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5부동산대책으로 실거주가 의무화되며 수도권 아파트 월세 가격상승률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살고 있는 아파트가 기사에 등장해 충격을 받았다. 나는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신혼부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해 아파트를 살 수 없었고, 반강제로 전세를 선택‘당’했다. 그나마 금리인상기인 2022년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전세 계약이라도 할 수 있었다. 당시 신혼집을 싸게 잘 구했다는 생각에 기뻐했었다. 하지만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11월 초 “서울 전세 대란” “전세 씨 마른다” “내년도 집 쉽지 않다” 각종 뉴스가 도배됐고, ‘멘붕’에 네이버 부동산에서 OO아파트, □□아파트 등의 전세 매물을 검색했다. 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전용 59㎥(20평대) 전세는 아예 증발했고, 매물이 있더라도 전세 호가는 3년 사이 2억~3억 원가량 올라가 있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지난해 행사했기에 사실상 내년에 이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전세 매물을 못 구하면 월세로 전환하거나 서울 외곽으로 이사 가야 한다. 지금도 매일 6시 10분에 일어나 출근하는데, 서울을 벗어나면 답이 없다. 자녀 계획도 있던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3년 사이 살던 아파트는 9억 원에서 14억 원까지 올랐다. 9억 원도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14억 원에 이르니 ‘왜 어떻게든 매수하지 않았을까’ 후회됐다. 9억 원이라면 영끌 대출에 양가의 도움까지 구한다면, 어쩌면 매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다. 결혼 생활을 ‘자가’로 시작하기 위해 양가 부모님이 평생을 준비한 노후 자금에 손을 내민다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는 사이 집값은 수억 원이 올랐고 6·27대책으로 대출마저 사실상 막혔다. 이제 양가 도움으로도 집을 구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잘못된 판단이었을까.
미안해하는 부모님에게 더 미안
비슷한 시기 결혼한 신혼부부라도 모두 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부모님이 서울에 집이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 격차가 있었고, 대출 규제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격차는 점점 커져갔다. 우리 부부는 양가 부모님 모두 지방에 거주하고, 서울에 집이 없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면서 상경했고, 각종 알바를 하며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도 내 집 마련을 위해 열심히 저축 및 재테크를 했다.부모님이 서울에 아파트가 있는 신혼부부들은 시작점이 달랐다. 부모님과 함께 산 덕분에 주거비를 아낄 수 있었고, 결혼 준비 과정에서 “아파트를 미리 증여받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부도 있었다. 증여세 등의 이유로 당장 증여받지 못하는 신혼부부도 많았지만, 언젠가는 그 아파트가 자신의 소유가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양가 부모님이 사는 지방 아파트는 20년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서울은 같은 기간 몇 배 넘게 올랐다. 지방에 자리 잡은 부모님은 괜스레 미안해하시는데, 그분들이 무슨 큰 잘못이 있을까.
부모 세대는 월급을 모아 집을 샀다지만 이젠 월급으로 전세도 버겁다.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체념이 또래 사이에서 안부 대화처럼 오간다. 청약은 로또가 됐고 “무주택 10년 차”라는 말도 흔해졌다. 자산소득이 노동소득을 압도하는 사회에서 근로의욕도 날로 꺾이고 있다. 윗세대의 “열심히 살면 언젠가 집을 살 수 있다”는 말마저 위로가 아닌 잔혹한 농담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우리 부부는 검색창에 ‘전세’ ‘청약’ ‘대출’을 입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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