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_ 이충렬 지음, 김영사, 416쪽, 1만8000원
혜곡 최순우는 1945년부터 1984년까지 박물관에서 문화유산과 함께 살았던 ‘박물관인’이다. 외롭고 고독한 길이었지만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는 신념과 확신을 갖고, 근대의 끝자락에서 현대까지 39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우리나라 박물관 역사에 수많은 전설과 신화를 남기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문화와 전통의 가치가 경시되던 시대에 무지와 무위무책에 맞서 아름다움의 의미와 가치를 역설하는 수많은 글을 남겼다. 개성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학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오르기까지 보여준 노력과 뚝심도 시대를 초월해 본받을 만한 감동적인 삶의 자세다. 그런 그의 삶은 전기를 쓰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나는 글을 쓰기에 앞서, 두 가지를 다짐했다. 하나는 혜곡의 삶과 그가 추구했던 가치, 꿈을 완벽하게 복원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하나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전기를 쓰겠다는 것이다. 초고를 쓰면서 그의 삶을 올곧게 나타내기 위해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화두는 ‘혜곡 정신’이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으로 요약되는 혜곡 정신을 놓치지 않아야 그가 글 속에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최순우와 관련된 문화재에 대한 설명도 단순한 해설이 아닌 관련 에피소드로 흥미롭게 접근하려 했다. 1950년대 말부터 시작한 국외 전시마다 호송관과 전시담당 학예사 구실을 했을 때의 에피소드, 전남 강진에서 청자가마터를 최초로 발견해 훗날 강진이 ‘청자의 고향’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일화 등을 통해 유물과 고적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혜곡은 1974년 서울 암사동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기원전 3000년경의 빗살무늬토기가 발굴되자 한국미술의 역사를 5000년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일본의 3대 박물관에서 ‘한국미술 5000년전’ 순회전시를 했고, 이 전시는 일본인에게 일본 문화의 뿌리가 한국에 있음을 보여줬다. 일본 전시가 큰 성공을 거두자 미국 정부와 8개 도시 박물관에서도 순회전을 요청했다. 그가 이름 짓고 기획한 ‘한국미술 5000년전’은 우리나라 박물관사에 길이 빛나는 전시가 됐다.
이번 책을 쓰면서 나는 눈물을 자주 훔쳤다. 혜곡이 천신만고 끝에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됐을 때, 축하의 꽃다발을 들고 달려가고 싶었다. 시작과 끝을 모두 알고 글을 쓰지만, 막상 그 장면을 서술해나가는 순간에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울컥했다. 혜곡이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는 펜을 놓고 반나절을 울었다. 이 모든 것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는 “박물관이 나의 무덤”이라는 평소의 말대로 관장으로 재직하다 별세했다. 허다한 전설을 만든 그는 그렇게 전설이 됐고, 영원한 박물관인이 됐다.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는 이런 삶을 산 최순우의 일대기다. 최순우를 기억하는 것은 한국 문화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고유성을 순례하는 길이다.
이충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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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부 _ 양순자 지음
‘30년간 사형수들을 보내며 얻은 삶의 가치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저자는 현재 73세로, 30년간 사형수를 위한 종교위원으로 활동해왔다. 그가 2010년 대장암 선고를 받은 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사람이 ‘어른’이 되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정리했다. “나는 사형수들을 떠나보내면서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의연해졌어. … 사형수들에게 일러준 대로 나도 가면 되는 거야.” “내가 잠깐 입원했던 암 병동에는 많은 암환자가 있었는데 성장의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가 다 달랐어. 긍정적으로 암을 안고 가는 사람, 의사와 병원을 잘못 선택했다며 골이 나 있는 사람. 이들은 얼굴 색깔부터가 달라. 그러고 보면 아프고 난 뒤 모두 다 성장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 선택은 각자의 몫이야”처럼 따뜻하고 친근한 목소리 속에 깊이 있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시루, 240쪽, 1만3000원
세상에 없는 무대를 만들다 _ 박명성 지음
뮤지컬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등을 제작한 스타 프로듀서의 인생 이야기.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의 대표이자 명지대 영화뮤지컬학과 교수인 저자는 지금껏 무대에 올린 작품 14편을 소개하며 “공연을 잘 만드는 일, 그것은 곧 사람을 잘 만나는 일이다. 그냥 만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야말로 제대로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은 그가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이다. 1000회 공연 기록을 세운 ‘맘마미아!’ 스태프들의 눈물과 땀, ‘아이다’ 배우 선발 오디션 과정에서 벌어진 치열한 경쟁, 베스트셀러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연극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들 등 다양한 공연계 사람들 이야기가 흥미롭다. 저자가 1999년 뮤지컬 제작을 시작한 뒤 10여 년 동안 몸으로 익힌 공연 성공 노하우와 한국 공연문화의 미래를 위한 제언도 담겨 있다. 북하우스, 284쪽, 1만3800원
알리바바닷컴은 어떻게 이베이를 이겼을까? _ 윈터 니에·캐서린 신·릴리 장 지음, 황성돈 옮김
“중국 경제가 최근 급속히 발달한 배경에는 지역 사영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스쿨 IMD의 교수인 윈터 니에와 캐서린 신, 그리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자를 거쳐 현재 IMD 연구원으로 일하는 릴리 장 등 세 명의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중국 전역에는 550만 개 이상의 사영기업이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최근 국제적인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저자들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기업간거래(B2B) 사이트 ‘알리바바닷컴’ 등 중국의 사영기업 창업자 20명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이들이 글로벌 선발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시장 전략과 상품 전략을 세웠는지 분석한다. 부제는 ‘중국 경제의 원동력, 사영기업의 비밀을 파헤친다’다. 책미래, 272쪽, 1만4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용(龍)과 춤을 추자 _ 조영남 지음, 민음사, 416쪽, 2만5000원
중국은 세계 강대국으로 빠르게 부상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해와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독재국가 중국의 힘이 커지면 주변 국가를 복속시킬 것이고, 한국은 중국의 조공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신(新)중화질서론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많은 내부문제로 중국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중국붕괴론도 있다. 군사대국이 된 중국이 북한을 흡수하고 한국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는 중국위협론도 나온다. 잘못된 이해와 여기서 기인하는 근거 없는 두려움이나 자신감은 올바른 중국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를 해소하는 길은 중국의 부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뿐이다.
이 책을 쓰면서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중국을 우리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대응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원칙이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의 부상에 대한 이해도 달라야 하고 대응책 또한 달라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미국이나 일본의 중국 연구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것을 통해 중국을 이해하려고 한다. 저자는 여기서 벗어나, ‘우리의 관점’이라는 방침에 따라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한국에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 중국은 세계 강대국으로 등장할 것인가? 둘째, 중국은 고도성장을 지속할 것인가? 셋째, 중국은 언제 민주화될 것인가? 넷째, 바람직한 대중국 정책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대답은 이렇다. 먼저, 중국은 10~20년 후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겠지만 불완전한 강대국이 될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 기존 강대국과 달리, 중국은 불균등성, 지역성, 취약성이라는 세 가지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시아에 신중화질서가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중국의 고도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2002년부터 전면적 소강(小康) 사회 건설이라는 국가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의 국정 목표는 법치(정치), 전환(경제), 민생(사회), 평화적 부상(외교)이다. 올가을 5세대 지도부가 등장해도 이 정책은 유지될 것이다.
게다가 당분간은 공산당 일당제도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30년 전부터 싱가포르를 본받아 정치 개혁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인권과 국민 기본권의 보장에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정치체제는 전보다 더 합리적이고 능률적으로 개선됐다. 중국이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관여(교류와 협력), 위험분산(경계와 대비), 다자주의(타국과의 협력)로 구성된 대중국 정책 삼중주(policy trio)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세 정책의 무게중심이다. 우리가 북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만 이 세 가지 정책을 잘 추진할 수 있다.
조영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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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평양건축 _ 안창모·크리스천 포스토펜 지음, 필립 뭬제아 엮음, 윤정원 옮김
“수령님의 업적과 위대성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가장 직관적이고 항구적인 수단은 기념비 건축물이다. 기념비 건축은 인간과 함께 영원히 존재하며, 사회발전과 세대교체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사상의식에 능동적으로 작용한다.” 김정일이 쓴 ‘건축예술론’의 일부다. 이 글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건축에는 ‘사상과 이념’이 깊이 배어 있다. 독일 출신의 출판편집인으로 평양을 여러 차례 방문한 크리스천 포스토펜은 주체사상탑을 “170m까지 치솟아 신성시되는 탑은 권력의 우상화라는 관점에서 서구 교회의 기능에 비견된다”고 평가하는 등, 평양의 공간 구성과 각각의 건물에 담긴 의미를 꼼꼼하게 읽어나간다. 공동 저자인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평양의 역사를 요약하고,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을 둔 북한의 도시 설계 등에 대해 설명한다. 도서출판 담디, 368쪽, 2만5000원
입시개념어사전 _ 강남메가스터디 입시진학연구소 지음
“현재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2000개가 넘는 전형 개수, 복잡한 전형 내용으로 인해 입시전문가조차 어려워하는 실정이다. 입시용어 또한 난해하다 보니 …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내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입시전문가 집단이 ‘입시 개념어’를 분석, 정리한 책을 펴낸 이유다. 저자들은 ‘수시모집’ ‘정시모집’ ‘추가모집’ 등 널리 쓰이지만 정확한 뜻을 알기 어려운 단어부터 ‘실질반영비율’ ‘비교내신’ ‘미등록충원’ 등 원서 작성 단계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개념까지, 현행 입시 제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용어 66개를 골라 사전 형식으로 풀이했다. 또 ‘합격의 히든 카드, 모집 단위의 크기를 보라’ ‘요즘 뜨는 이색학과, 특성학과’ 등 입시 정보를 덧붙이고, 기존 입시에서 합격하거나 불합격한 학생의 수능 점수와 내신 등을 분석·정리한 ‘케이스 스터디’도 실었다. 동아일보사, 260쪽, 1만3000원
조선의 리더십을 탐하라_ 이영관 지음
김종직의 2인자 리더십, 개혁주의자 정약용의 위기관리, 세종대왕의 인재관리, 혁신으로 백성을 리드한 전봉준, 덕치주의 지도자 황희….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인 저자는 조선의 위대한 리더 20명을 선정한 뒤 각각의 특징을 분석, 정리했다. 더불어 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을 방문한 답사기를 덧붙였다. 김종직이 풍류를 즐긴 영남루, 정약용의 다산초당, 세종대왕의 휴양지 온양행궁, 전봉준이 전투를 치른 황토현, 황희정승 유배지 광한루 등이다. 그는 “이 유적지들은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우리 조상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자리다. 이곳에서 조선왕조를 지탱한 리더십의 본질을 검토하면 한국적 리더십이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수양대군, 명종, 인조 등 ‘조선 사회를 퇴보시킨 권력자들’의 과오에 대해서도 다뤘다. 이콘, 336쪽, 1만38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_ 김동욱 지음, 돌베개, 320쪽, 2만3000원
도산서당은 퇴계 이황이 61세 때 지은 작은 서재다. 49세에 스스로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온 이황은 고향 근처 여러 곳을 전전하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땅을 얻었다. 직접 평면도를 그리고 고치기를 반복한 끝에 5년이 지나 비로소 집을 완성했다. 마루방 하나, 온돌방 하나, 그리고 군불을 땔 수 있는 부엌 겸 헛간 하나가 다였다. 10평(약 33m²) 정도의 크기다. 이 작은 집에서 10년을 지내면서 여러 권의 책을 쓰고, 제자도 가르치고 때때로 주변을 산보하며 지냈다. 매화꽃 핀 이른 봄날에는 매화 향기에 취해 시를 짓고 달 밝은 밤에는 외로운 심사를 또 시로 읊었다. 이렇게 쓴 시를 모아 시집으로 엮었다.
요즘 많은 직장인이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작은 집을 장만해 사람 간섭받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꿈을 꾼다. 이황처럼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내려가 소박하게 사는 삶을 진지하게 꿈꾸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더러는 용기를 내 이를 실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힘들여 장만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생각처럼 낭만적이지 못하다. 도회지에서 못 느끼던 외로움이 크게 다가오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에 회의도 찾아온다. 무엇보다 단출하게 지으려던 집이,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마련하다보면 점점 커져서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도산서당은 작은 집이지만 한 사람의 선비가 지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방 한 칸은 공부하고 잠자기에 충분하고, 마루 한 칸은 손님과 환담을 나누고 주변 경치를 보며 휴식하는 데 알맞다. 그리고 부엌 한 칸이 있다. 군더더기가 없는 집이다. 선비들이 꿈꾸던 서재의 이상향에 가깝다. 화려한 단청도 없고 요란한 장식도 없다. 굵은 네모기둥에 간결하고 소박한 창문, 일직선의 반듯한 지붕이 있을 뿐이다. 그 모습은 단정한 선비의 자태를 연상시킨다. 온돌방은 한 사람이 조용히 앉아 책을 보고 잠을 자기에 알맞은 크기고, 마루는 찾아오는 손님 두세 명을 맞아 환담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선시대 선비의 풍모를 빼닮은 건축인 셈이다.
70세에 이황이 세상을 뜨자 제자들이 서당 뒤에 스승을 추모하는 사당을 짓고 또 강당을 갖춰 서원으로 꾸몄다. 나라에서 도산서원이라는 현판을 내렸다. 서원은 지금까지 잘 남아 있다. 물론 도산서당도 이황이 지었던 모습 그대로 있다.
이황은 8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젊을 때는 그다지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서재를 지으려는 갈망을 한시도 버리지 않았다. 이 책에서 나는 가난한 선비였던 이황이 어떻게 자신의 생활을 다스리며 땅을 구하고 집을 지었는지를 살폈다. 숨을 거둘 때까지 그 집에서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제자들과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 후 도산서원이 세워지면서 서당 건물은 어떻게 오늘까지 무사히 전해지게 되었는지를 썼다. 딱딱해지기 쉬운 건축 설명이 김성철 사진작가의 아름다운 사진 덕분에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한다.
김동욱│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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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_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하버드 법대를 우등 졸업한 변호사인 저자는 어린 시절 수줍음 많은 책벌레였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곧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어느 날 “진화론의 관점에서 내향성이 하나의 성격 특성으로 살아남은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직접 이유를 찾아내기로 마음먹는다. 이 책은 이후 7년간 저자가 학술논문, 잡지기사를 찾아 읽고 수천 명과 온·오프라인 인터뷰를 한 끝에 완성한 결과물이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내향적인 성격도 외향적인 성격만큼 가치 있으며,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그는 아인슈타인, 쇼팽, 고흐 등을 예로 들면서 “인류의 위대한 사상, 예술, 발명품 중 수많은 것이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접속해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알에이치코리아, 476쪽, 1만4000원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_ 신재원·이진한 지음
대형병원에 가면 언제나 가장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NO’다. “복통의 경우 맹장염이 의심되는 경우 외과가 있는 중소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 대형병원에 가면 전공의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중소 병원에서는 대개 전문의가 수술하기 때문이다.” 의사 출신으로 각각 MBC와 동아일보에서 의학전문기자로 일하는 두 저자는 일반인이 궁금해할만한 여러 질문에 이처럼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인삼·오가피 등 건강기능식품과 비타민·글루코사민·오메가-3 등 영양제를 섭취할 때 주의할 점, 약과 음식 사이의 궁합처럼 유용한 의학적 조언도 곁들인다. 포괄수가제 등 각종 의료계 이슈를 소개하고, ‘치과 전문의가 밝히는 풍치와 임플란트 과잉 진료의 진실’ ‘종양내과 전문의가 밝히는 항암제 치료의 진실’ 등 현직 의사가 쓴 실질적인 의료 정보도 수록했다. 리더스북, 344쪽, 1만5000원
원 클릭 _ 리처드 L. 브랜트 지음, 안진환 옮김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4가지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닷컴의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는 26세 때인 1990년, 당시 근무하던 뉴욕의 투자은행에서 인터넷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는 일을 맡았다. 이때 인터넷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한 그는 곧 회사를 그만두고 서점 사이트 개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아마존’을 창립했다. 사업은 번창했고, 베조스는 2000년부터 미 항공우주국의 지원을 받는 우주여행업체 ‘블루 오리진’을 설립해 우주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베조스가 이처럼 성공하게 된 비결로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는 것,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언제나 처음처럼의 마인드를 갖는 것 등을 꼽았다. 자음과모음, 271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패션 뮤즈 _ 조엘 킴벡 지음, 미래의 창, 352쪽, 1만5000원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사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유일하게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라고. 100년 전쯤 그가 한 이 말이 예언처럼 들어맞는 시대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의(衣)와 식(食)과 주(住)가 생존을 위한 기본수단이 아니게 된 지 오래다. 특히 ‘의’는 ‘패션’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개명했다. 인간의 생(生)과 사(死)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고가의 드레스와 액세서리 그리고 시계와 백을 앞세운 ‘패션’은 마치 신흥 종교라도 되는 양 많은 사람에게 동경과 추앙을 받는다. ‘의’라는 삶의 기본 수단의 지위에서 벗어나, ‘사치’라는 조금은 불명예스러운 이름과 ‘문화’ 혹은 ‘산업’이라는 고결한 이름으로 존재한다. 이제 패션은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고 신분을 드러내는 시금석으로,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문화의 한 장르로, 시장을 구축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렇게 생존수단이던 ‘의’를 거대한 카테고리로 발전시킨 공신(功臣)은 패션을 다룬 미디어일 것이다. 패션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상품을 알리는 데, 또 그들이 이 상품을 강렬하게 열망하도록 만드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는 패션을 다루는 신문과 잡지 그리고 광고였다. 인간의 소유욕과 사치심을 자극해 패션 시장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온 그들, 패션 미디어들은 산업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인지도와 대중 장악력을 지닌 셀러브리티(celebrity·명사)를 투입했다. 패션과 셀러브리티는 이내 수어지교(水魚之交)가 됐다. ‘패션 뮤즈’는 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패션과 셀러브리티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할리우드 스타는 패션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의 대상이 되는 ‘뮤즈(muse)’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필자는 지젤 번천,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 제작현장에서 일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이야기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동아일보 웹 매거진 O2에 칼럼을 연재했다. ‘할리우드 in the AD’라는 제목의 이 글들이 이 책 ‘패션 뮤즈’의 모체가 됐다.
‘패션 뮤즈’에는 할리우드의 황금기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던 패션 뮤즈들의 레드카펫 위에서의 이야기와, 각종 패션 브랜드 광고 캠페인 및 패션 매거진의 커버와 화보 작업을 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들, 그리고 최근 들어 한국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 늘어가는 할리우드 스타와 슈퍼모델들의 숨은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이 내용을 통해 스타들이 어떻게 패션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패션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스타와 패션 그리고 숨겨진 뒷이야기. 이보다 더 재미있는 주제가 어디 있겠는가.
조엘 킴벡│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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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의 선물 _ 심경호 지음
620년 전 탄생해 519년 동안 이어진 조선의 역대 국왕 27명은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보냈을까. 이 선물은 국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의문을 갖고 조선왕조실록을 꼼꼼히 훑었다. 조사 결과 조선의 국왕은 신료, 공신, 종실, 부마, 지방관 등 사대부와 왕실 고위층뿐 아니라 군인, 백성, 귀화인, 외국사절, 궁궐의 시녀 등에게까지 골고루 선물을 나눠줬다. 품목도 저택, 관직, 노비부터 얼음, 타락죽, 소금, 귤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국왕이 이런 선물을 통해 신뢰, 격려, 감사의 뜻을 표현하면 받은 이는 문서나 의식, 혹은 행동으로 충성을 서약했다. 저자는 이에 따라 국왕의 선물은 신하와 소통하는 통치의 한 양태였다고 밝힌다. 선물 목록 등을 통해 드러나는 당대의 시대상과 각기 다른 왕의 성품이 흥미롭다. 책문, 520쪽, 2만4000원
가장 인간적인 인간 _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미국의 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25세 때인 2009년 ‘튜링 테스트’라는 이벤트에 참가했다. ‘튜링 테스트’는 인간 대 컴퓨터의 대결 게임으로, 심사위원단이 인간인지 컴퓨터인지 알 수 없는 상대방과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각각 5분간 대화를 나눈 뒤 어느 쪽이 인간인지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프로그램은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은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라는 상을 받는다. 저자는 컴퓨터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평가받기 위해 기계와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성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이 테스트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뽑혔다. 이 책은 그가 찾아낸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에 대한 소개서다. “21세기의 역사는 인간과 컴퓨터의 경계선을 긋고 또 긋는 역사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인상적이다. 책읽는수요일, 436쪽, 1만6000원
질병의 종말 _ 데이비드 B 아구스 지음, 김영설 옮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의대 교수인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주치의로 널리 알려진 암 전문가다. 그는 현대 의학의 암 치료법에는 문제가 많다고 고백하며, “암은 … 여성 3명 중 하나, 남성 2명 중 하나가 일생 동안에 걸리게 되는 강적이다. … 하루빨리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20세기 서양 의학이 맹신했던 ‘질병감염설’의 오류. 모든 질병의 원인을 외부에서 침입한 감염원에서 찾는 이 이론에 따라 서양 의학은 그동안 암을 침입자로 여기고, 종양 제거를 곧 치료로 여겨왔다. 저자는 그러나 “이제 몸과 병의 관계를 새로운 복잡계로 바라봐야 한다. 종양 자체도 간, 심장, 폐처럼 우리 시스템의 일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른 생활습관과 체질에 따른 건강관리를 통해 암을 예방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한다. 청림Life, 384쪽,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