언’처럼, 11명의 ‘보수혁명선언’은 한국 보수에 대한 확신과 목표를 불어넣는 최후의 방략 같다. <편집자 주>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활동한 지 어느덧 8년이 됐다. 당을 향한 애정과 신념 하나로 전국 곳곳을 돌며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정당은 언제나 현장의 신뢰 위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국민의힘은 이 당을 지켜온 사람으로서도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겉으로는 굳건해 보일지 모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국민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지지율 정체와 대중적 확장성의 한계다. 국힘에는 분명 뛰어난 정치지도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의 성장 배경과 국민이 현재 마주한 삶의 조건은 다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인데, 당의 메시지는 여전히 ‘낡은 언어’에 갇혀 있다. 중도층과 젊은 세대가 국힘을 외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의 당’이 아닌 ‘일부의 당’처럼 비치는 구조는 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당내 문화 또한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때는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치열한 논쟁을 펼치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특정 세력 중심의 결속력만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공천 시즌마다 반복되는 계파 갈등은 당원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에게는 ‘자기들 싸움에 바쁜 정당’이라는 인상을 준다.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가 실종된다면 그 당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2023년 6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힘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는 당 지도부와 시·도당위원장 및 당협위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동아DB

    2023년 6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힘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는 당 지도부와 시·도당위원장 및 당협위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동아DB

    “우리는 누구와 대화해야 하나”…참담한 당원들

    민생경제에 대한 감각 역시 재점검이 필요하다. 물가, 부동산, 청년 일자리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당이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책이 없지는 않지만, 그것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당원에게조차 공유되지 않는다면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수많은 미완의 정책보다 하나의 실현 가능한 비전이 훨씬 더 중요하다.

    소통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는 누구와 대화해야 합니까?”라는 참담한 질문을 현장에서 자주 듣는다. 정당은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는 기구이자 그 의견을 정책으로 번역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책이 일부 인사의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는 인식이 고착화하면서 당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

    윤리성과 도덕성 문제 역시 뿌리 깊은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반복되는 비위 의혹과 구설, 그리고 그에 대한 미온적 대응은 당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정치적 손익을 따지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국민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더 근본적 문제는 정체성의 혼란이다. 보수정당으로서 국힘은 지금 시대에 맞는 가치와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전통적 지지층은 지켜내되 동시에 새로운 세대를 설득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언어와 철학이 필요하다. 변화 없는 보수는 결국 대안이 되지 못한다.

    나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2025년 1월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산하에 ‘탐정특별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위원회는 당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실천형 기구로, 당원들이 전국 현장에서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조사하고, 보고하고, 해결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단순한 민의 수렴이 아닌, 정당 운영의 방향성과 민심을 연결하는 구조적 노력이다. 

    제발 당은 당원들의 이런 노력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치는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이다. 정당은 그 삶을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 국힘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원부터 지도부까지 모든 구성원이 지금 제기되는 문제에 정직하게 응답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에는 방향이 있다. 나는 오늘도 그 목소리를 기록하며 이 당이 다시 ‘국민의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 이진협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녹색환경위원장·탐정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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