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모은 삼성전자 주식이 창당 자금
‘검수완박’ 반대하자 “총선 불출마할 거냐”더라
국민 뒷전, 대통령 제조기로 전락한 정당
갈등·분열 조장해 득 보려는 포퓰리즘 만연
큰 정당과 통합? 독자 신당으로 총선 완주!
[+영상] 정당이 썩었다
양향자 의원은 35년 모은 삼성전자 우리 사주를 팔아 창당 자금으로 쓰고 있다. [지호영 기자]
6월 26일 ‘한국의희망’이라는 이름의 신당이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의원은 기존 정당의 틀을 깬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정당임을 강조했다. 양 의원을 비롯해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김성용 가천대 겸임교수 등 14명이 대표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양 의원은 “35년간 몸담았던 삼성전자를 떠나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치에 입문한 뒤 한국의 정당정치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 이대로는 선도국가, 과학기술 패권국가로 올라설 수 없다고 판단해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창당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창당 동기를 밝혔다.
재계에서 그는 입지전을 쓴 인물로 통한다. 삼성그룹 역사상 첫 여상 출신 임원이다. 1985년 광주여상을 졸업할 무렵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했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 42건의 특허도 출원했다. 2016년 문재인 당시 대표가 직접 영입해 민주당원이 됐다. 그해 당 최고위원을 맡고 2020년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해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2021년 지역사무소 직원의 성폭력 의혹을 이유로 탈당했다. “공공영역에서 봉사할 각오”로 정치에 입문한 그가 기득권 정당에 몸담으며 경험한 한계가 무엇이기에 창당을 결심했을까.
정치가 ‘4류’인 이유
창당 동기가 민주당에 영입된 후 여러 불합리한 경험을 하면서 정당정치에 염증을 느껴서라고 들었다.“국민들이 정치는 4류, 정부는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에 30년 넘게 있다가 정치 영역으로 와보니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겠더라. 2016년에 영입돼 민주당 당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혁신의 의지가 무척 높았다. 그때 민주당이 엄청난 위기였는데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하면서 혁신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 힘으로 네 번의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다 2020년 총선 이후 180석이라는 거대 정당이 되면서 혁신과 완전히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나는 민주당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이었다. 진보 영역이지만 실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구성원이었는데 항상 당내에 ‘내 편 아니면 적’으로 보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어서 상당히 힘들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개혁하고 혁신하자는 목소리를 냈는데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난해 모든 법적 이슈가 다 소명돼 복당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민주당으로부터 요청이 왔다. ‘검경 수사권 관련 법안을 이번에 처리해야 하니 법사위로 사보임해 이 법안 통과에 도움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무소속으로 법사위에 사보임하고 보니 통과가 내 의지에 달린 만큼 법안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때 공부를 너무 많이 해버린 게 죄라면 죄다. 법안 내용이 허술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치명적이었다. 법안이 통과돼도 30개가 넘는 하위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데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 상의를 많이 했다. 그때마다 돌아온 답은 ‘그 법안을 왜 그렇게 자세히 보느냐. 총선 때 광주에서 불출마할 거냐’였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이지만 적어도 이런 내용의 허술함과 절차적 하자에는 동의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복당 신청을 철회해 버렸다. 일련의 과정에서 지금의 정당이 ‘국민의 대의기관이 아닌 대통령 제조기구나, 말로는 민생을 얘기하지만 국민은 안중에도 없구나, 그저 자신들의 총선 출마와 당선에 함몰돼 있구나’ 하고 느꼈다. 말로만 들었지 직접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창당을 결심했나.
“4류라고 하는 정치를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까 상당히 오래 고민했다. 한계에 다다른 이 정치로 인해 사회 분열과 지역 갈등, 포퓰리즘이 극에 달했다. 포퓰리즘은 걱정과 분노를 이용해 흑백논리로 국민을 선동하고 불안에 떨게 하는 일이다. 지금이 딱 그렇다. ‘기존의 시스템, 문화, 정치인까지 익숙한 것들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서는 새롭게 시작할 수 없다. 신당 창당밖에 방법이 없다’고 봤다.”
기업은 운영 방식이 투명해졌는데 정당은 어떤가.
“전혀 투명하지 않다. 정당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 당원 관리, 공천 관리, 후원 관리, 정책인데 어느 것 하나 투명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지금처럼 밀실 공천, 돈 공천이 횡행하고 돈 봉투가 날아다니는 거다.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전혀 모른다. 단체행동을 위한 집회 비용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국가가 주는 국고보조금과 당원들이 내는 당비, 정치후원금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다. 따라서 신뢰가 바탕이 되지 못하고 정치 불신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없나.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공천에 불이익이 따른다는 게 너무나 명확하기에 어떤 얘기도 못 한다.”
민주주의의 특성 중 하나가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해 주는 것 아닌가.
“당대표의 독단, 지도부의 독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적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당내에서 ‘왜 파란 옷을 입고 자꾸 기업 얘기만 하느냐, 파란 옷을 입고 왜 기술 얘기를 하느냐, 왜 당신은 반도체 이야기만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해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문화다. 그런 태도가 대한민국을 추락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정당을 바로 세우는 일이 공천을 한 번 더 받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창당을 준비한 것이다.”
35년 ‘코 묻은’ 돈의 긍지
6월 26일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 [뉴스1]
“정당은 대통령만 만들면 된다고 여긴다. 누구라도 선거에서 이길 사람이면 밖에서 빌려오기라도 하자는 식이다. 훈련받지 못하고 공부도 안 하는 이런 정치집단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북유럽 선진 국가들은 제대로 된 정치지도자를 배출해 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정당의 역할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우리가 희망정치학교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다. 지금 정당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패를 없애려면 인간의 선의에 기댈 수는 없다. 선의의 시스템이 나와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명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안정된 시스템을 만들어 정당의 문제를 완전히 없애겠다. 이런 기치를 내걸고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건명원 등에서 육성한 젊은이들이 창당 발기인의 토대고, 내가 잘 아는 과학, 기술, 산업 분야의 자문 그룹이 합류해 신당을 만드는 것이다. 철학을 기본으로 한 과학 정치를 하겠다는 게 우리 당의 큰 목표다.”
현재 정치권을 장악한 양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진영 싸움에 함몰돼 그들만의 리그에서 다투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가장 큰 문제다. 정치가 국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 부패가 심각하다. 정당이 가장 썩었다. 돈 봉투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정당과 정치,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제3당이 성공할까. 어떤 차별화를 꾀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정당이 국회의원을 내지 못한다든지 다음 정권을 잡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여긴다. 현역의원이 없는데 운영이 되겠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현역의원이 많고, 거물급이 많은 양당이 잘하고 있나? 우리는 적어도 대한민국이 추격 국가에서 선도 국가로 거듭나고, 기술 전쟁에서 승리해 패권 국가로 우뚝서야 한다는 목표를 지향한다. 그러려면 과학 정치, 생활 정치, 좋은 정치를 해야 한다는 거다.”
전국 조직을 갖추려면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어떻게 충당하나.
“벌써부터 삼성에서 도와주는 거 아니냐, 기업들이 도와주는 거 아니냐며 헛소문을 내는 이들이 있어 가감 없이 말하겠다. 내가 1985년 11월에 입사했고 그해 12월 우리 사주로 나온 삼성전자 주식 한 주가 1000원이었다. 그때는 뭐가 뭔지 몰라 구매하지 못했지만 이후에 발행한 5000원, 1만 원, 2만 원, 3만 원, 5만 원, 10만 원짜리 우리 사주는 회사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급여를 반납하고 받았다. 35년 갖고 있던 우리 사주를 국회의원이 되니 매각해야 했다. 지금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이 소명으로 주어졌기에 35년 모은 주식 매각 대금을 창당 자금으로 쓰고 있다. 누구는 코인으로 어마어마한 이익을 추구했다고 하는데 우리 사주 모은 것은 시쳇말로 그 시절 코 묻은 돈이다. 개인과 우리 반도체 기술, 국가 발전을 함께 견인한 삼성전자 주식이 미래세대를 위해 쓰일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가치·비전 맞으면 ‘새로운당’과 연대할 수도
금태섭 의원도 신당 창당을 준비한다. 그쪽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건가.“2016년 총선에서 내가 낙선했을 때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이가 금태섭 전 의원이다. 지금까지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껏 특별한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쪽도, 우리도 계획한 대로 창당할 것이다. 서로 가치와 비전이 맞으면 언제든지 연대할 기회는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세를 불리기 위한 결합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큰 정당과 통합하는 길로 갈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우리는 창당의 가치가 흔들릴 일이 전혀 없기에 당선을 위해 거대 당의 힘을 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년에 내가 불출마를 해서라도 정당을 바로 세우고 정치인들을 바로 육성해 내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독자 신당으로서 총선을 완주한다?
“물론이다. 1차 목표가 2027년께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는 정당을 갖추는 것이다. 내년 총선은 정당의 시스템을 갖추고자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으로 여긴다. 총선이 아직 8개월 남았다. 국민께 충분히 설명하고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겠다.”
몇 석을 예상하나.
“50석은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의희망이 꿈꾸는 대한민국 청사진은 뭔가.
“세계를 선도하는 부민강국, 과학기술 패권국가다.”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여상도 졸업하기 전에 반도체를 개발하는 삼성전자에 들어가 기술을 배워 연구 임원이 되고, 이제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국회의원이 됐다. 이런 내 삶의 궤적을 신화라고들 하더라. 여상 출신이 이공계에서 이룬 성공적 삶이 신화로 끝나지 않게 하겠다. 적어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은 할 수 있는,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겠다. 우리 한국의희망의 날갯짓이 가져올 나비효과를 기대해도 좋다.”
신동아 8월호 표지.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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