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개국 CEO급 481명 참가, 국제 네트워크 기회
- IMD 한 해 연구성과 보여주는 쇼케이스 OWP
- 글로벌 CEO들의 여름 캠프
- 오케스트라에서 배운다… 리더는 지휘자, 팀원은 연주자
- 6일간 OWP 프로그램 참가비 1500만원
IMD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등과 함께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IMD는 이코노미스트 평가 세계 MBA 2위에 올랐고, 더타임스 등 다른 평가에서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명문이다. 특히 이 학교는 최고경영자 교육 과정(executive education)의 인기가 높아 2008~10년 세계 2위를 유지했다.
이 학교에서 외부인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오픈 프로그램 21개 가운데 가장 큰 행사가 바로 OWP다. 인원도 가장 많이 몰리고, 프로그램도 그만큼 다양하고 알차다. 도미니크 투르팽 IMD 총장은 “OWP는 교수·교직원이 모두 동원돼 치르는 연중 가장 큰 행사이며, IMD의 쇼 케이스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1500만원(1만2000스위스 프랑)에 달하는, 말 그대로 ‘비싼’ 수업료를 내고 45개국에서 481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기업의 중견 간부와 CEO들로 구성됐다. 소니, 필립모리스, 비자카드 등 낯익은 다국적 회사 이름들도 보인다. 영국 독일 등 구경제권(old economy)뿐 아니라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경제권(emerging markets)에서 온 사람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40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는 벨기에 중소기업 프리플렉스앤(Preflex·)의 CEO 미셸 웰터스씨는 “회사가 마케팅 변화 등을 겪으며 현명한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어서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브라질 보험회사 윌리스(Willis)의 시미즈 마케팅 이사는 “미래는 불확실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왔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소셜 네트워크 지도에 한국인 없어
OWP 참가자의 소셜 네트워크 지도에 한국인은 없다.
곧바로 이어진 첫 가이드 수업에서부터 참가자들은 즐거운 충격을 받는 표정이었다. 강연 제목은 ‘디지털 원주민과 소셜 미디어(Digital Natives and Social Media)’.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디지털 원주민은 개인을 중시하는 1980년대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 ‘나 세대’(Generation Me)의 또 다른 용어로 쓰이고 있다. 2018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50%가 이들로 이뤄진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과 태도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아는 게 중요해진다. IMD 연구 펠로인 스테파니 웩 박사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디지털 난민(Digital immigrants)이다”라고 발언하자 청중은 박장대소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40대 이상이어선지 디지털 세대의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들이 발표되자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올해 OWP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참가자들은 휴식 시간에 눈만 마주쳐도 손을 내밀고 “만나서 반갑다”며 통성명을 했다. 나이, 피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스스럼이 없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아이패드를 통해 상대방 연락처를 알 수 있는데, 기자는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에 아이패드상에서도 그들과 차단돼 있었다. 만날 때마다 일일이 명함을 건네야 했지만, 참가자들도 명함을 준비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OWP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사교의 장임을 모두 인식하고 온 것이다.
눈만 마주쳐도 통성명
이어 국가경쟁력 평가로 IMD의 명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스테파니 가렐리 교수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2011년 세계 경쟁력과 그 너머’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그는 특유의 유머와 에너지를 가지고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 매끄럽게 풀어갔다. 그는 정부(국가)의 힘이 커지면서 재정 지출이 늘어나고, 그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경기 침체가 9년 순환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2018~20년의 경기침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날 오후의 전채요리 같은 맛보기 강의들은 호기심과 면학의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OWP의 ‘메인 요리’라고 할 수 있는 강좌는 평일 오전 오후 종합 세션(plenary session)과 맞춤형 세션(stream session)으로 나뉘었다. 종합 세션 주제는 ‘익숙한 것을 넘어’ ‘E-멘토링’ ‘아이디어 사냥꾼’ ‘고객 관리’ ‘글로벌 남쪽의 부상’ ‘평판 인식 차이: 판매 신장을 위한 새로운 통찰’ 등 9개, 맞춤형 세션은 ‘리더십 사파리(Safari)’ ‘드림 팀’ ‘패밀리 비즈니스 이끌기’ ‘전략적 성장 이끌기’ ‘거시경제학과 금융시장’ ‘날씬한 경영혁신 이끌기’ ‘신흥 시장’ ‘글로벌 위험과 위기 관리’ 등 15개로 이뤄졌다. 맞춤형은 두 가지만 고를 수 있다.
‘디저트’로는 고급 모터사이클 회사 할리데이비슨 CEO 키스 완델, 스위스 고급 시계회사 위블로 CEO 장 클로드 비버, 2012년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 세바스티엔 코 등 외부 유명인사의 저녁 강연이 하루씩 예정돼 있었다.
인기 강좌 …리더십 사파리
하루 일과는 아침 8시30분부터 1시간동안 진행되는 종합 세션으로 시작됐다. 이 강의가 끝나면 오전 맞춤형 세션 3시간, 점심 1시간15분, 오후 종합 세션 1시간, 오후 맞춤형 세션 3시간, 저녁 강연 1시간 순으로 이어졌다. 중간 중간 휴식이 있었지만 쉽지 않은 강행군이었다. 점심과 저녁은 IMD가 전용 레스토랑에서 제공했는데, 참가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자는 주로 휴식 시간과 식사 시간을 이용해 다른 참가자들의 프로그램 비평을 들을 수 있었다. 기자의 체험과 참가자들 인터뷰 등을 토대로 올해 OWP에서 제공한 콘텐츠 가운데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28일 맞춤형 세션의 ‘리더십 사파리’ 둘째 시간. 소주제는 ‘함께 일하는 것의 어리석음’. 담당 교수인 벤 브라이언트씨는 참가자들에게 ‘인공신장’이라는 제목을 단 종이를 나눠줬다. 7명 1조로 분류된 60여 명의 참가자는 어느 병원의 심사위원회 위원들이라고 가정하고 한 가지 만장일치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과제였다. 병원에 인공신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치명적 위험에 내몰린 이용 희망 환자 5명 가운데 1명을 골라야 했다. 다섯 명의 처지는 모두 달랐다. 갓 약혼한 19세의 젊은 남자 라지, 자녀 넷을 둔 가정주부 레베카, 유능한 과학자이지만 가정에는 엉망인 중년 남자 앤드루, 열심히 사는 20대 기혼남 조지,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30대 독신 여성 루 가운데 누구를 고를 것인가.
IMD 교정의 레스토랑은 참가자들과 허물없이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다.
브라이언트 교수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 자신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힘과 신뢰, 협력이라는 역학관계의 역동적 측면을 이해하는 게 리더십의 기본이다”고 말했다.
스웨덴 다국적회사 SKF 프랑스지사에서 근무하는 베누아 드 돌로도 판매팀장은 “리더십 사파리는 직장으로 돌아가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강의였다. 팀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석할 수 있는 방법도 배웠고, 힘의 긴장과 관계, 리더십의 문제 등에 대해서 과거에 몰랐던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OWP 6일째 마지막 수업을 마친 뒤 브라이언트 교수는 참가자들로부터 “강의 내용이 좋았다”는 감사의 인사를 수없이 받았다.
“참가자들이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갖고 이 세션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몇몇 그룹은 내가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는데, 마음을 열고 자신의 직장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이가 많았다.”
실용적… 글로벌 위험과 위기 관리
이집트와 튀니지의 민주화 혁명, 리비아와 아이보리 코스트의 내전, 일본의 지진과 원전사고, 멕시코만의 기름유출…. 세계화 시대 기업에는 이런 자연재해와 사회·정치적 변화도 큰 위기로 다가온다. 해외에 사업장을 갖고 있다면 해당 지역에서의 마케팅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곳의 외부적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일도 중요해진다.
맞춤형 세션 ‘글로벌 위험과 위기 관리’는 ‘아이디어 사냥꾼(Idea Hunter)’의 저자인 빌 피셔 교수와 IMD 협력프로그램 책임자인 타냐 카파시니가 맡았다. 피셔 교수는 다국적 기업 등에는 “위기가 일어나느냐 일어나지 않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어났을 때 어떤 위기 대응 계획을 세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실제적 해법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주력했다.
피셔 교수는 간단한 수업 안내에 이어 지난 3월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사태를 보도한 CNN 동영상 뉴스를 보여주며 비슷한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일본에 있는 한 다국적 회사에 근무하는 영국인 이안씨가 가볍게 한마디 던진다.
“내가 그때 도쿄에 있었다.”
사람들의 눈길이 그에게 쏠리자 그는 지진 초기 정전 사태, 원전 사고와 쓰나미 소식을 접했을 때의 충격, 침착했던 일본 사람들에 대한 인상 등 생생한 체험담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이런 위기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로 직원 보호를 위한 1차 조치, 고객에 대한 서비스 유지, 피해 지역을 돕기 위한 조치, 기업 명성 훼손 최소화, 현지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참가자들은 그룹 토의를 통해 실제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대처방안을 찾는 훈련 등을 통해 실제적 감각을 익혔다. 스위스 외무부 위기관리센터 센터장인 크리스티앙 드제이씨는 초청 연사로 참석해 위기상황에서 스위스 정부가 해외에 나가 있는 국민 보호를 위해 어떤 계획에 따라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한 ‘계획은 쓸모없지만 또 필수적이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복잡한 위기상황에서도 사전 준비와 민첩한 조직적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드제이씨뿐 아니라 스위스 연방정부 관리, 다국적 기업 네슬레 위기관리 담당자, 적십자 직원, 항공회사 비행사 등의 경험담들은 이 세션의 실용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누구나 관심…신흥 마켓
종합 세션 ‘글로벌 남쪽의 부상(The Rise of the Global South)’을 강의한 장 피에르 레만 교수는 신흥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수세기 만에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개발도상국의 부상임을 강조했다.
“수세기 동안 서구가 지배력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중국 브라질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멕시코 칠레가 새로운 선두주자가 되고 있다. 이들의 부상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점이 바로 그들 간의 연대가 더 굳건해졌다는 점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과 브라질은 서로 거래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중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가 브라질일 정도로 변했다. 앞으로도 이런 변화는 계속될 것이고, 비즈니스 환경도 바뀌어나갈 것이다. 승자는 이런 변화를 알아차리고, 이 변화를 추동하는 힘을 이해하며,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을 알고 그 기회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개발도상국 신흥 마켓과 관련된 내용 가운데 역발상도 눈에 띄었다. ‘평판 인식 차이’ 연구로 유명한 로사 전 교수의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역발상 혁신) 강의가 대표적이다. ‘리버스 이노베이션’은 애초 다국적 기업들이 신흥 마켓에 공급한 값싼 제품을 선진국으로 가져가서 공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혁신 과정 자체를 뒤집어보는 것이다. 대부분 생각하고 있는 신흥 시장 공략법은 선진국의 고가 제품을 품질이나 가격을 낮춰서 개도국에 가져다 파는 것인데 ‘리버스 이노베이션’은 이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저가형 LCD TV, 에어컨도 라디오도 없는 타타의 소형차 나노(Nano), 다시아의 소형차 로간(Logan), 네슬레의 즉석 수프 매기(Maggi)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로사 전 교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을 위한 전략으로 △개도국에서 성공한 제품에 한할 것 △브랜드 개명 △제품뿐 아니라 과정도 혁신 △글로컬라이제이션(고가는 선진국, 중고품은 개도국 공급)과 차별화 △개도국 시장의 특성을 공유하는 선진국 시장 확인 등을 꼽았다. 그는 “물론 ‘리버스 이노베이션’은 장점도 많지만 자기시장 잠식의 우려도 있고, 복제품으로 오인받을 수도 있다. 기업은 이런 장단점을 알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구본형씨의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연상시키는 ‘익숙한 것을 너머(Beyond the Familiar)’라는 주제의 강연도 흥미로웠다. 이 세션은 경영자가 적극적인 대(對)고객 통찰을 바탕으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실제적인 생각구조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IMD에서 14년 동안 고객관리 등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고, 최근 강연과 같은 제목의 책도 펴낸 숀 미한 교수는 다양한 성공·실패 사례를 들어가며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994년 4월 경제지 포춘이 ‘세계에서 가장 잘 관리되는 회사’라는 수식어를 붙였던 모토로라는 당시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이 45%였다. 그러나 14년 뒤인 2008년엔 9%로 떨어지고 후발주자인 노키아에 40%의 시장을 내주게 된 사례를 통해 고객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다.
경영자가 당장 점검해야 할 일로 미한 교수는 다섯 가지 질문을 제공했다. 첫째, 중간 관리자가 고객과의 약속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가. 둘째, 중요한 팀 멤버가 고객의 신뢰를 가장 훼손하는 세 가지를 말할 수 있는가. 셋째, 당신의 브랜드가 고객에게 최고의 선택이며, 다음 달 혹은 내년까지 그것이 이어질 수 있는가. 넷째, 지난해 익숙한 것을 너머 엄청난 제품 창안으로 이어진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는가. 다섯째, 잘나가는 직원들이 당신이 불편해할 질문을 하거나 중요한 개선사항을 제시한 적이 있는가.
“이번 참가자들의 연령대와 출신 지역이 다양해서 흥미로웠고, 그들이 갖고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일선에서 일하는 참가자들이 내 책의 아이디어 중 어떤 부분에 공명하는지 느낄 수 있어 나에게도 유익한 시간이었다.”(미한 교수)
흥미로운 연구… 가족형 기업
한국에서는 가족형 기업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OWP는 오히려 이를 장려하고 맞춤형 세션까지 마련하고 있었다. IMD는 22년 된 가족형 비즈니스 센터(Family Business Center)까지 갖추고 전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몇 가지 전문 프로그램도 만들어두고 있다. 이 센터를 이끄는 요하킴 슈와스 교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한 조직 가운데 하나인 가족형 기업은 바로 그 ‘가족형’이라는 점 때문에 생기는 특이한 장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점은 직원과 주요 이해관계자가 충성도 높은 관계를 발전시키고 장기적 투자와 고품질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 내의 문제와 긴장관계 등에 얽매이기 쉬운 단점도 있고, 특히 통제권에 대한 관심이 불거져 나오면 성장과 기회가 제한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OWP 프로그램을 총괄 지휘하는 도미니크 투르팽 IMD 총장.
OWP에는 기업에서 팀을 이뤄 참가한 경우가 많았다. 영국의 다국적 리크루팅회사 헤이스(Hays) 25명, 다국적 에너지 회사 노블 20명, 네덜란드 스히폴그룹(Schiphol group) 연합팀 10명, 덴마크 스카우앤컴퍼니(Schouw · Co) 9명 등 모두 44개 팀이 몰려왔다. 지난해엔 모두 27개 팀이 참가했다. 이처럼 팀 단위 참가자가 많은 이유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OWP에 팀을 위한 맞춤형 세션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팀 세션에는 외부인 참관이 제한돼 기자가 내부 분위기를 엿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세션의 목적은 분명하다. 하나의 팀이 자기 역할을 어떻게 재점검하고, 성과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심층 탐구가 이뤄진다. 전통적으로 혁신적인 리더십은 리더와 평사원의 관계에서 어떻게 리더가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그들을 자극하고 지원할 수 있는지를 다루지만, 이 세션에서는 팀의 차원에서 상호소통을 통해 어떻게 집단적으로 신뢰와 자극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다룬다. 올해는 안전, 에너지, 창의력, 회복력, ‘드림 팀: 미션 파서블(Dream Teams: Mission Possible)’이라는 주제로 각각 5회 수업이 진행됐다.
럭셔리… 드림 팀
신포니에타 드 로잔 지휘자가 한 참가자에게 지휘를 해보도록 지휘봉을 넘기고 있다.
6명의 직원과 함께 OWP에 참가한 SKF 프랑스 지사의 베누아 드 돌로도 판매팀장의 소감이다.
“일반 종합 세션 일부는 강의가 좀 추상적인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 맞춤형 세션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리더십 사파리와 코르동 교수의 ‘날씬한 경영혁신 이끌기(Leading Beyond Lean Excellence)’를 들었는데 둘 다 아주 좋았다. 코르동 교수의 강의는 비즈니스와 협력사 관계를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비전통적인 비즈니스 환경에서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갖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알려줬다. 이것은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코르동 교수는 우리에게 ‘여러분이 처음 왔을 때보다 더 혼란스러워지고, 더 많은 질문을 갖고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분이 강의 시간에 살펴본 사례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동감한다. 마지막으로 OWP에서 좋았던 점은 네트워킹이다. 1주일간 아이패드를 통해 참가자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종합하면 이 프로그램에 110% 만족한다.”
왜 이번 프로그램의 이름이 ‘관현악 연주처럼 성과 이루기’(Orchestrating Winning Performance: OWP)인가. 그 이유를 마지막 ‘깜짝’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알 수 있었다. 인트로덕션 시간처럼 참가자 대부분이 참가했는데, 특이하게도 무대를 채운 것은 강의자가 아니라 신포니에타 드 로잔(Sinfonietta de Lausanne) 오케스트라였다. 처음엔 참가자들을 위문하기 위해 오케스트라를 초청한 줄 알았다. 그런데 지휘자 장 마크 그로브씨가 마이크를 들고 조금씩 설명하는 순간 울림이 전해져왔다.
“음악은 지휘자로부터 나와요.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손과 몸짓, 악보를 보고 소리를 내고, 전체가 어우러지는 음악으로 변형시켜야 해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줄게요. 로시니의 작품 ‘세빌리야의 이발사 서곡’을 먼저 분석해보겠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배운다
지휘자는 먼저 첼로만 베이스음을 내도록 요구했다. ‘잔잔잔잔잔…’ 단조롭기 그지없다.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다음엔 첼리스트가 소리 냈던 부분을 바이올리니스트들만 소리 내게 했다. 이번에도 어색하기만 하다. 그 뒤 지휘자는 같은 부분을 관악기주자가 연주하라고 손짓했다. 그런데 지휘자가 손을 젓고 있지만 관악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는 원래 관악주자가 쉬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연주의 일부분이에요.”
그제서야 청중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다시 같은 부분을 원래 악보대로 모든 악기가 연주하게 하자 금세 풍부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왔다. 지휘자는 다시 청중에게 지휘를 어떻게 하는지 설명한 뒤 청중 가운데 지휘를 해보고 싶은 사람을 한 사람씩 앞으로 나오게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A씨는 박자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연주자들이 혼란스러워했고, B씨는 무뚝뚝하게 박자만 맞춰서 단조로운 음악을 만들어냈으며, C씨는 지나치게 격렬하게 지휘해서 큰 웃음을 자아냈다.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기업 경영에 대입하면 지휘자는 리더이고, 연주자는 직원들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조화로운 소리가 나느냐는 곧 얼마나 훌륭한 경영 성과를 달성했느냐와 같은 의미다. 계획을 짜고,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서 조화로운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리더의 일인데, 그것이 결코 말처럼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오케스트라 수업을 통해 ‘계획(악보)에 대해 공유하기, 정확한 시간(박자) 조정, 쉴 때는 쉴 것, 리더의 자질에 따라 성과(음악의 아름다움)가 죄우된다는 점, 리더가 직원(연주자)의 업무 흐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 리더(지휘자)는 미리 길(지휘봉과 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은 상징(메타포)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신포니에타 드 로잔의 짧은 공연이 끝난 뒤 일본 중견 식품회사 가고메의 인사총무부 총무인 가니에 도루(39)씨는 이번 프로그램 참여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해외 진출 기업들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IMD에 왔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특히 리더십과 신흥 경제국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신흥 시장은 기회가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지만 정말 도전해보고 싶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좀 문제가 됐지만 일본에서도 MBA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수업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글로벌 CEO들의 여름 캠프
덴마크 대기업 스카우앤컴퍼니 존 톰슨 회장도 대체로 만족을 표시했다.
“어떤 강의는 내게 잘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곳에서 여러 가지 교훈과 정보를 얻었다. M·A를 통해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문제, 조인트 벤처의 미래 등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 특히 유익했다. 우리 그룹의 6개 회사가 모두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미국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 때문에 신흥시장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도 도움이 됐다.”
IMD를 나온 기자는 레만호 주변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며 지난 6일간의 열띤 배움의 시간을 되새김질해보았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들이 머리에 가득해서였을까. 이상하게도 머리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잘 쉬다가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투르팽 총장의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가족형 기업을 이끄는 부자들에게는 OWP가 일종의 여름 캠프다. 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그들은 이탈리아나 남프랑스로 다시 휴가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