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다른 종목의 무술끼리 겨루는 이종격투기가 국내에서도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종격투기는 이러한 질문들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종격투기는 말 그대로 이종(異種), 즉 서로 다른 종목의 격투기(태권도, 유도, 복싱, 레슬링 등) 중 어느 쪽이 더 센지를 겨루는 새로운 스포츠다.
스포츠에 관심 있는 30~40대라면 권투와 레슬링 최강자가 맞붙은 무하마드 알리와 안토니오 이노키의 시합을 기억할 것이다. 1976년에 벌어진 이 대결은 시종 누워만 있던 이노키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이노키에게 다가서지 않은 알리의 소극적 시합운영으로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지만, 세계적으로 눈길을 끈 최초의 이종격투기 시합이었다.
이 시합이 있기 전에도 레슬링과 유도, 쿵푸와 무에타이, 가라테와 레슬링 하는 식으로 서로 다른 종목의 선수들 간 시합이 몇 차례 있긴 했다. 전세계를 돌며 각국의 무술고수들과 ‘맞짱’을 떴다는 극진가라테의 창시자 최영의도 말하자면 이종격투기를 한 셈이다.
이종격투기는 각 무술의 주된 기술, 즉 때리고, 차고, 던지고, 꺾고, 조르는 것을 최대한 허용해야 공정한 시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종격투기에는 ‘반칙’이 별로 없다(그렇다고 아무런 제약이 없는 ‘무규칙’ 시합은 아니다).
룰에 규제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이종격투기는 NHB(No Holds Barred·룰에 제한이 없는), 발레 투도(Vale Tudo·‘무엇이든 허용된다’는 뜻의 브라질어)의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그에 따라 한 가지 무술만으로는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게 되었고, 이는 종합무술(Mixed Martial Arts)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낳았다. 다시 말해 현대의 이종격투기는 종합격투기(MMA)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격투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이종격투기의 기원은 고대올림픽 정식종목의 하나였던 판크라치온(Pancration)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판크라치온은 레슬링과 복싱을 섞은 듯한 격렬한 격투기로 현재의 레슬링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도 그리스에서는 자국의 전통무술로 내세우며 수련하고 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이종격투기의 기원은 1993년 미국에서 열린 UFC (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대회에서 찾을 수 있다. 같은 해에 조금 더 일찍 시작한 일본의 K-1은 종합격투기라기보다는 입식타격기 위주의 이종격투기다. 역시 일본이 주최국인 프라이드(PRIDE)는 그라운드 기술을 허용하는 종합격투기 대회로 1997년 시작됐다. 이 셋을 세계 3대 이종격투기대회라고 부른다.
이종격투기는 크게 입식타격계열과 종합격투계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입식타격계열 대회는 선 상태에서만 승부를 겨룬다.
입식타격계 대회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K-1으로, 극진가라테에서 갈라져 나온 정도회관의 관장 이시이 가즈요시가 만들었다. K-1에서 K는 가라테(Karate), 킥복싱(Kickboxing), 쿵푸(Kung Fu), 태권도(Tae Kwon Do) 등의 이름 글자를 딴 것이고, 1은 입식타격계 격투기 중에서 최고(No.1)를 가린다는 뜻이다.
가라테 킥복싱 쿵푸…
1993년 제1회 대회가 열릴 때만 해도 K-1이 지금과 같이 세계 규모의 예선을 치르는 대회로 성장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K-1의 눈부신 발전은 주최측의 오랜 준비와 노련한 대회운영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 거기에 앤디 훅, 피터 아츠, 어네스트 호스트, 마이크 베르나르도, 제롬 르 밴너, 미르코 크로캅, 밥 샵, 레미 본야스키 등 걸출한 실력을 갖춘 격투스타가 계속 배출되면서 K-1은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격투기대회로 자리잡았다.
K-1은 매년 미국, 유럽, 오세아니아 등 각 대륙에서 열리는 지역예선 우승자들이 연말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대회에 진출해 자웅을 겨루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7월 열린 K-1 서울대회도 지역예선의 하나였다.
K-1은 최근 설립자인 이시이 정도회관 관장이 탈세혐의에 연루되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다니카와 사장을 중심으로 경량급 대회(K-1 MAX)와 종합격투기 룰에 의한 경기(K-1 Romanex) 등 다양한 형태의 시합을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씨름선수 최홍만을 스카우트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