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호

  • 입력2011-01-20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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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卒

    일러스트·박용인

    어머니 묘소에 큰절하고 비석 뒷면을 살펴보니

    생몰연월일 앞에 한자로 生과 卒이 새겨져 있다

    生은 그렇다 치고 왜 死가 아닌 卒일까 궁금해 하다

    인생이 배움의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이승이라는 학교에 입학하여

    인생이라는 기나긴 배움의 길에 오른다

    그러나 우여곡절과 신산고초의 과정 속에서

    희, 로, 애, 락, 애, 오, 욕까지를 제대로 익히고

    무사히 졸업을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못 견디고 너무 일찍 자퇴하거나

    어떤 이는 병이 들어 중도에 휴학을 하며

    어떤 이는 불성실하여 퇴학당하기도 한다.

    그러니 내 어머니는 그냥 사망하신 게 아니다

    여든 해 동안 인생의 전 과목을 두루 이수하시고

    이승이라는 파란만장한 학교를 졸업하신 것이다

    저승이라는 또 다른 배움의 과정에 드신 것이다

    무덤 옆의 저 비석은 자랑스러운 졸업장이다.

    김선태

    ●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199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중앙대 국문과 석사, 원광대 국문과 박사

    ● 현 목포대 국문과 부교수

    ● 애지문학상·영랑시문학상 우수상 수상

    ● 시집 ‘간이역’‘동백숲에 길을 묻다’‘살구꽃이 돌아왔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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