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확인비행물체는 있다
- 구약성서의 신비 체험과 UFO 접촉 경험의 유사성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초심리학 연구에 빠진 까닭
- 피라미드의 건축자와 UFO 발명가는 같은 존재?
- 軍 안에 UFO 연구조직 만들어야 한다
“무려 4시간이 넘는 정밀작업 끝에 맹성렬씨는 ‘UFO 사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맹씨의 말이 나오자 (사진)부원들에게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당시 사진기자의 회고담이다. 사진에 찍힌 비행체는 이후 프랑스 국립항공우주국(CNES) UFO 조사기구에 의해 ‘지구상 물체가 아니다’는 판정을 받았다. 맹씨는 이런 인물이다. 국내 UFO 연구계에서 그의 이름은 신뢰의 다른 표현으로 쓰인다.
“지난 1월에도 몇 번 기자들이 찾아왔어요. 초등학생 한 명이 유리창에 UFO 그림을 붙인 뒤 사진을 찍고는 ‘UFO를 발견했다’고 장난친 일이 있거든요. 그거 물어본다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들고 오더니 금세 잠잠하네요.”
현대 종교의 탄생
맹씨의 일상은 UFO 출현 여부에 따라 큰 폭으로 요동친다. “UFO가 나타난 것도 아닌데 기자가 찾아오는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의 본업은 전북 우석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포털사이트에서 ‘맹성렬’을 검색하면 세계 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후’에 2년 연속 등재된 공학자, ‘나노물질 합성과 실리콘계 및 비실리콘계 나노 트랜지스터’ 등에 대한 연구로 38편의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 2006년 특허청이 수여하는 특허 부문 최고상 ‘세종대왕상’을 받은 발명가, 화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미국 화학학회 정회원으로 선출돼 화제를 모은 교수 등에 대한 정보가 떠오른다. 모두 그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동시에 그는 세계 최대 UFO단체 뮤폰(MUFON)의 한국 대표이기도 하다.
▼ 다 큰 어른이 UFO에 빠져 있으니 ‘철이 덜 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실 것 같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UFO는 철든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주제예요. 저도 어릴 때는 아무 관심 없다가 대학 졸업 전후해 이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됐거든요.”
무심코 어린이 잡지를 뒤적이다 UFO 목격자들의 체험담을 본 게 계기였다.
“어떤 여자가 외계인한테 납치돼 그의 아이를 가졌다더라, UFO 주위에서 키 120㎝ 안팎의 날개 달린 난쟁이들이 온몸에서 빛을 뿜으며 날아다니더라, 하늘에서 강한 빛이 쏟아지고 귀청을 찢을 듯한 휘파람 소리가 들리더니 온몸이 굳어 꼼짝할 수 없더라, 빛이 사라지고 나니 오랜 병이 깨끗이 나았더라, 같은 얘기들이었죠.”
▼ 그런 내용에 솔깃하셨다는 건가요?
“‘이거 재밌다’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신화, 종교, 요정 설화 같은 데 관심이 많았는데, UFO 체험담을 읽어보니 이게 바로 신화요, 종교요, 요정 설화더라고요. 텍스트의 현현(顯現)이었죠. 잘 분석하면 종교의 기원이나 신화의 탄생 배경 같은, 늘 마음에 품고 있던 호기심을 풀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구약성서에는 모세가 야훼의 빛과 열에 노출되는 대목이 등장한다. 하늘에 나타난 강렬한 불기둥은 모세를 이끌고, 유대인들이 강력한 단합을 이루게 하는 촉매제 구실을 한다. 이런 체험이 현대의 자칭 UFO 목격자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게 흥미로웠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면 좋겠다 싶어 교내 게시판에 ‘UFO 연구 동호회원 모집’ 인쇄물을 붙였다. 돌아온 반응은 ‘너 좀 이상하구나’였다.
▼ ‘UFO 체험담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하고 싶다’고 써 붙이셨으면 어땠을까요?
“그랬어도 ‘저게 뭔 소리야’ 했을 거예요. 다 큰 사람이 UFO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 자체가 우습게 여겨지던 때니까요.”
혼자만의 연구가 시작됐다.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UFO에 대한 자료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대형 서점에 비치된 외서(外書) 목록을 뒤져 UFO 관련 자료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그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알고 보니 해외에서는 이미 UFO가 뜨거운 이슈였던 게다.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논문을 발표하고, 국가 정보기관에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우리 곁의 UFO
맹성렬 교수는 ‘지구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비행체, UFO의 존재를 믿는다.
“관련 논의가 이미 40년 이상 진행된 상태였어요. 미스터리 가십뿐 아니라 물리학, 심리학, 의학, 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UFO 얘기가 오르내리고 있었죠.”
그에 따르면 UFO라는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린 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던 미 공군 조종사들이다. 당시 언론에는 공 모양의 비행물체들이 빛을 내뿜으며 시속 800㎞의 속도로 미군 폭격기 사이를 날아다녀 비행기 조종사들을 긴장시켰다는 기사가 나온다. 그러나 이 비행체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군 정보기관에서는 이 사건을 대중 환각에 기인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 UFO는 실재하는 게 아니라 환상이다, 처음 교수님의 생각과 비슷한 결론이네요.
“그렇죠. 그런데 사건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어요. 1947년 그 유명한 ‘로스웰 사건’이 터진 거예요. 이 무렵부터 미국에 UFO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어요.”
그해 미국 뉴멕시코 주 로스웰 시의 한 지역신문은 ‘우리 지역에 괴 비행체가 불시착했고 그 잔해를 공군이 회수해갔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사실이 미국 전역과 세계 각지로 타전될 즈음, 갑자기 보도 통제가 시작됐고 미군은 그 기사가 오보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확산된 ‘미확인비행물체’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 사건으로부터 한 달간, 공식적으로 접수된 시민과 항공기 조종사들의 ‘괴비행체’ 출몰 신고를 더하면 1000건이 넘는다. 군에서도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UFO라는 용어는 1948년 미 공군의 정보부서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다.
▼ 더 이상 ‘환상’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된 거군요.
“목격된 비행체가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도 문제였죠. 1955년 6월 미국 뉴욕 주의 유티카 근처 상공을 비행하던 조종사들은 지름 50m가량의 UFO가 음속의 6배 속도로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 물체는 그 시각 같은 지역을 비행하던 두 대의 다른 비행기 조종사들에 의해서도 목격됐고, 관제탑과 레이더 기지에도 포착됐어요. 문제는 이 물체가 소닉붐(sonic boom·대기 중에서 비행체가 음속을 돌파할 때 내는 충격음)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았다는 점이죠.”
현재 지구의 과학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1950년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맹 교수에 따르면 이 사건은 미 공군사관학교에서 펴낸 ‘우주과학 입문’이란 교재에도 실렸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고, 현재의 물리법칙을 위반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다.
“UFO는 존재한다”
UFO에 관해 연구하면서 그는 한국 공군의 현역 중령으로부터 비슷한 목격담을 듣기도 했다. 그는 팬텀기종을 조종하는 파일럿이었다. 군사 항공 분야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라 할 만한 인물이다. 게다가 매우 분별 있고 빈틈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데 훈련 중 괴비행체를 발견하고는 그를 찾아온 것이다. 중령은 사건이 일어난 지역의 지도와 자, 각도기까지 챙겨와서는 당시 상황을 설명해줬다.
“반짝이는 은빛 표면의 비행체가 하늘에서 별똥별처럼 떨어지더니 그가 타고 있는 연습기 쪽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왔다고 합디다. 전 과정을 15초에 걸쳐 똑똑히 관찰했다고 하더군요. 공군 조종사에게 15초는 지리할 정도로 긴 시간입니다. 유사시 1, 2초 안에 모든 상황을 판단해 대처하도록 훈련받았으니까요.”
중령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비행체의 모양과 속도와 비행패턴을 분석했다. 마치 무언가가 죽 잡아끌기라도 하듯 수평으로 날아갔는데, 속도가 음속의 6배를 넘었다. 고도는 지상 300m에 불과했다. 바로 곁을 스쳐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비행 물체도 그렇게 낮은 고도에서 음속을 돌파해 비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엔진에 무리가 생겨서 타버리지요. 많이 양보해서 그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비행체가 있다고 해도, 강력한 소닉붐 때문에 민가의 유리창을 다 깨고 말 거예요. 그런데 그 비행체는 아무 진동도, 소음도 내지 않았다고 해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비행 물체를 봤다는 사실은 그를 두렵게 만들었다. 상부에 보고하면 자칫 비행부적격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체험을 부인할 수 없었던 그는 내부 보고 절차를 건너뛰고 UFO 연구자라는 그를 찾아온 것이다.
▼ 과학자로서 그런 주장을 믿을 수 있었습니까.
“제가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지요. 하지만 정황상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중령은 해외의 UFO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외국 조종사가 본 것과 동일한 현상에 대해 증언한 겁니다.”
1990년 봄에 만난 또 다른 공군 장교도 비슷한 체험을 털어놓았다. 1980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 겪은 일인데, 그동안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 하다가 전역을 몇 달 앞두고 공개하는 것이라 했다. 사건 당시 정보장교였던 그는 두 대의 비행기에 나눠 타고 비행 훈련을 마친 4명의 조종사에게서 괴비행물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소닉붐을 발생시키지 않는 음속 돌파, 급가속과 급회전, 레이더 미 포착 등의 정황이 UFO에 대한 다른 증언과 일치했다. 목격자들은 모두 베테랑급 조종사였고, 심지어 부대장도 포함돼 있었다. 맹 교수를 찾아온 장교는 고심 끝에 이 조사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장교들이 승진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해서였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당시의 목격자들은 공군 안에서 계속 조종사로 일했고, 한 명은 소장까지 진급한 뒤 전역했다. 맹 교수는 인터뷰 중 이들 장교의 실명을 모두 공개했다. 그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그 이름의 주인공들이 우리 공군에서 조종사로 근무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과학 너머의 과학
▼ 두 번째 체험의 주인공들에게도 직접 얘기를 들었나요.
“당시 부대장이던 예비역 소장님을 종종 뵙곤 합니다. 그분은 사건 당시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나 소련 같은 강대국에서 비밀리에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합디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런 무기가 드러나지 않는 걸 보면 점점 ‘그게 지구의 기술이 아니었구나’라는 확신이 든다고 해요. 저 역시 같은 생각이고요.”
▼ ‘지구의 기술이 아니다’, 참 모호한 결론이네요.
“현실적으로 과학자나 군인이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결론이죠. 그게 외계인의 비행 물체라는 증거는 없으니까요.”
▼ 얼마 전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적외계생명체가 지구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분은 천재니까 제가 모르는 증거를 갖고 있는지 모르죠(웃음). 저는 아직 그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어요. 다만 우리의 과학기술로 설명되지 않는, 말 그대로 ‘UFO’가 존재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 신화나 종교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연구가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간 건가요.
“엄밀히 말하면 초과학, 초상학(超常學)의 분야로 뻗어간 거죠. 저는 UFO의 출현이 종교인이나 신학자에게 굉장히 반가운 뉴스일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날 기성종교가 위축된 이유는 과학만능주의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UFO는 ‘과학의 힘으로 이 세계를 모두 해석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는 ‘과학 너머의 과학’, 즉 현대 과학의 패러다임 밖에 있는 또 다른 과학에 대해 말했다. UFO를 대하는 주류 학자들의 태도와 사뭇 다르다. 해외 석학들은 현대 과학의 틀로 설명할 수 없는 UFO에 관한 신고가 계속되자, 이를 대중적인 망상의 문제로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적 틀을 마련해왔다. ‘코스모스’ 등의 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도 이런 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UFO 연구가들이 외계인의 교신 흔적 등으로 평가하는 미스터리 서클에 대해 “유명해지고 싶어 안달 난 촌뜨기들이 만든 허풍”이라고 폄하했다.
선각자냐 미치광이냐
“세이건은 ‘로스웰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죠. 현장을 찾아 알아본 결과, 이 사건의 주요 목격자는 전부 가공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공군기지 안 병원에서 우연히 외계인의 시체를 목격했다는 간호사, 추락한 UFO에서 외계인의 시체를 목격했다는 어느 대학의 고고학 발굴팀 모두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저도 로스웰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어요. UFO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일부 그런 증거가 있다고 해서, 모든 UFO 목격담을 허위로 여기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맹 교수는 만약 세이건이 살아 있다면 당장 편지를 쓰고 싶다고 했다. UFO나 외계인 관련 체험이 중세의 마녀광란이나 전투적 메시아니즘과 유사하다는 걸 지적하고, 이런 체험을 단지 환영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겠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이 많은 것을 이룬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 세계의 전부는 아닙니다. 감히 말하자면, 세이건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한사코 지키려고 애쓰는 현재의 과학 패러다임은 머지않아 운명을 다할 겁니다.”
▼ 주류 학자 가운데 교수님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있나요.
“예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가 미국 애리조나대 인류학과 교수와 UFO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고 하기에 속으로 ‘이 사람 조심해야 할 텐데’ 하고 생각했지요. 많은 사람이 사석에서는 외계인에 대해 궁금해 하고 초물리적인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건 꺼립니다. 지금은 작고한 하버드대 존 맥 교수처럼 뜻밖의 고초를 겪을 수 있으니까요.”
▼ 존 맥 교수는 어떤 분인가요.
“저명한 UFO 연구자입니다. 하버드 의대 정신병학 교수였는데, UFO에 납치당했다가 돌아왔다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초상현상 연구프로그램’이라는 연구소를 만들고, UFO 납치체험을 다룬 ‘피랍(Abdu-ction)’이란 책도 썼지요.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문제가 돼 하버드대 인사청문회에 회부될 뻔 했습니다.”
▼ UFO와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한 게 문제가 됐나요.
“그런 면이 있죠. 저도 그분의 책을 읽으며 ‘너무 앞서나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하버드대의 명망 있는 교수로서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어야 했는데, ‘웁스, 얘들이 진짜 요정을 본 거 아냐’ 하고 놀랐다는 게 책 속에 그대로 담겨 있어요. 다른 학자들이 그런 면을 용납하지 못한 거죠. 존 맥 교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런던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그 부분에도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요.”
▼ UFO 연구 때문에 살해당했을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종교집단의 소행일 거라는 얘기가 한동안 떠돌았지요. 거기가 교통사고가 날 만한 지역이 아니거든요. 아까 저도 구약 얘기를 언급했지만, UFO 문제를 잘못 다루면 근본주의자들의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구약에 등장하는 종교적인 체험과 현대인의 경험 사이에 유사점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 부분을 조심스럽게 서술하지 않으면 ‘성서 속의 신은 외계인이다’ 같은 맥락으로 읽힐 수 있어요.”
초심리학에 빠진 물리학자
▼ 주위 과학자들의 몰이해에 종교 근본주의자들의 공격까지…. 교수님이 UFO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지 않고 공학박사가 된 건 이 학문의 불우한 운명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
“그보다는 학문적으로 자신이 없었던 거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물리학자가 되기 위해 서울대 물리학과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이 학문으로 세상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좌절감이 커졌어요. UFO 연구를 시작한 뒤, 내가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 없는 분야, 좀 더 실용적인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맹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브라이언 조지프슨 교수 이야기를 꺼냈다. 케임브리지대학원 재학 중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 천재 과학자는 이후 물리학자로서의 커리어를 접어버렸다. 기존 학문에 더 이상 연구할 게 없다고 생각하고, ‘과학 너머의 과학’을 연구하는 초심리학자로 전업한 것이다. 천재 과학자들의 삶을 다룬 한 과학 교양서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브라이언 조지프슨은 노벨상 수상 후 물리학 문제를 너무 생각한 나머지 환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거의 수면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환각을 억제하기 위해 다량의 신경안정제를 먹기 시작했고 결국은 망상에 빠져들어 어느덧 주 연구 분야가 양자론에서 초심리학으로 바뀌었다. 주류인 데이(day) 사이언스에서 나이트(night) 사이언스로 묻혀버렸다.’
촉망받던 물리학자가 비과학적인 분야를 연구하다니, 뇌가 이상해지지 않고서야 가당키나 한 일이냐라는 주류 과학계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지프슨은 실제로 물리학계에서 완전히 이단아가 돼버렸어요. 한 시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가 해도 그렇게 되는데, 하물며 저 같은 사람이 전업으로 UFO를 연구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그런 천재가 30년이나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심리학에 대한 어떤 연구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는 겁니다. 제 막연한 바람은 조지프슨이 언젠가는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상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주었으면 하는 겁니다.”
그는 카이스트 재료공학대학원에 진학해 공학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원에서 박사과정도 마쳤다. 하지만 UFO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계속 책을 읽고 자료를 모으고 사람을 만났다.
피라미드의 비밀
이집트의 초고대문명과 UFO 사이의 상관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맹성렬 교수.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는 이 ‘경이로운 세계’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누구 못지않게 열렬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국내외 UFO 목격자들을 만나고, 영국 국방성에서 4년간 UFO 업무를 담당한 닉 포프, 미스터리 서클 전문가 콜린 앤드루스 등 해외 전문가들도 찾아다녔다. 이런 만남을 통해 그가 알고 싶었던 건 UFO의 존재를 믿으면서부터 늘 마음에 품고 있던 의문, 과연 이 비행 물체는 어디에서 오는가였다.
UFO의 기원에 대한 UFO 학계의 견해는 크게 외계기원설, 평행우주설 그리고 종교적·초심리적 현상설 등 3가지로 나뉜다. 외계기원설은 말 그대로 외계의 생명체로부터 날아오는 것이라는 의견, 평행우주설은 ‘같은 공간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초에너지적 존재’의 작용으로 보는 학설이다. 초심리적 현상설을 지지하는 이들은 집단무의식 이론을 토대로 UFO의 출현을 인간의 초과학적 정신 작용으로 이해하려 한다. 이 가운에 어느 것도 맹 교수의 마음을 명쾌하게 사로잡지 못했다. 그는 영국 유학시절 이집트를 여행하다 비로소 오랜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를 찾았다.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 정점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석조 건축물, 피라미드 안에서였다.
▼ 피라미드와 UFO가 무슨 관련이 있나요.
“둘 다 현대 과학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어떤 것이죠. 어릴 때부터 피라미드가 불가사의한 건축물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니 상상 이상이었어요. 주류 고고학계에서도 4500여 년 전에 건축됐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석기와 청동기만을 사용하는 ‘미개인’들이 그 정도의 건물을 지었다는 말이거든요. 아무리 막대한 노동력을 쏟아 붓는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어요.”
그는 피라미드의 ‘불가사의’를 치밀하게 논증했다. 그에 따르면 대피라미드를 한 변의 길이가 30㎝인 정육면체 돌 블록 형태로 쪼개면 지구 둘레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길이가 된다. 사용된 돌의 무게는 총 600만t에 달한다. 고대인들은 이 엄청난 재료를 현대 건축물에 비해 훨씬 적은 오차 수준으로 끼워 맞췄다. 오늘날 초정밀 수준기(평면의 수평 정도를 측정하는 기계)로 짓는 건물의 수준 오차가 전체 규격의 0.2% 남짓인데, 대피라미드의 오차는 0.0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피라미드 건설에 적용된 기술력이 현대의 건축술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단언했다.
그들은 외계인일까
▼ 교수님 말씀은 피라미드를 만든 게 UFO를 타고 지구에 오는 외계인이라는 건가요.
“일단 확실한 건 지구상에 아주 오래전 고도의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이겠죠. 그들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면 분명 현대 과학 수준을 뛰어넘는 발명체, 예를 들면 UFO 같은 것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피라미드를 만든 존재와 UFO를 만든 존재가 실은 같은 게 아닐까 라는 가설을 세우게 된 겁니다.”
그는 영국에서 만난 UFO 연구가로부터 “지구상의 문명이 최소한 수십만 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고 지구와 화성을 오갔던 존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사람은 “그런 존재를 우리 조상들은 신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 1995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화성이 UFO 발진지로 가장 가능성이 높으며, 그들이 아직까지 인류와 접촉을 피하는 이유는 문명의 격차가 너무 커서 한자리에 같이 앉아 협상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씀인가요.
“먼저 밝힐 것은 그때의 발언도 가설의 하나라는 겁니다. 과학 기술자로서 이 문제는 단언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외계인의 존재를 증명할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수십만년 전 지구에는 고도의 지성을 갖춘 생명체가 이룩한 초고대문명이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것이 사라졌는데, 그 지성 생명체의 후예들이 지금 지구에 출현하는 것이 UFO일 가능성이 있다’ 정도입니다.”
▼ 그 생명체가 외계에서, 그중에서도 특히 화성에서 온다고 보시나요?
“화성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0년대 초 ‘월간 뉴턴’이라는 과학 잡지에서 한 사진을 보고부터입니다. 미국의 광학 전문지 ‘어플라이드 옵틱스(Applied Optics)’지에 게재된 논문이 요약돼 실렸는데, 화성에서 사람 얼굴 모양의 바위가 촬영됐다는 내용이었지요. 사진을 보니 정말 사람의 얼굴 같았어요. 그때는 ‘이게 UFO의 비밀을 풀 열쇠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릎을 쳤지요. 하지만 그 후 이 바위에 대해 여러 논란이 일었고, 화성 탐사선이 궤도를 수정해가면서 수차례 모습을 찍은 결론은 ‘사람 얼굴 모습과 상당히 동떨어진 형상이더라’라는 것입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NASA 음모론도 나돌고 있는데, 모르겠어요. 화성의 바위를 직접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맹 교수는 혀를 찼다. 아직 UFO조차 목격한 적이 없다. 외계생명체라고 주장하는 존재도 당연히 만나지 못했다. 그가 이 문제에 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건, 명확한 증거 없이 뭔가를 주장하지는 않겠다는, 과학자로서의 신념 때문이다.
UFO와 안보
맹 교수가 원하는 것은 현대 과학의 패러다임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연구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군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천안함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가안보의 기초는 과학 기술력이에요. 군에서 일부러 진실을 숨긴다는 음모론도 있긴 합니다만, 저는 군의 과학 기술력이 민간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의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지요. UFO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맹 교수에 따르면 미 공군은 1940년대 말 ‘프로젝트 사인’(1952년 ‘프로젝트 블루북’으로 개명)이라는 이름의 UFO 조사 기구를 설치했다. 약 20년간 이 기구에 접수된 UFO 관련 신고는 총 1만2618건. 그러나 미 의회는 1969년 UFO 청문회를 연 뒤 정부가 공식적인 기구를 설치한 것이 오히려 국민의 불안감만 조성한다는 이유로 이 프로젝트를 종결하고 자료를 극비로 숨겨버렸다.
“국가안보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조사 기구를 만드는 건 불편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최소한 군 내부에 이런 문제를 전담하는 비밀조직이라도 마련했으면 합니다. 현역 군인들이 군에서 발생한 일을 민간 연구자에게 보고하는 건 아무래도 모양새가 나쁘지요. 이런 문제에 대한 지식이 없는 조종사가 UFO를 적으로 오인하면 돌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고요. 저는 군에서 요청할 경우 얼마든지 찾아가 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 있습니다.”
현재 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빠 보이는데, 자꾸 일을 벌였다. 신화학 연구도 그중 하나다. 맹 교수는 지난해 이집트 신화의 비밀을 파헤친 책 ‘오시리스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09년 우수저작상’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 대해 “메네스가 고대 이집트 왕국의 창시자라는 학계의 상식을 확 뒤집은 역작”이라고 자평했다.
“지금까지 그런 주장을 하는 논문이 한두 편 있긴 했습니다만, 저는 고대 이집트의 왕권 신화의 본질을 밝히고 이를 학술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집트학의 새 장을 열었다고나 할까요. 이 책을 읽으면 고대 이집트 신화에 관해선 분명히 제가 미국의 대중적인 신화학자 조지프 켐벨보다 한 수 위란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르네상스人
보통 자신감이 아니다. 의기양양한 그에게 그렇게 계속 ‘딴 짓’을 하면 학교에서 싫어하지 않는지 물었다.
“물론 전공 관련 일도 합니다. 우석대에 오기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케임브리지-ETRI공동연구센터 소장으로 일했는데, 총괄 연구책임자를 맡아 지능형 나노가스센서와 바이오센서를 개발했지요. 이에 관한 논문 2편이 2007년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에 발표돼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어요. 같이 연구한 케임브리지 학자들은 자국에서 이 기술로 벤처 회사를 만들었고요. 저도 올해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예비 기술창업자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조만간 창업을 합니다. 이런 연구 활동이 제자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겠죠.”
UFO학이든, 신화학이든,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공한 주류 과학이든, 경계 없이 연구하고 마음껏 탐험하고 싶다는 그는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인 같았다. 맹 교수의 꿈은 언젠가 전업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것. 주류와 비주류, 과학과 비과학의 벽이 사라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계에서 그는 아마 우주 구석구석을 유영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쏟아내는 전문 저술가가 돼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