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35년에 1500기 핵탄두 확보 예상
‘최소 억제’에서 ‘확증 보복’으로 핵전략 전환
시진핑, “강군몽 없이 강국몽 이룰 수 없다”
미·중·러 3국 간 핵 위험 관리할 규범과 소통 채널 부재
“中, 핵무기를 ‘전쟁 억제’보다 ‘강압 수단’…핵정치화”
中 이어 北까지 ‘핵정치화’ 시, 韓 군사적 무방비 상태

2025년 9월 3일 중국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ICBM, 극초음속 미사일, 스텔스 폭격기, 무인기 등 첨단 무기들을 대거 공개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뉴시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5년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핵탄두는 2023년 이후 매년 약 100기씩 증가해 2025년 기준 약 600기에 달하며, 이는 9개 핵보유국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율”이라고 분석했다. 미 펜타곤의 ‘2024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중국이 2035년까지 약 1500기의 핵탄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미국·러시아가 500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보다는 적지만, 실전 배치된 전략핵무기 관점에서는 양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300~400기에 그쳤던 핵탄두 수량을 불과 10여 년 동안에 무려 4~5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급격한 ‘핵전력 팽창’ 속도는 미국이 중국을 “추격하는(pacing) 도전국”으로 지목하게 만든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의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는 미국이 “2030년대에 이르면 역사상 처음으로 2개 핵 보유 강대국을 전략적 경쟁자이자 잠재적 적대국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제질서 안정성에 긴장을 초래하고 기존의 핵억제와 확장억제 공약, 군축 및 위험 감소 노력 등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미·러 2강 체제를 전제로 구축됐던 핵억제 이론의 전제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될 전망이다.
경이로운 중국 핵 능력 확장 속도
11월 7일 CNN은 ‘새로운 군비경쟁(A New Arms Race)’이란 제목으로 게재한 장문의 기사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사일 생산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실태를 상세히 분석했다. 위성사진·공문서 추적 결과, 로켓군·제조·시험·연구시설 136곳 중 60% 이상이 확장되고, 총 연면적 200만㎡가 추가됐다.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교훈을 터득했다. 저가 탄약과 드론으로 방공망을 포화(飽和·saturation)시킨 다음, 고가·고성능 탄도·극초음속 미사일로 결정타를 날리는 방식이다. 즉 저가의 ‘잽(드론 등)’을 수십, 수백 번 계속 날려 공격하면, 방어자는 날아오는 잽을 하나하나 막아내느라(요격하느라) 체력(요격미사일 재고)이 금세 고갈될 것이다. 그 틈을 노려 강력한 고가 미사일로 결정적 타격을 입히는 수법을 말한다.
그래서 중국은 유사시 ‘대만 시나리오’에서 필요한 미사일 물량을 과거 5000~1만 발에서 ‘수만’ 발로 상향했고, DF‑26DF‑26D(‘괌 킬러’), JL‑3 SLBM 등의 획기적 증산을 위한 대규모 동시생산(parallelization) 인프라를 증설·보강하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량생산·대량투사의 ‘전장경제학(battlefield economics)’을 제대로 학습했다. 방어의 성패는 정확성 못지않게 지속성에 좌우된다. 중국은 미사일 생산 인프라의 대폭 확장으로 발사·보급·교체 등에서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려 요격 체계의 재고·생산·배치 사이클을 구조적으로 압도하려 한다. 미국이 포화 공격을 견디고 전쟁 지속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은 방산 기반 확충, 리드타임(lead time) 단축, 분산 배치의 재설계뿐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최소 억제’ 전략을 견지해 왔다. 핵전력을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로 간주하며, 전쟁에서 핵무기의 용도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인식 아래, 핵전력의 규모와 준비 태세를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핵공격에 대한 보복 능력만은 확실히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소규모이지만 생존성·신뢰성을 갖춘 제2격 능력만으로도 적의 핵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중국은 1964년 첫 핵실험 이후 줄곧 핵무기를 “자위적 반격” 수단으로 규정하는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NFU) 원칙하에, 핵무기의 유일한 임무를 “핵공격을 당했을 경우 보복 공격”으로 한정했다. 따라서 중국 핵억제의 목표는 미국이나 소련과의 대등한 핵 경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적의 핵 공격(제1격)을 견딘 다음, 상대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보복(제2격) 능력”을 상정한 최소한의 핵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중국 핵전력은 전통적 최소 억제 전략만으로는 더 는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은 과거의 억제 개념을 넘어서는 핵 무력 증강과 핵 태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미국 전략사령부는 중국 핵전력의 급격한 증가를 가리켜 “전략적 대도약”이라 평가했다. 또한 미 국무부는 “중국 핵 능력 확장의 속도와 규모는 경이적”이라면서, 중국이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온 최소 억제 중심의 핵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핵전력 증강의 이면에는 안보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기술 발달로 기존의 최소 핵전력으로는 억제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갖게 되었다. 미국의 첨단 정찰·감시 자산과 정밀 타격 능력은 중국 지상 발사 핵미사일의 생존성을 위협하고, ‘골든 돔’으로 불리는 미 본토 미사일방어체계(MD)는 설령 중국의 핵미사일 몇 발이 살아남더라도 요격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 중국으로서는 과거 같은 소규모 억제력만으로는 “확실한 보복”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중국의 핵전략이 ‘최소 억제’에서 ‘확증 보복’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中 핵전력 증강, 대만 문제 같은 ‘핵심 이익’ 사수 목적
동시에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대만 문제와 같은 핵심 이익 사수를 위한 억제력 확보라는 전략적 목적과 맞물려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 경쟁 격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압박하거나 개입하지 못하도록 더욱 강력한 핵억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인식해 왔다.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강군몽(强軍夢) 없이는 강국몽(强國夢)을 이룰 수 없다”며, 세계적 수준의 군사력을 구축함으로써 미국과 전략적 균형을 이루는 것을 ‘중국몽’ 실현의 필수 요건으로 강조해 왔다. 핵전력 증강이 그 핵심 기둥으로 간주됐으며, 2022년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 보고에서도 2035년까지 “강력한 전략적 억제력 체계를 구축”할 것임을 공식 천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핵탄두의 기술적 개선과 신형 미사일 개발이 중국 핵전력의 저변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중국은 다탄두(MIRV) 기술을 보유한 신형 ICBM인 DF-41을 실전 배치하기 시작했고, 액체연료 ICBM DF-5의 개량형인 DF-5BC에도 복수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졌다. 또한 사거리 4000㎞급 중거리탄도미사일 DF-26의 배치로 괌 기지 등 역내 표적에 대한 핵 공격이 가능해졌고,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한 DF-17 미사일을 공개하며 요격 회피 및 기습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나아가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H-20 개발과 극초음속 무기, 레이저 무기 등 “신영역 신질(新質) 작전세력”으로 불리는 미래 전략무기 분야에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신형 전력의 등장으로 중국은 단순히 미 본토에 대한 보복 공격 능력뿐 아니라, 지역 분쟁에 활용할 수 있는 제한적 핵 옵션까지 점진적으로 확보해 가는 양상이다. 다시 말해 핵전력은 대규모 핵전쟁 억제라는 제한적 임무를 넘어, 중국의 군사·외교적 목적을 뒷받침하는 더욱 확장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미·중·러 핵3극 체제의 등장
중국의 부상으로 핵 질서가 “3극 체제”로 전환되면서 국제안보의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 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왁 소장은 이런 변화를 “3극 불안정성(tripolar instability)”으로 규정하면서, 냉전형 양극 균형과 달리 오늘날의 3극 체제는 세력균형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유동적 상태라고 평가한다. 안정된 3극 세력균형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아직은 잠정적 구조에 가깝다는 것이다.여기서의 포인트는 “한 나라의 행위가 다른 두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상호작용의 3각관계”다. 이는 어느 한 나라의 전략이 다른 두 나라 모두의 대응을 불러오는 복합적 상호의존성을 뜻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폐기하고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검토하자, 중국이 반발하고 러시아의 핵전력 운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이렇듯 3각형의 변(邊)이 모두 연결된 안보 구도에서는 기존의 억제 이론이 전제한 양자 간 ‘행동-대응’ 도식만으로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이로써 한 나라의 군비 증강이나 위기 고조가 다른 두 나라의 불안을 증폭시켜, 연쇄적 군비경쟁이나 긴장 고조를 불러오는 “지정학적 3체 문제”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미·중·러 핵3극 경쟁의 가속화는 군비통제와 전략적 안정성의 와해로 이어지고 있다. 냉전기에는 양대 핵 강국이 상호확증파괴(MAD)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핵군축 조약과 위기관리 대화를 유지했다. 그러나 3대 핵 강국 사이에는 그러한 메커니즘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러시아 간 마지막 남은 군비통제 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마저 2023년 러시아의 이행 거부와 미국의 정보 공유 중단 선언으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미국은 2026년 ‘뉴스타트’ 만료 전에 중국까지 포함하는 3자 핵 군비통제 체제를 모색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 초 시진핑 주석에게 전략적 안정성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으나 진전이 없었다. 중국이 “미국의 의도를 의심”해 미국이 핵 우위를 유지하려는 책략으로 간주하고 대화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억제의 개념이나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핵 위기 사례에 대한 공통된 역사 인식마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결국 미·중·러 3국 간에 핵 위험을 관리하고 안정성을 증진할 어떠한 규범과 소통 채널도 부재한 상황이다. 전략적 안정성 메커니즘의 공백은 오인·오판이 초래하는 위기 고조나 통제 불능 사태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北의 핵정치화와 한반도
미국 존스홉킨스대 대니얼 듀드니 교수는 ‘핵정치화(nuclear politicization)’라는 개념을 학문적으로 발전시킨 대표적 학자로 꼽힌다. 이는 핵무기를 단순한 군사적 억제 수단이 아닌 정치적 영향력의 매개체로 전환해 외교적 협상력과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전략을 말한다. 중국은 핵무기를 ‘전쟁 억제’보다 ‘강압 수단’으로 사용하며, 이를 통해 군축 협상 등에서 미·러와 대등한 발언권을 확보하려 한다. 이러한 핵정치화는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도 상대의 전략적 판단을 교란하고, 핵억제의 본질을 ‘공포의 균형’에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변형시킨다.북한도 이러한 핵정치화를 통해 핵을 체제 생존과 협상 압박을 정치적 수단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는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옥죄는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진화할 것이다. 북한 핵이 ‘핵정치화’ 국면으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한국은 실질적 군사적 무방비(‘핵에는 핵’만이 유일한 대응책) 상태를 넘어, 정치적·심리적·외교적 주도권까지 위협받는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한반도의 세력균형은 갈수록 북한의 ‘핵정치화’에 종속되는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군사력이 세계 5위”라는 망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