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방송보도로 우리 사회에 채식열풍이 불어닥치기 전인 지난해 하반기 경, ‘암정복에 도전한다’는 연재 기획물을 준비하면서 확인한 것은 암환자들이 항암(抗癌) 식이요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채식 위주의 자연식을 실천하는 것이 암 치료 및 재발 방지에 좋은지, 아니면 육식과 채식을 병행하는 영양학적 측면의 식단을 짜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좀더 자세하고 확실한 정보를 알고 싶어했다.
말하자면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로 미디어를 통해 논쟁중인 채식주의대 육식병행주의가, 이미 암환자들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로 병원에서 수술이나 항암치료 를 받은 암환자들은 퇴원할 때 어떻게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것이 암치료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실질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마련. 그러나 담당의사로부터 “잘 먹으면 된다”는 불명확한 대답을 듣거나, 항암치료로 허약해진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고단백 음식섭취가 필요하다는 정도 이상의 답변을 듣기가 어렵다. 의사들 역시 의과대학에서 정식으로 영양학을 공부하지 않은 이상 시원스럽게 답변하기가 곤란한 게 현실이다.
아예 어떤 암환자는 의사의 일반적인 조언을 싹 무시한 채 육고기에 내포된 독성 에너지가 암세포를 더 빠르게 퍼뜨릴 수 있다면서 특정한 식이요법을 선택하거나 채식만을 고집하기도 한다. 난치질환이나 중병 환자들 사이에 무조건 채식을 해야 산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지침’이 적잖게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식이요법과 질병치료간 관계는 비단 암환자들의 관심사항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로 부상한 암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도 암을 예방하고 이기는, 바람직한 식습관에 대한 정보 욕구가 매우 높은 편이다. 최근 일고 있는 채식 붐의 이면에는 암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에서 해방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정서도 깔려 있다는 게 암전문가들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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