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프로 입문, 2017년부터 1부 리그서 뛰어
대회 때마다 동행하는 엄마와 수다 떠는 게 멘털 관리에 도움
2023년 목표? 꾸준히 잘하는 선수 되고파
기회 되는 대로 미국·일본 대회 출전할 것
2022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으로 KLPGA 대상을 수상한 김수지 프로. [지호영 기자]
2022년 KLPGA 대상은 김수지 프로에게 돌아갔다. 2위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6승을 기록하며 ‘대세’를 입증한 박민지 프로였다. 상금왕과 다승왕은 박민지 프로 차지였지만 대상과 최저타수상은 김 프로에게 돌아갔다.
김 프로가 대상을 수상한 비결은 2022년 한 해 꾸준한 성적을 거둔 것에 있다. 30개 대회 중 27개 대회에 출전한 김 프로는 1개 대회에서만 컷 탈락 했을 뿐 우승 2회, 준우승 2회, 3위 2회, 4위 3회, 5위 1회 등 무려 10개 대회에서 TOP5 안에 들었다. 그뿐 아니라 17개 대회에서 TOP 10 안에 랭크되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김수지 프로는 몇 개 대회에서 반짝 잘한 게 아니라 매 대회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늘 잘했고, 그 결과가 대상 포인트 1위로 이어진 것이다. ‘Player of the Year 2022’ 수상자 김수지 프로를 수원CC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KLPGA 대상과 최저타수상을 수상한 2022년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한 해가 됐다. 그 비결이 어디에 있을까.
“대회 때마다 최대한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2022년에도 첫 우승이 후반에 나왔다. 상반기에는 2위, 3위에 그친 경우가 많아 우승에 대한 갈증이 컸을 것 같다.
“조급한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시우 코치님께서 ‘하던 대로 하면 되니까 조급해하지 말라’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주변에서도 ‘잘될 테니 걱정 말라’며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런 말씀 덕분에 여유를 갖고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수지 프로는 “대회 때마다 최대한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초등학교 2학년 때 취미로 골프 시작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력도 중요했을 것 같다.“체력적으로 힘들거나 피곤하면 나도 모르게 스윙이 틀어지거나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코치님께서 스윙을 바로 잡아주셨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루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틀어진 것을 바로잡아주신 것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김 프로는 “원래 하던 대로 스윙이 잘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선수 스스로 점검하기는 어렵다”며 “대회 시작 전 공식 연습 일에 이시우 코치와 함께 코스를 돌며 틀어진 스윙을 바로잡고 코스 공략에 대해 조언을 들었던 것이 실제 경기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잘 가르치는 스승과 그 가르침을 충실히 이행한 제자의 환상 조합이 KLPGA 대상 수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2022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골퍼지만 김 프로는 프로 입단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경우는 아니었다.
골프채는 어떤 계기로 잡게 됐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집중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부모님 권유로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골프가 직업이 된 것인가.
“그전에 수영도 하고 발레도 했는데, 골프가 제일 재밌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골프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해 계속 골프를 했고, 프로 입문 자격이 주어지자마자 2014년 입단했다.”
프로 입문하자마자 1부 투어에서 활동했나.
“프로 입단 후 처음 3년은 2부 투어에서 뛰었다. 2017년에 1부에 진출했다.”
KLPGA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수 기록 코너를 살펴보면 김 프로는 2017년 이후 1부 투어에서 활동한 기록이 상세히 나타나 있다. 한동안 중간 정도 성적을 유지하다가 2020년 급격히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다.
2020년 성적이 크게 나빴던데.
“상금 순위 60위까지 다음 연도 시드를 주는데 그 안에 못 들었다. 시드를 못 받아 11월에 Q스쿨 시드전에 나가게 됐고, 거기서 랭킹을 끌어올려 다시 올라왔다.”
프로 선수들에게 찾아온다는 슬럼프에 빠진 건가.
“전체적으로 경기 경쟁력이 떨어졌다. 골프는 흐름이 중요한 운동인데, 당시 경기 흐름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시드를 잃었을 때 충격이 컸겠다.
“개인적으로도 속상했고, 나를 믿고 영입해 준 메인 스폰서(동부건설)에도 죄송한 마음이 컸다.”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냈나.
“시드를 잃은 나에 대해 실망이 클 줄 알았는데, 스폰서 분들이 자신 없어 하는 나에게 오히려 ‘넌 할 수 있다’ ‘힘내라’고 말씀하며 끝까지 응원해 주셨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도 나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 주신 분들 덕에 빨리 1부로 복귀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스폰서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그때 정말 그분들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울타리 같은 존재인지 절실히 느꼈다. 한국토지신탁과 동부건설 경영진께 감사드린다.”
2부 내려갔다 복귀하니 마음가짐 달라져
1부 투어에 복귀하자마자 첫 우승을 했다.“2부로 떨어졌다 다시 1부로 돌아와 보니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크게 바뀌더라.”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졌나.
“그전에는 ‘또 대회에 나가네’ 하며 당연하게 여겼다면 1부로 복귀한 뒤에는 대회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오더라.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나를 믿고 응원해 준 분들께 성적으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회 출전을 소중하게 여긴 것이 첫 승으로 이어진 것인가.
“우승했을 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아쉽게 2등한 대회보다 마지막 날 잘 쳐서 3위로 마친 대회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골프를 하다 보면 그런 날이 있지 않나. 마음먹은 대로 볼이 잘 떨어지는.”
아마추어 골퍼는 그런 날을 ‘그분이 오신 날’이라고 표현한다.
“첫 우승 할 때, 둘째 날은 정말 볼이 잘 맞았다. 3일 경기 중 둘째 날에 9언더를 쳤다. 마지막 날 2등 선수가 쫓아오긴 했는데 내가 좀 더 운이 좋아 우승할 수 있었다. 처음 우승한 코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였다.”
첫 우승한 코스가 어딘가.
“경기 용인시 서닝 포인트 CC였다. 거기서 경기하면 유난히 볼이 잘 맞고 핀에도 잘 붙는다.”
연습 루틴이 따로 있나.
“경기 때는 컨디션 조절하느라 일찍 자야해 연습을 많이 못한다. 주로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샷 연습 1시간, 운동 1시간 정도 한다. 경기 때는 저녁 먹고 숙소에 매트를 깔고 주로 퍼팅 연습을 한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나.
“홍란 언니(KLPGA 프로선수)가 ‘안 좋은 기억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조언해 줬다.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거나, 좋지 않은 기억이 자꾸 떠오르면 넷플릭스나 재밌는 유튜브 보면서 빨리 잊으려고 노력한다.”
김 프로는 “대회 때 어머니와 동행하는 것도 큰 힘이 된다”며 “엄마와 시합 끝나고 숙소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면 안 좋은 기억을 빨리 잊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대한 즐겁게 매 대회 임하려 해
2022년 한 해를 최고의 해로 보냈는데, 새해에는 어떤 목표를 세웠나.“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건 없고, 최대한 즐겁게 매 대회에 임하려고 한다. 올해도 우승은 조금 늦게 나왔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기다리자고 생각했더니 후반에 성적이 좋아졌다.”
한국 최고가 됐는데, 더 큰 무대로 진출할 계획은 없나.
“무대 자체를 바꾸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대신 일본 대회든 미국 대회든 내가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모두 나가려고 한다.”
2022년 KLPGA 대상을 수상한 김수지 프로에게는 US오픈, 일본오픈 등 굵직한 해외 대회에 출전할 자격이 부여된다. 새해 그가 LPGA, JLPGA에서 활약하며 “한국 1등이 곧 세계 1등”이라는 것을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확인해 주는 쾌거를 이뤄낼지 기대된다.
‘100돌이’ 돌파 노리는 아마추어 골퍼 위한 김수지 프로의 원포인트 레슨
테이크백 때 몸 안쪽으로 끌고 오지 않도록 유의하라.
몸에 붙는 인사이드 테이크백을 하면 스윙이 인아웃으로 밀어 치게 돼 슬라이스 나기 쉽다.
스틱을 앞에 수평으로 놔두고 테이크백을 똑바로 길게 빼는 연습을 충분히 하라.
2. 스리퍼트 예방법
퍼팅 라인에 맞춰 볼을 놓는다.
백스윙을 넉넉하게 해서 헤드 무게로 퍼팅하라.
방향과 거리 중 거리를 맞추는 데 더 집중하라.
거리가 짧으면 들어갈 수 없고, 길면 방향이 맞아도 지나치기 쉽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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