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가요계 인사들은 말한다. “조용필처럼 노래 잘하는 가수가 또 등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처럼 전국민을 팬으로 하는 가수가 다시 나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자신의 노래가 모든 세대와 계층의 사람들에게 불리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모든 음악가의 꿈이다. 전영록 김수철 구창모 윤수일 이용 이선희 이문세 등 당대 인기가수들이 그와 저울추를 맞추려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2인자 군(群)에 머물러야 했다.
한참 후배인 요즘 가수들 역시 ‘조용필처럼 되는 것’을 꿈꾼다. 민중가수 출신인 안치환도 실은 슈퍼스타 조용필처럼 되고 싶었다고 고백한 바 있으며 1990년대를 풍미했던 신해철은 심지어 그를 ‘조용필 장군님’이라 부른다. 이 점에 있어서는 조용필과 비견되는 유일한 인물인 서태지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왕성한 식욕도 조용필이 남긴 경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트로트 가수들이 트로트 부문만 주시하고, 록 밴드는 주로 록의 흐름에 민감하며, 댄스가수들은 댄스음악만 바라보게 되어있다. 그러나 조용필의 경우는 달랐다. 그가 신보를 내놓을 때마다 모든 장르의 음악인들이 ‘이번에는 어떤 음악을 만들었을까’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그러나 시간은 빠르다. 영원한 국민가수이자 독재자로 한국 가요계를 호령한 지 어느덧 30년, 지금 그는 더 이상 전성기가 아니다. “조용필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치던 십대 팬들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앨범을 발표해 신세대 스타들과 순위와 판매량을 겨루는 처지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그는 공연에서만큼은 왕년의 가수임을 거부하며 여전히 가요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의 이름이 ‘불변의 현재진행형’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공연 준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조용필은 12월7일부터 14일까지 8일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공연 준비로 분주했다. 공연에 관한 보도자료를 일간지들에 막 배포했다고 했다. 사생활보다 음악얘기를 많이 하고싶다고 말을 건네자 “요즘도 내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러면서도 그는 “모처럼 옛날 얘기를 하게 될 것 같아서 흥분된다”는 말로 인터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니 조용필은 듣던 것보다 달변이었다. 어떤 질문에도 긴장하거나 난처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여유 있었다. 대화를 풀어 가는 방식 또한 과연 한 분야의 일인자다운 풍모를 보였다.
-전국 순회공연을 막 끝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쉬지도 않고 계속 공연하는 게 피곤할 것 같습니다. 나이가 신경 쓰이지 않습니까.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게 제가 팬들한테 할 수 있는 보답인데 피곤할 리 있겠습니까, 오히려 즐겁지요. 서울공연을 끝마치고 나면 바로 수원 부천 부산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하루 2회씩이에요.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노래는 힘들지 않아요. 아직 나이를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조용필 공연은 매번 엄청난 스케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0년 공연에서 이름의 필(弼)자를 대형으로 만든 장치가 무대 위에 회전하는 것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는데요, 무대에 얼마나 돈을 들이는지 궁금합니다. 개런티까지 쏟아 부어 무대를 꾸민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필(弼)자요? 한 1000만원 정도 들었을 겁니다. 그 정도를 갖고 놀라셨다니 아마 작년 공연을 봤다면 까무라쳤겠네요. 제작사로부터 공연 비용을 모두 지급 받기 때문에 내 개런티까지 따로 들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개런티가 얼마인지는 말씀 못 드리지만, 다른 가수에 비하면 서너 곱절 정도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