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호

권리금 소송 전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허변의 ‘법·알·부·보’(법을 알아야 부동산이 보인다)] “권리금도 전략이다” 임차인·임대인 위한 생존 가이드

  • 허준수 변호사 nold1027@hanmail.net

    입력2025-11-1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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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유·무형 자산 인정돼야 권리금 생겨

    • 임차인이 권리금 증빙 자료 잘 챙겨야

    • ②권리금 받으려면 임차인이 새 임차인 찾아야

    • 이유 없이 건물주가 임차인 자리 뺏을 수 없어

    • ③소송 전 권리금 주장할 수 있는지 확인 필수

    권리금을 두고 세입자와 건물주가 다투는 모습. AI이미지

    권리금을 두고 세입자와 건물주가 다투는 모습. AI이미지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세입자가 2018년 6월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대폭 오른 보증금과 월세로 건물주와 갈등을 빚다가 건물주를 둔기로 폭행한, 이른바 ‘서촌 궁중족발 사건’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궁중족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어느 한 세입자가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있는 상가 건물주로부터 상가를 임차해 ‘궁중족발’이라는 상호로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세입자는 매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해 5년간 임대차계약을 유지했다. 그러던 차에 기존 건물주가 건물을 팔면서 사달이 났다. 

    새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기존의 보증금 및 월세를 대폭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고, 세입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소송이 벌어졌다. 법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판결에 따라 강제집행이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세입자 가족이 건물주를 망치로 내리치는 참극이 발생했다.

    윤경자 ‘궁중족발’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018년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제2의 궁중족발 사태 방지를 위한 상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윤경자 ‘궁중족발’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018년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제2의 궁중족발 사태 방지를 위한 상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상가법 개정의 계기가 된 ‘서촌 궁중족발 사건’

    이 사건을 전후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일부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권리금 보호 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설 등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상가를 임차해 장사를 하던 임차인의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은 최장 5년까지만 보장됐다. 최장 5년간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1~6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청구할 경우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5년이라는 기간은 상가를 임차해 장사하는 상인이 투자 이익을 회수하는 데에는 지나치게 짧다는 이야기다. 개정 전 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5년을 넘기는 순간 언제든지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었다. 



    국회는 궁중족발 사건을 계기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이를 통해 낙후된 도심지역이 개발되며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을 최소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2018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안에도 문제는 있었다. 법의 주요 내용인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의 연장’과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의 확대’는 임차인의 권리만을 지나치게 보호할 가능성이 있었다. 법 개정 당시에도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가져온다는 우려가 있었다. 

    또한 임차인에게 보장된 임대차 기간인 10년이 지난 후에는 임대인이 10년간 인상하지 못했던 보증금이나 월세를 일시에 대폭 올릴 가능성도 있다. 5년이라는 기간을 10년으로 늘렸을 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근본적으로 막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2021년 8월 17일 부산 중구 광복로 상가건물에 권리금 없이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폐업한 가게 중에는 권리금을 인정받지 못한 곳도 많다. 동아DB

    2021년 8월 17일 부산 중구 광복로 상가건물에 권리금 없이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폐업한 가게 중에는 권리금을 인정받지 못한 곳도 많다. 동아DB

    권리금 입증책임, 온전히 임차인에게 있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각자의 권리를 조율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시대 상황에 맞게 그 지점도 조금씩은 달라져야 한다. 그만큼 법의 내용과 적용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번 원고는 필자의 상가건물 임대차 관련 소송 수행 경험을 토대로 권리금 청구 요건에 관해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권리금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권리금이란 ‘임대차 목적의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 대가로서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를 말한다.

    따라서 유·무형적 재산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권리금을 주장할 수 없다. 대표적 예가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개업했다가 가게를 내놓는 경우다. 이 시기에 개업했고 제대로 된 매출 형성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보증금을 인정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임차인은 권리금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 자신이 초기에 투입한 비용이 과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보상 심리로 인해 대부분 임대차 종료 시 권리금 명목으로 다음 세입자에게 금전을 요구하곤 한다. 

    권리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문가가 구체적인 감정을 통해 권리금이 존재하는지 판단하고 그 액수를 산정한다.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권리금을 인정받기 위해서 반드시 사전에 매출 내역, 인테리어 견적서 및 공사 계약서, 인테리어 공사비 지급 내역 등을 미리 확보해 보관해 두는 것이 좋다. 권리금에 대한 입증책임은 온전히 임차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자료가 확보돼 있지 않다면 그 입증의 미비로 인한 불이익을 오로지 임차인이 감내해야 한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과 사이에 서로 주고받는 금전이다. 둘 사이의 권리금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권리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부분 소송으로 비화되는 사례는 건물주인 임대인이 그 두 임차인 사이에 개입하는 경우다. 기존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을 구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다. 이때 느닷없이 건물주가 개입해 직접 자신이 건물을 사용하겠다고 나서며 임차인에게 건물에서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 임차인으로서는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가 사라진다. 

    정당한 사유 없인 권리금 지급 방해 어려워

    두 번째로 확인해야 할 사항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다. 일단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할 수 없다.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방해해서도 안 된다. 임차인이 계약을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①항).

    필자는 몇 해 전 건물 1층 일부분을 임차해 가게를 운영하던 임차인을 대리해 임대인을 상대로 한 권리금 지급 청구소송을 수행한 바 있다. 건물주인 임대인은 본인의 자녀가 직접 그 자리에서 영업할 예정이므로 임대차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임차인이 사용하고 있는 부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사안이었다. 당시 의뢰인이었던 임차인은 이미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새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 계약까지 마친 상태였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할 수 없다. 임대인의 자녀가 직접 영업할 것이라는 사유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 이를 이유로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 필자는 이를 입증해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된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떠한 경우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 예시로 ①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②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③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 

    권리금 받으려면 반드시 신규 임차인 구해야 

    세 번째로는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확인해야 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권리금 지급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도 규정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임차인이 차임 지급을 연체했을 때다. 임차인이 3기에 달하는 차임을 연체하는 경우에는 비록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안전상의 이유로 건물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는 상황에도 권리금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역시 임대인에게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자신의 의무를 위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리금을 받으려면 기존 임차인은 반드시 신규 임차인을 구해야만 한다. 신규 임차인의 계약을 주선하지도 않은 채 막연히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할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밝힌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때는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로부터 3년이다. 이 기간을 놓치면 권리금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권리를 구제받을 수 없다. 

    상가건물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은 항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자신의 권리를 적정히 행사하고 의무를 다한다면야 특별히 걱정할 것은 없다. 그러나 임대차계약 관계에서 상대방이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고민하는 분들이 있거나 특히 권리금으로 인한 분쟁을 겪는 독자가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허준수

    ● 1978년 출생

    ●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국세심사위원회 전문위원

    ●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공제조합 법률자문

    ● 現 HS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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