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부터 尹, 국민 4명 중 3명에게 외면받아
계엄으로 흐트러진 국정,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복원
수적 우세 앞세운 민주당, 브레이크 없는 ‘입법 독주’
입법부 + 행정부 틀어쥔 집권 세력, 사법부도 압박
2026 지방선거는 2028 총선 향배 가늠할 바로미터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잠시 12·3비상계엄 선포 당시로 돌아가 보자. 계엄 선포 직전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권자 다수로부터 외면받았다. 2024년 12월 첫째 주(3~5일)에 한국갤럽(이하 갤럽)이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못 한다’는 응답이 75%였다. 국민 4명 중 3명이 부정 평가한 것이다(이하 기사와 관련한 모든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실시한 것으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홈페이지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계엄 전까지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분야는 ‘경제·민생·물가’였다. 그러나 계엄 직후 ‘비상계엄 사태’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계엄 이후 12월 둘째 주(10~12) 실시된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이 75%로 1주 전 윤 대통령에 대해 부정 평가(75%) 여론과 같았다. 즉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4분의 3 국민 모두가 계엄 이후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더욱이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도 71%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재적 3분의 2 이상의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덟 명 전원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것은 이 같은 국민의 차가운 여론과 무관치 않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공자의 무신불립(無信不立) 가르침이 현대 민주주의사회에도 예외가 아님을 윤 대통령 탄핵 과정은 잘 보여주고 있다.
만약 尹이 ‘민생’에 올인했다면…
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지만, 만약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대신 각 분야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면 어땠을까. 당시 국민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경제와 민생, 물가’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시 공부하듯 밤잠을 줄여가며 ‘올인’ 했더라면 한국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두 번째 이유는 ‘소통 미흡’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야당이 ‘특검법’을 발의하며 줄기차게 문제 제기한 ‘김건희 여사 문제’는 오히려 ‘경제·민생·물가’는 물론 ‘소통 미흡’보다 비중이 낮았다.
12·3계엄이 한국 사회에 끼친 악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넓고도 깊다. 미 의회조사국은 보고서에서 “이 사건(12·3계엄)은 한국의 권력구조 리스크를 명확하게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불행 중 다행은 12·3계엄 당시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계엄 선포 직후 야당과 당시 일부 여당 의원이 ‘계엄 해제 요구’에 동참함으로써 단시간 내에 종료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2·3계엄 사태의 교훈은 최고 권력자라도 다수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권한을 행사하면 주권자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 직후 국민대표기구인 국회와 시민사회가 발 빠르게 반응해 조직적 저항을 통해 계엄을 무위로 돌렸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에는 시민의 지속적 감시와 참여가 중요하다는 교훈도 남겼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이후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잘된 결정’이라고 지지했다. 또한 대통령 궐위로 실시된 6·3 대선에서 국민은 ‘계엄에 반대’하고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이재명 대통령을 선출했다. 이 대통령 대선 득표율은 49.42%로 과반에는 이르지 못했다. 또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41.15%)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가 득표한 합(49.49%)보다 0.07%포인트 낮았다.
비록 대선 득표율은 과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대선 이후 국민 다수는 이 대통령에게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6·3대선 1주 후인 6월 둘째 주에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전망’을 묻는 물음에 ‘잘할 것’이란 응답이 70%였다. 김영삼(85%), 이명박(79%), 박근혜(79%), 문재인(87%) 전 대통령 때보다는 ‘기대치’가 낮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60%)보다는 10%포인트 높았다.
‘계엄·내란 종식’과 ‘재판 피하지 말 것’ 동률
탄핵과 대선을 통해 계엄으로 흐트러진 국정을 질서 있게 바로잡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임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비록 대통령 탄핵 과정에 ‘찬탄’과 ‘반탄’으로 여론이 나뉘어 분열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큰 충돌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새 리더십을 세웠다는 점에서다.그렇다면 계엄과 탄핵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취임 이후 갤럽이 실시한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최저 54%, 최고 65%로 대선 득표율 49.42%보다 높았다는 점에서 ‘순항’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국민 뜻과 부합하는 국정 운영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그렇다’고 보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이 대통령 취임 1주 뒤 실시한 6월 둘째 주 조사에서 우리 국민이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바란 것은 ‘경제회복·활성화’였다. 다음으로 ‘서민정책·복지 확대’ ‘열심히 잘하기 바람’이었다. 이어 ‘통합·국민화합·협치’가 뒤를 이었고, ‘재판을 피하지 말 것’과 ‘계엄·내란 종식’ 순이었다. ‘국민 입장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 ‘초심을 지킬 것’ ‘국가 안정과 정상화’를 당부한 여론이 뒤를 이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정부와 여당 주도로 ‘민생회복 지원금’ 명목으로 소비쿠폰을 두 차례 지급한 것은 방법론에 대한 인식 차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국민이 원하는 ‘경제회복·활성화’와 어느 정도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란’과 ‘김건희’ 그리고 ‘채 상병’ 등 3대 특검이 다수 국민 뜻에서 비롯됐는지는 의문이다. ‘계엄·내란 종식’은 이 대통령 취임 직후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한 다섯 번째 바람이었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계엄·내란 종식’은 ‘재판 피하지 말 것’ ‘국민 입장에서·국민을 위한 정치’ ‘초심 지킬 것’과 같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당은 3대 특검 통과로 ‘계엄·내란 종식’에 속도를 냈지만, ‘재판 피하지 말 것’을 당부한 국민 요구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미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여당 주도로 대법관을 26명으로 대폭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과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 제도’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주장하기도 했고, 대법관 퇴임 후 대법원 사건 수임을 5년간 제안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전관예우를 없애겠다는 것이지만 다분히 사법부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의 사법부 압박은 국회 과반 의석 확보로 입법부를 사실상 장악한 민주당이 대선 승리로 행정부까지 접수한 후 사법부까지 압박해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여당은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한 ‘재판중지법(국정안정법)’을 추진해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또한 여당은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 정권 출범 넉 달 만에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검찰청 폐지에 따른 후속 조치를 1년간 유예함으로써 ‘졸속 폐지’란 비판을 받고 있다. 대선 직후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검찰·사법 개혁’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민 요구 중 11번째 이슈였다.

9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청 폐지 등을 뼈대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뉴스1
양극단 정치의 끝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된 2025 국정감사는 양극단 정치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정제되지 않은 막말과 고성이 국감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국감 이후 11월 둘째 주에 ‘올 국정감사에 성과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조사에서 ‘있었다’는 응답은 23%인 데 비해, ‘성과가 없었다’는 응답은 42%였다. ‘성과가 없었다’고 보는 이유로는 ‘상대 비방, 정쟁, 싸우기만 함’이 3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개선, 달라진 점이 없음’도 17%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했다. 이어 ‘여당의 밀어붙임, 다수당 횡포’(9%)와 ‘핵심을 벗어남, 내용 부실’(5%)이 뒤를 이었다.3대 특검 수사 과정에 윤 대통령 집권 3년 동안 이뤄진 국정 운영 행태의 일단이 전해지고 있다. 국민 뜻을 살펴 차분히 국정 운영에 전념하기보다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생겼을 때 ‘버럭’ 화를 내며 즉흥적으로 국정을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 뜻과 동떨어진 ‘내 맘대로’ 정치로 일관하다 ‘계엄’으로 자멸한 것이다.
박근혜·윤석열 두 대통령 탄핵이 주는 교훈은 “주권자 국민 뜻과 다르게 국정을 운영하면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 민주당은 주권자 국민 뜻을 살펴 국정을 잘 운영하고 있을까.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10월 셋째 주에 54%로 가장 낮았고,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도 39%로 9월 넷째 주 3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다수 국민 뜻과 동떨어진 지지층만 바라보는 자기들만의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이면 주권자 국민이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꼭 1년 뒤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고, 대통령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2028년에는 23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 두 번의 전국 선거 성적표에 따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운명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잘한다’는 유권자가 많으면 순풍에 돛 단 듯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에 ‘탄력’이 붙겠지만, ‘잘못한다’는 유권자가 많아지면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집권 1년 후 치러지는 2026년 지방선거는 2년 뒤 23대 총선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초전이자 바로미터다. 23대 총선은 2030년으로 예정된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 탄핵된 윤석열·박근혜 대통령은 재임 중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원내 과반의석 확보 실패가 ‘탄핵’으로 가는 시발점이 된 셈이다. 이 대통령과 집권 여당 민주당은 과연 어떤 길을 걷게 될까.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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