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수 대풍그룹 총재, “한국 자본에 관심 없다”<신동아 인터뷰>
- 백두산에선 중국 최대 관광 투자 사업 진행 중
- 나진항을 동북3성 상하이 잇는 중국 內港으로 확보하는 게 목표
- 북중경협 확대는 한국에 득일까, 실일까
북한과 중국이 신(新)밀월 시대를 맞았다. 중국은 후견인을 자처했다. 북한은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과 중국의 도시는 분주했다.
베이징
김정일-후진타오(胡錦濤) 상봉과 회담은 5월5, 6일 베이징(北京)에서 이뤄졌다.
“천안함 침몰이 김정일에게 도움을 줬다. 지원만 부탁하는 건 자존심 상한다. 미제와 남조선이 공화국을 윽박지른다는 식으로 국제문제를 거론하면서 지원을 요구하는 게 모양이 좋다.”
1992년부터 북한을 들여다본 수출입은행 배종렬 선임연구위원(국제경영학 박사) 분석이다.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양국의 우의는 공산당과 노동당, 양국 인민의 귀중한 재산이다.”(후진타오)
“양국의 선대 지도자들이 이뤄놓은 우의는 시대의 비바람으로 시련을 거쳤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김정일)
다롄
김정일은 방중 첫날밤을 다롄(大連)의 푸리화(富麗華)호텔에서 묵었다. 다롄은 랴오닝(遼寧)성 랴오둥(遼東)반도 남단 항구도시. 김정일은 다롄항을 시찰했고, 수산물가공회사를 견학했다. 다롄경제기술개발구도 둘러봤다.
함경북도 나선특별시 항만 개발의 모범으로 삼으려는 행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롄을 추천했으리라고 본다. 시곗바늘을 1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9년 7월1일 중국 국무원은 랴오닝연해경제대발전규획(遼寧沿海經濟帶發展規劃·랴오닝연해경제벨트)을 국가전략으로 비준한다. 이 전략의 골자는 1핵 1축 양익모델. 1핵이 다롄, 다롄-잉커우(營口)-판진(盤錦)이 1축. 점·선·면 발전전략에서 ‘면’은 발해익(발해연안) 황해익(황해연안)이다. 발해익은 판진~후루다오(葫蘆島), 황해익은 다롄~단둥(丹東)을 잇는다.
랴오닝연해경제대발전규획의 목표는 셋이다. ①북방연해지역 발전 ②동북3성과 환발해 지역 융합 ③국가 간 경제협력(북중경협). 김정일이 이 전략의 중심도시에 선 것이다.
신의주
다롄~단둥을 잇는 황해익은 신의주에서 북한을 만난다.
중국은 2005년 동북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10년간 투입 총액이 한화 기준으로 200조원에 달한다. 동북3성-북한 연계개발 의지가 숨어 있다”고 한 외교소식통은 전한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과 중국이 압록강 하류 위화도를 자유무역지구로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신의주는 북중경협의 출입구, 동북3성은 북한경제의 배후지. 중국은 북중경협을 통해 유통과 기술, 생산과 교류를 일체화하고자 한다. “북한 경제를 중국 경제에 예속시키겠다는 뜻”이라고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경제학박사)은 말했다.
시곗바늘을 석 달 전으로 되돌려보자.
북한과 중국은 2월25일 단둥-신의주를 잇는 압록강대교 신설을 약속했다. ‘조선 정부와 중국 정부 사이의 압록강 국경다리 공동건설과 관리에 관한 협정’이 체결된 것. 신의주에선 옛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황해익은 신의주를 출입구로 한반도를 지향한다.
개성
김정일이 기차로 압록강을 건너기 이틀 전 중국, 홍콩 기업인 20여 명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기업 만선, 코튼클럽을 둘러봤다. 만선은 숙녀복을, 코튼클럽은 내의를 만든다. 중국, 홍콩 기업인들은 북한이 외자유치 창구로 지정한 박철수(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총재)가 데려왔다.
언론은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에 대비해 중국자본을 기웃거린다”고 보도했다. 이임동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개성에 군침 흘리는 중국기업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에서 한국기업을 쫓아낼 소지는 적다”는 게 다수(多數) 전문가의 견해다. 개성공단 근로자 4만명을 배치할 곳도 마땅치 않다.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접는 것 또한 어렵다. 입주업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박철수는 견학 목적으로 개성공단을 찾았다. 시선(視線)은 신의주, 나선, 평양을 향해 있다. 북한이 신의주 나선 평양에 중국·홍콩기업을 유치하려고 개성공단이라는 실물을 보여준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한국이 격앙했는데도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장난을 친다.”(개성공단 입주기업인 A씨)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 합의한 기숙사를 짓지 않는다”면서 인력 공급을 안 해줘서다.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엔 잉여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 관료가 완장 두른 ‘돔방각하’처럼 행동한다. 근로자를 A사에서 B사로 옮기는 식으로 횡포를 부린다.
입주기업 관계자 B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정부도, 북한 정부도 싫다. 스트레스 받아서 못 해먹겠다. 돈 벌기엔 개성이 최고지만 손해 보더라도 베트남으로 옮겨 편하게 살자는 생각도 든다.”
남북경협이 뒷걸음, 게걸음 치는 사이 “북중경협은 기왕의 물자교환 수준에서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chapter 2 금강산, 백두산
분주한 도시를 들여다봤으니 자연으로 눈을 돌려보자. 금강산, 백두산은 한반도가 자랑하는 명산이다.
금강산
김정일이 중국 방문을 채비하던 4월23일 북한은 “금강산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등 남조선 당국의 5개 부동산을 몰수하고, 나머지(민간 소유) 부동산도 동결한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투자손실 1조3000억원을 떠안았다.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밑 작업 때 견인차 노릇을 한 현대아산은 존폐(存廢)의 기로에 서 있다. 금강산에 남은 인력이 먹고 자는 공간을 제외한 금강산 내 재산에 동결 딱지가 붙었다. 현대아산은 구조조정 급여삭감 순환휴직으로 버텨왔다. 회사를 떠난 직원이 700명(절반은 금강산에서 일하던 조선족)에 달한다.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자포자기 심정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 빅딜이 성사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선 희망이 없다.”
현대아산은 건설업, 국내관광으로 돈을 벌어 연명한다. 국내관광 사업엔 ‘평화 생태 체험과 함께하는 여행’이란 광고 문구를 달았다. 대기업이 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부끄럽다. 여행 경비가 2만~4만원대다.
시계추를 다시 뒤로 돌려보자.
김정일은 지난해 10월4일 평양에서 원자바오(溫家寶·중국 국무원 총리)를 접견했다. 하루 전 북한과 중국은 문서 8개에 조인했다. 그중 ‘중국 관광단체의 조선관광 실현에 대한 양해문’이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지금, 중국 여행사들은 평양 개성 휴전선 금강산 원산을 둘러보는 4박5일 관광상품을 5400위안(한국돈 88만원)에 팔고 있다. 한국인이 떠난 자리를 중국인이 벌충하는 것이다.
백두산
중국의 백두산공정이 냄비에 물 끓듯 한국을 달군 적이 있다. 백두산공정은 설계도대로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 언론이 싣지 않은 중국 언론 보도 한 토막.
“장백산 국제관광 휴양구(백두산 관광단지)는 중국 최대 관광 투자 대상으로 부지면적은 30㎢, 건설용지는 10㎢이다. 총 투자액은 200억위안에 달한다.”(길림신문, 2009년 8월29일자)
지난해 8월28일 중국 민영기업 4곳이 장백산 국제관광 휴가구 착공식을 거행했다. 백두산 관광은 옌볜(延邊)조선족자치구의 수입원. 백두산 개발로 지름길이 뚫리면 타격을 입는다.
백두산은 한국의 영산이면서 북한의 영산이다. 김정일은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선전된다. 그 백두산에서 중국 최대 관광 투자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chapter 3 인물
박철수, 원자바오를 창(窓)으로 북중경협을 들여다보자.
박철수
대풍그룹 총재이면서 조선국가개발은행 부이사장인 박철수의 한국어 억양은 서울내기가 알아듣기 힘들었다. 위압적이면서도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다.
“한국 언론 문제가 심각해요. ‘신동아’도 똑같아요. 나중에 정식으로 문제 삼으려고 합니다.”
박철수가 개성에 가기 전 국제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난 조선족. 1990년대 후반 중국 국영 석유회사에서 근무했다. 북한 군부에 휘발유를 공급하면서 평양과 친분을 쌓았다. 남북경협 현장에선 ‘박성철’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 때 한국 기업에 투자 제안을 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실제로 비즈니스가 성사된 일은 없다. 박철수는 사기꾼이란 말까지 나돌았다.
박철수가 한국 언론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은 “대풍그룹의 외자유치가 실패할 것”, “국가개발은행은 백일몽”이라는 식의 보도가 한국에서 나온 탓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본에도 관심이 많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관심 없다”고 답했다. “창지투(長吉圖)와 나선시에 다녀왔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말했다.
박철수는 3월 기업인을 대동하고 나선시를 찾았다. 육지와 바다를 잇는 물류중심지로 개발하기로 했다고 한다. 육지는 중국, 바다는 동해를 가리킨다. 대풍그룹은 5월 중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통한다.
그는 궁금한 게 있으면 문서로 보내라면서 e메일 주소를 일러줬다. 17개 항목으로 이뤄진 질문지를 보냈으나 답장이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는 꺼져 있거나 받지 않았다.
북한통으로 손꼽히는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의 분석.
“대풍그룹은 북한이 중국과 협의한 후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선 지금처럼 활동하지 못한다. 대풍그룹은 중국자본 유치만을 목표로 한 회사로 봐야 한다.”
원자바오
원자바오는 후진타오보다 북한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 그는 시장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
원자바오는 지난해 10월5일 평안남도 회창군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에 있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의 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자부심이 넘쳤다.
“마오안잉 동지, 벌써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이제 조국은 강대국이 됐으며 인민은 행복합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원자바오가 6·25전쟁 때 전사한 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찾은 건 의미심장하다.
1990년대 이후 북중관계를 혈맹(血盟)이라고 표현하긴 어렵다.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공유한 동맹이지만 적지 않은 갈등을 노출했다. 북한과 중국은 각각 미국에 편승하면서 상대를 소외시킨 적도 있다. 2000년 이후 북한에서 중국을 어느 선까지 믿고 의존할 것인지를 두고 시각차에 따른 논쟁이 벌어진 적도 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민족주의 정서가 강하다. 중국에 예속되는 것을 경계해왔다. 원자바오의 열사묘 참배를 두고 혈맹의 복원, 맹방의 복원이란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원자바오가 열사묘를 찾기 하루 전 북한과 중국은 ‘경제원조에 관한 합의문서’ ‘경제기술협조에 관한 협정’ ‘교육기관 사이의 교류 및 협조에 관한 합의서’ 등 8개 문서에 조인했다. 원자바오는 김정일에게 정부지도 기업참여 시장작동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 수준에서 합의해 결정한 뒤 사업은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운용하며, 실행단계는 민간기업이 북중합작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원자바오-김정일 만남을 계기로 북한의 중국 쏠림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김정일은 5월7일 방중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길에 6·25 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해방군 묘역(항미원조열사릉)에서 참배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chapter 4 중국의 전략
끝으로 전략이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고구려 영토, 역사와 관련해 역사적·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신조선전략은 중조일치(中朝一致)가 키워드다. 신조선전략의 각론은 이렇다.
①신조선전략의 목표는 중국의 안정이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영향력 속으로 편입하거나 완충지대를 상실하는 걸 우려한다.
②중앙+지방+군의 북중경협을 바탕으로 동북3성과 북한을 연계해 개발한다.
③동북지역을 개발하면서 조선족 사회를 한족화한다.
④동북3성과 북한 연계 개발로 황해경제권, 동해경제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
⑤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을 해나가는 중국식 개발 노하우를 전수한다.
위안화 경제권
철도 도로 항만은 돈이 흐르는 길. 압록강, 두만강을 횡단하는 1389㎞의 둥볜다오(東邊道)철도가 2011년 완공된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쑤이펀허(綏芬河)와 랴오닝성 다롄을 잇는다. 중국은 이 철도공사를 진행하면서 서간도, 동간도의 조선족 집성촌을 해체했다. 돈이 흐르는 길목에 창지투(長吉圖) 개발계획이 있다.
지난해 8월30일 중국 국무원은 창지투 개발·개방 선도구를 위한 두만강 구역 합작 규획 요강을 국가전략으로 비준했다. 북한과 러시아를 가르는 두만강 유역은 중국 영토가 아니다. 중국이 동해로 진출하려면 나진항을 거쳐야 한다. 창지투 개발·개방 선도구가 성공하려면 항구는 필수 조건이다.
한국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지만 원자바오 방북(10월), 김정일 방중(5월) 사이에 창지투 개발계획과 관련해 북한, 중국은 분주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엮으면 그림이 커진다.
①11월18일 : 중국 국무원이 창지투 개발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②11월25일 : 량광례(梁光烈·중국 국방부장)가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난다. 선양(瀋陽)군구 정치위원 지난(濟南)군구 부사령이 동행했는데, 북중 변경무역은 군부가 관장한다.
③12월1일 : 중국이 지린성 랴오닝성 당서기를 교체한다.
④12월16일 : 김정일이 나선시를 현지 지도한다.
⑤1월4일 :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나진·선봉을 묶은 나선시를 특별시로 승격한다.
⑥1월20일 : 대풍그룹 이사회 1차 회의가 평양에서 열리고 조선국가개발은행 설립을 발표한다.
⑦1월27일 :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을 개정한다.
⑧3월6일 : 이용희(李龍熙) 옌볜조선족자치주장이 옌볜자치주를 옌볜시로 조정할 의사를 표명한다.
⑨3월10일 : 국가개발은행 1차 회의가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열린다. 이즈음 대풍그룹 총재 겸 조선국가개발은행 부이사장 박철수가 나선시를 방문한다.
⑩3월15일 : 나선시 인민위원회와 중국 훈춘(琿春)시정부가 북한-중국을 잇는 교량공사 착공식을 거행한다. 훈춘시가 공사비 360만위안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김정일의 첫 방문지인 다롄을 핵으로 한 랴오닝연해경제벨트와 창지투 개발·개방 선도구를 중국이 공식화한 것은 동북진흥 계획이 한 단계 심화했다는 걸 의미한다. 다롄-선양-창춘(長春)-하얼빈(哈爾濱)을 잇는 선과 창춘-지린-투먼-훈춘을 잇는 선을 연결하면 거대한 삼각형이 나타난다. 아래쪽 변은 둥볜다오 철도. 주강삼각주 장강삼각주 환발해구역을 잇는 네 번째 점·선·면 발전전략은 북한의 외화벌이 실리추구와 맞물리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창지투 지역을 산업단지로 키워 10년 후 역내 GDP(국내총생산)를 4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이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문제는 동해로의 출해권이다. 러시아, 북한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국 함대는 한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다. 19세기 서세동점(西勢東漸) 시대가 웅변하듯 상선이 가는 곳엔 군함이 정박한다. 중국 해군의 동해 진출은 나진항이 동북3성과 상하이(上海)를 잇는 중국의 내항(內港)으로 구실하는 걸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이 반길 리가 없다. 창지투 개발은 열강의 이권이 걸린 국제 문제다. 북한의 독재자가 미국, 일본과 대화할 때 레버리지로 구실할 수도 있다.
창지투 개발을 동북공정, 신조선전략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북중 접경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중국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이 진나라 때의 만리장성 동쪽 끝을 산해관에서 단둥으로 옮겼다. 고고학적 연구 결과를 바꿔버린 것이다. 랴오닝성은 연나라 장성의 동쪽 끝을 북한 영토인 청천강으로 늘렸다. 옌볜조선족자치주 해체를 넘어 더 큰 그림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새로 점령한 지역에선 문패를 바꿔달곤 했다.”(수출입은행 배종렬 연구위원)
중국 위안화의 공격적 행보도 심상치 않다. 중국이 패권의 야심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에선 위안화가 자국 화폐처럼 거래된다. 한국도 위안화 결제를 시작했다. 한국기업이 중국과 교역할 때 달러보다 위안화로 결제하는 게 수수료가 줄어 이득이다. 북한 주민은 장마당에서 달러, 위안을 북한 돈처럼 쓴다. 한반도가 위안, 달러가 다투는 전장(戰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윌리 램 제임스타운재단 연구원은‘차이나 브리프’3월호에서 “중국의 대북 지원 확대는 미국에 대한 반발”이라고 밝혔다.
#epilogue
북한의 중국 쏠림에 속도가 붙고 있다. 북한이 중국 주도로 개혁·개방에 나서는 건 한국에 득일까, 실일까. 북한 경제가 중국 경제에 예속되는 건 실일까, 득일까.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먼저 경제적 이해(利害)로만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경제학자들이 이런 견해를 주로 내놓는다. 종속론에 기초한 정치적 해석은 위성국가론, 동북4성화론에 방점을 찍는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이 신식민주의 이론에 입각한 의견을 내놓는다. 이 같은 주장은 포용정책의 근거로도 활용된다. 북중경협 확대가 북한을 자본주의화로 이끌면서 변화의 촉매제로 구실하리라는 분석 또한 적지 않다. 한국에 해가 될 게 없다는 거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이 그렇다. 미중(美中) 관계의 향방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는 유보론도 있다.
한반도, 아니 동아시아에 회오리바람이 분다. 길을 잘못 들면 속도 내도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