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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윤 “북·미 정상회담 연말연초 평양 유력”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조셉 윤 “북·미 정상회담 연말연초 평양 유력”

  • ● 동맹의 가치 모르는 트럼프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
    ● 지소미아 연장 종료, 매우 나쁜 조치
    ● 최악의 시나리오는 주한미군 철수
    ● 시간은 자기네 편이라고 생각하는 北
    ● 한국 외교, 너무 단선적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연장 종료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미국 관리들이 한국에 대해 실망, 우려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한일 갈등이 미국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세상이 온통 ‘조국 뉴스’로 시끄러운 사이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사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바로 한미동맹 문제다. 

8월 말 한국을 찾은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한일담당 부차관보를 만나고 싶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는 워싱턴에서 손꼽히는, 영향력 있는 북한 전문가다. 

1985년 미국 국무부에 들어가 주한 미대사관 공사,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말레이시아 주재 미대사를 지냈다. 2016년 10월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돼 북한과의 연락 창구 역할을 해온 트럼프 행정부 핵심 당국자였다. 지난해 2월 국무부에서 퇴임하기 전까지 박성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와 수년간 뉴욕 채널을 가동했고, 2017년 6월에는 직접 방북해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귀국 후 사망)를 송환해 오기도 했다.


동맹에 신경 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났다. [판문점=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났다. [판문점=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그가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는 “도대체 지금 미국 내부에서 한미동맹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분위기가 매우 궁금하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그전에 트럼프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말로 시작했다. 문제의 원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찾는 그의 말이 다소 뜻밖이었지만 계속 듣고 있자니 결론적으로 지소미아 연장 종료가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말이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으리라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국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이나 동맹국 간 단합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한일 사이에서 막후 역할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해오던 조정자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악화된 측면도 있다는 거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정상회담이든 고위급 회담이든 한미일 3자가 만나 진지하게 논의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틀이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한미동맹을 얘기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게 가장 큰 변수다. 도대체 그가 ‘동맹’ 또는 ‘동맹의 가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동맹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우리로서도 모르겠다. 북한 김정은을 향해서도 정말 좋아서 좋다고 말하는 건지 어떤 건지 가늠이 안 된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자기네끼리는 러브레터를 보낸다고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리영호 외무상은 서로를 향해 욕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이 잘된다’고 하고 있지만 되는 건 없지 않은가. 

한국에 와서 정치인을 비롯해 여러 분야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트럼프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실제로 많이 듣고 있다. 특히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한국의 보수 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그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리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점점 ‘어 이건 아닌데’ 하는 걱정이 커지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지소미아나 북한 미사일 등 중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지켜보겠다’고만 하니 과연 미국이 우리 편이냐 헷갈리는 것 같다.” 

- 그건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국의 대북정책을 신뢰하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일관성 있게 다뤄왔다고 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국이 북한에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은가. 남북,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요한 넥스트 스텝을 밟아야 할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과 본격적인 네고(negotiation·협상)를 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고 있다.” 

-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시간은 이제 우리 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힘(핵 능력)이 세지니까 협상 레버리지도 더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내년 11월 선거에 절박하다는 것을 북한도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계산은 더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급한 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니까 기다리다 보면 미국이 뭘 주겠지 하는 것이다. 북한이 지금 제일 원하는 건 알다시피 제재 해제다, 100%는 못 얻어도 조금씩, 조금씩 석탄을 팔 수 있고 석유도 좀 들여오고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가는 것을 인정받는 것을 제일 원하고 있다. 한국이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열어준다고 해도 이건 북한에 큰돈이 안 된다. 석탄 파는 게 제일 중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상대가 북한”

- 정말 트럼프 대통령 머릿속에는 선거가 제일 중요한가. 

“당연하지. 그런 점에서 트럼프로서는 북한을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하고 잘 지내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반대 여론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 트럼프에게 중요한 외교정책은 대중(對中)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대북(對北) 정책이다. 둘 다 긍정적 국면으로 끌고 가야 미국 국민 앞에서 ‘가오’가 선다. ‘대통령인 내가 잘해서 세계가 이렇게 평화롭게 됐다’고 해야 국민 앞에 설 명분이 생기는 거다.” 

- 하긴 지금 북한은 미국 본토를 자극하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은 멈춘 상태다. 

“그렇다. 미국 국민에게는 지금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없어졌다. 전통적인 미국 워싱턴 식자층은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보통 사람들은 북한을 잘 다루고 있다며 평화를 가져오는 데 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적어도 (정상회담) 쇼를 계속하는 한 선거에 불리한 네거티브 요소는 없어질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곧 언젠가는 다시 북·미가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예상하느냐”고 묻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트럼프가 평양으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대목에서 추가할 것이 있다. 인터뷰가 이뤄진 9월 5일만 해도 북·미 대화 채널이 다시 작동될 것이라는 징후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미국으로 돌아간 며칠 뒤인 9월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9월 하순 대화 제의’를 공식화했고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9월 12일 “올해 중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화답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그의 예견에 힘이 실렸다. 9월 13일 워싱턴의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실무협상이 이달 말이나 10월 초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친 김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도 대북정책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볼턴과 트럼프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북한뿐 아니라 이란,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등 굵직굵직한 외교정책에서 트럼프가 원한 건 언제나 ‘딜(deal)’이었다. 볼턴은 강경론자에 원칙론자여서 딜을 스톱시키는 사람이다. 트럼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거듭 말하지만 재선에서 이기는 것이다. 볼턴 경질은 어떻든 북한으로서는 굿 뉴스다. 북한이 너무 싫어했던 인물이 물러났으니 딜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됐다고 봐야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공개 친서를 보내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도 9월 16일 나왔다. 다시 서울에서의 인터뷰로 돌아가보자. 

- 또 한 번의 정상회담 쇼가 벌어질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지금과 같은 ‘노딜’이 아니라 무조건 ‘딜’을 해야 할 것이다.” 

- 어떤 수준의 딜이 나올까. 

“영변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비핵화 로드맵(시간표)이라도 나와야 할 것이다. 사실 로드맵 만드는 것이 제일 쉽다. 써서 교환하면 되는 일정표니까 말이다. 미국이 또 원하는 건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데피니션(definition·개념정의)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과물에는 비핵화가 뭐라는 게 안 써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한다는데 아니 남쪽에는 지금 핵도 없는데 미국도 비핵화를 하라는 말인지, 미국의 핵전력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겠다는 수준인 건지, 괌에 있는 것은 괜찮다는 말인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따져서 합의해야 한다. 이밖에 영변 플러스알파와 관련된 딜은 굉장히 많다. 북한에서 과연 핵 신고와 사찰을 받아들일지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 아닌가. 핵을 동결한다고 할 때에는 뭘 어느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는 건지 등 향후 정상회담은 이뤄지더라도 북·미 간 매우 복잡다단한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 어떻든 북한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오히려 연일 미사일을 쏴대면서 핵능력을 높이고 있다. 

“맞다. 진짜 문제 되는 건 아무것도 터치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쉬운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20년, 30년 걸릴 문제다. 너무 낫싱(nothing)이라고 일도양단해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어떻든 펀더멘털 이슈는 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우선 동결이 중요하다.”


북핵 문제, 롱텀으로 갈 것

- 북한은 결국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 아닌가. 

“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상대가 북한이다. 사실 자기네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미국이 진짜 안전보장, 그것도 영원히 해준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 사람들이 오케이 할까. 북한 처지에서는 다른 거 다 실패하고 딱 하나 남은 게 핵인데 그걸 기브업(give up·포기)하라고 하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내가 북한 쪽과 이야기할 때 ‘비핵화 어떻게 할 거냐’ 물으면 미국과의 적대관계 해소가 먼저다, 체제 비판하지 마라, 주한미군 훈련 중단하라 등등 주르륵 고정 레퍼토리가 나온다. 골치 아프다. 핵 포기 조건은 오로지 그 사람들만 알 것 같다(웃음). 북한에 뭘 주면 핵 포기를 받아낼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 국무부에서 오랫동안 일한 외교관이 트럼프를 모르겠다고 하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아는 트럼프는 딜을 원한다. 전쟁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 계속 위협, 위협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다. 그걸 북한이라고 모르겠나. 이미 파악이 끝난 거다. 북한이 지금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오는데 그만큼 레버리지가 더 생겼다는 의미다. 필요하지 않은 딜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 처지에서 중요한 것은 해법을 내는 게 아니라 시간 끌기로 현상유지를 하면서 롱텀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트럼프가 원하는 게 과연 뭘까, 다들 궁금해하고 그 의중을 알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노벨상 욕심 때문인가 하는 의심도 있었다, 재임 기간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장담하니까 정말 무슨 대단한 해법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하지만 롱 텀으로 가게 될 것 같다. 트럼프가 재선이 되든 안 되든 미국도 일관된 대북정책을 갖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5년 안에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 난센스라고 본다.” 

그는 평소에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이 비핵화를 끝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에는 필요한 단계와 절차가 있는데 그 단계를 다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에 대해서도 “스스로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판단할 때 포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 종료 통보 이후 언론보도를 보면 미국 내에서 현 정권의 정책 방향을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한마디로 이번 조치는 매우 나쁜 조치다. 미국 분위기는 물론 굉장히 안 좋다. 미국 쪽에서는 동맹에 대한 한국의 커미트먼트(commitment·헌신)가 얼마인지 의문을 갖게 됐다. 내가 더 리스키(risky)하게 보는 건 앞에서도 거듭 말했지만 트럼프라는 사람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거다. 지소미아를 파기할 정도로 동맹에 대한 한국의 생각이 그렇다면 왜 우리가 돈을 많이 써가면서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느냐고까지 물을 사람이다. 그만큼 동맹 관리가 더 힘들어진다. 지소미아는 안보 문제인데 경제 쪽에서 촉발된 문제가 안전보장 문제로 확장된 것이어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상황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작금의 상황에 대해 미국이 기분 나쁜 것은 틀림없다.” 

외교관답게 신중한 어조가 몸에 밴 그도 이번 사태에 대해 걱정이 많은 듯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지켜보겠다’고만 말하고 있는데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라 불안하다. 

“여러 시나리오 중 나쁜 시나리오로 갈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미국 처지에선 한국이 동맹에 대해 커미트먼트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꽤 있다.” 

- 나쁜 시나리오라면? 

“우리 미군들이 목숨 걸고 한국을 지킬 필요가 있느냐 뭐 이런 이야기들까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어떻든, 지금 세계 질서를 뒤틀리고 흔들리게 만들고 있는 근본 이유가 바로 트럼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와중에 지소미아 연장 종료 같은 것을 통해 자극하면 한국에 득 될 것이 없다. 미국도 트럼프 때문에 너무 혼란스럽고. 복잡하다. 미국은 철저히 미국 국익을 위해 가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국익은 동북아시아에 미군이 필요하고 중국은 조심하자는 균형 전략이었는데 모든 게 바뀌고 있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잘 봐서 한국은 한국의 이익을 잘 계산해야 한다. 트럼프가 지금 가만히 있다고 해서 마치 묵인하고 있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동맹 관리 측면에서 경제 문제를 경제로 풀어야지 안보 문제로 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원하느냐와 관련된 문제”

3월 3일 경기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3월 3일 경기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의심도 클 것 같은데.

“그건 새로운 건 아니다.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때도 그런 의심을 살 만한 일들이 있지 않았는가. 이번 사태는 그 정도가 아니라 한국이 과연 한미동맹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는 질문과 관련된 측면이 더 크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지소미아 문제로 한미동맹이 마치 단박에 깨질 것처럼 우려하는 것도 너무 과장됐다고 본다. 지소미아 연장 종료가 재앙은 아니다. 잘 살펴야 한다”며 “독도 군사훈련 같은 것도 과연 이 시점에서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독도는 이미 한국 땅이고 한국이 지키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한발 한발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한국 정부에 조언을 더 해준다면 

“우선 첫째, 아무리 미국이 비판을 받아도 미국하고 가까운 게 낫지, 멀리하면 더 힘들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너무 가까운 나라이고 욕심이 꽤 많은 나라다. 조금 멀리 두는 게 괜찮지 싶다. 나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일했고 인도네시아, 태국에서도 일했지만 그쪽은 중국을 잘 알고 꽤 조심한다. 이 대목에서 한마디 짚고 넘어가자면 한국 외교 정책은 너무 단기적이고 단선적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무조건 북한하고 잘 살아야 한다, 보수 쪽은 무조건 미국하고 가까워야 한다는 식이다. 외교 문제를 너무 흑과 백으로 본다. 중간이 별로 없다. 지금처럼 복잡하게 전개되는 국제 질서에서는 장기적 안목의 외교정책을 짜야 한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한국이 외교적으로 점점 고립돼간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앞서가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재선? 장담할 수 없다”

-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일본의 경제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베 신조 총리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역사 인식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다. 미국 안에서도 그렇다. 이스라엘 외교관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 ‘너희는 어떻게 독일을 용서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하도 (독일이) 사과해서 피곤해서, 이제 됐다 그만해라 그런 상황이 됐을 정도’라고 답하더라. 일본의 하토아먀 유키오 전 총리도 ‘일본은 한국이 사과하지 말라고 할 때까지 사과하라’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에서도 미국 사회에서는 이걸 인권문제로 생각해서 한국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비록 한일 정부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징용 문제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아무리 정부끼리 합의했다고 해도 일반 시민이 소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어떻든 힘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국력이 약하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한국에 불리한 것 아닌가. 

“파국적 상황으로까지 가지는 않으리라 본다. 경제도 사람도 얼마나 얽혀있는가. 사람도 그렇지만 나라 간의 관계도 항상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없는 업 앤드 다운이라는 게 있다. 안타까운 것은 외교가 더 열심히 작동하고 미국이 역할을 더 해야 하는 데 하지 않으니 더 혼란스럽다.” 

-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지난 선거를 되짚어보면 7만 표 차이로 이겼다. 민주당 밭이었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3개 주를 이긴 것이 승리를 가져다줬다. 미국 유권자가 1억2000만~1억3000만 명인데 7만 표 차이라면 엄청난 박빙이었다. 트럼프의 승리는 거의 미러클(기적)이었다고 보면 된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아무도 결과는 모르지만 재선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 미국 경제가 좋은 것은 트럼프에게 유리하지 않은가. 

“여태까지는 괜찮았는데 다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 리세션(recession·경기후퇴국면) 징후를 말하나? 

“경제 데이터란 게 늦게 나오니까 아직은 모른다. 만일 다운이라면 올해 말에나 가서 알 수 있을 것이다.” 

- 미·중 무역전쟁은 어떻게 되는 건가. 

“중국과의 분쟁을 원하는 사람이 미국 내에는 꽤 있겠지만 미국 밖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세계가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중국을 너무나 쉽게 봤다고 생각한다.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본 것 같은데 절대 아니다. 시진핑 주석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다. 그의 자리(주석직)는 선거가 필요 없는, 그야말로 종신직이다. 민주주의가 아니니까 내부 컨트롤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조건이 훨씬 낫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지만 트럼프한테 제일 좋은 건 선거 바로 직전에 미·중 갈등이 해결돼 ‘미국이 이겼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북한 경제 나아지는 것은 틀림없어 보여”

조셉 윤 “북·미 정상회담 연말연초 평양 유력”
물론 중국에 문제가 많다. 한국도 많이 당했지 않나. 미국의 외교 전략은 아무래도 중국이 더 커지고 강해지니까 전보다 큰 텐트 안에서 같이 살자는 거였다. 그런데 중국이 텐트가 우리 것이라고 하니 이걸 어떻게 다룰 것이냐, 이게 미국 내 제일 큰 고민이다. 한쪽에서는 중국을 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쟁자로 보고 같이 룰을 만들고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갈수록 중국을 적으로 봐야 한다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 지금보다 더 거친 싸움의 시대가 올 것이다.” 

- 북한 상황은 어떤가.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시장화가 많이 된 것과 농업 사유화를 통한 인센티브 효과 덕분이다. 수확물의 70%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건 엄청 큰 거다. 땅, 전기, 물, 집, 다 개인이 사고 팔 수 있다. 아파트도 개인이 짓게 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컨트롤이 줄어드는 딜레마가 있다. 어떻든 아무리 국제 제재가 심해도 경제는 1990년대처럼 악화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 경제는 중국 개혁·개방 초기 상황으로 보인다. 각종 민영화를 통해 사업 허가권을 주면서 부자도 많이 생겼다.” 

- 김정은이 정치를 잘하는 건가? 

“정치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넘버원 아닌가. 내부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북한 쪽 카운터파트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자주 만났는데. 

“매우 잘 훈련돼 있다. 게다가 ‘굿 잉글리시!’ 권위도 있고 자신감을 갖고 이야기했다. 위로부터 매우 신뢰를 받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태도다. 협상 파트너가 내부에서 힘을 가지고 있을 때는 협상 테이블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없다. 그런 점에서 최 부상은 매우 좋은 파트너였다.”


“최선희? 굿 잉글리시!”

- 오랜 경험을 가진 외교관으로서 지금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제일 중요한 건 정치하는 사람들의 파워는 한계가 있다는 거다. 정권은 바뀌는 것이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구나 글로벌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어떤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풀리는 때가 온다. 중요한 것은 혼란의 진폭을 줄이는 매니지먼트를 잘하느냐다. 상황을 풀려고 너무 애쓰면 스트레스 받는다(웃음).” 

그는 잔잔하게 웃었지만, 그의 미소에서는 치열한 외교 현장에서 오래 단련된 사람들만이 가질 법한 냉정함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런 말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굉장히 성공한 나라다. 내가 1963년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로 갔는데 나이지리아가 더 잘살던 때였다. 몇 년 뒤 영국에 가니까 교회에서 헌금을 받으면서 한국과 인도의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부끄럽고 창피했다.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이 작은 나라가 G20까지 들어왔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늘 시끄럽고 사람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밖에서 볼 때와 차이가 너무 나서 놀라울 정도다. 사회가 너무 갈라져 있고 항상 우리 편과 적으로 나뉘는 게 걱정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사회는 ‘조국 사태’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사이 우리 생존에 가장 중요한 안보와 경제 이슈는 완전히 묻혔다. 앞이 캄캄한 이 혼돈의 시대에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신동아 2019년 10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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