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속기공 시범을 보이고 있는 양운하 회장.
늦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인지 계곡 한쪽에서는 물놀이를 하거나 텐트를 치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행락객들로 꽤 북적거렸다. 그러나 다른 한켠의 한적한 백사장에서는 아이들을 앞세운 학부모들이 양운하 회장의 지도 아래 열심히 기공 수련을 하고 있었다.
기공운동을 하기에 알맞은 개량 한복을 걸친 채 수련 지도에 여념이 없는 그를 필자는 5년여 전에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탄력 있는 몸매와 동안(童顔)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양운하 회장은 우리 고유의 기공이라는 뜻에서 ‘한국토속기공’이란 이름을 내걸고 중국, 일본 등지에서 운기방사(運氣放射·기운을 돌려 손으로 기를 내뿜는다고 해서 이른바 ‘장풍’이라는 말로 널리 알려짐)라는 독특한 기(氣)의 세계를 펼쳐 한국 기공의 우수성을 알린 주인공이다. 국내 TV 방송 3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아사히 TV, 중국 아성TV, 미국의 CNN과 AFN 을 통해서도 명성을 떨친 그는 몇 해 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느닷없이 이곳 탁사정에 출현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지력(智力) 개발이라는 프로그램을 들고서….
양 회장은 수련 자세를 취하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일(一)자형 외줄타기 자세를 취해봅시다. 이 기공 자세는 두뇌의 집중력을 강화하는 데 탁월합니다. 먼저 백사장에 세로로 일직선을 그어놓고 양쪽 발을 정확하게 일직선상에 올려놓습니다. 마치 외줄타기처럼 양손을 옆으로 든 다음 앞으로 뻗은 왼쪽 다리는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뒤에 있는 오른쪽 다리는 무릎을 완전히 편 채 그대로 버팁니다. 그리고 앞을 응시한 상태에서 두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그 상태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세요. 외줄타기를 하고 있으니 떨어지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끝까지 참아보세요.”
30초 정도 흘렀을까. 여기저기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양쪽 허벅지를 꼬거나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휘청거렸다. 필자도 이 자세를 취해봤는데, 그냥 서 있기만 하는데도 땀이 빗물같이 뚝뚝 떨어졌다.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이 더 잘 버티는 것 같았다.
양 회장은 자세를 유지하려고 기를 쓰다 결국 외줄타기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자식들보다 오래 견디지 못해 창피하지 않냐” 놀리면서 집중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발을 바꿔서 같은 자세를 취해보라고 했다. 잠시 쉬는 시간을 틈타 그와 얘기를 나눴다.
-외줄타기 기공이 생각보다 힘든데요.
“힘이 좀 들고 땀이 흐르긴 하지만 달리기할 때처럼 심장이 헐떡거리지는 않지요? 격한 운동을 하거나 산소를 많이 소비하는 운동을 하다보면 체내에 활성산소가 증가해 오히려 노화가 촉진되는 등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공은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운동효과가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평소 잘 쓰지 않는 지근(遲筋)을 자극하므로 30∼40대 이후의 사람들에겐 격한 운동보다 한층 권할 만한 운동이에요.”
대뇌피질 자극해 집중력 강화
-이 자세가 어떤 원리로 집중력을 강화해줍니까.
“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기공이 머리를 맑게 해주고 머리가 좋아지게 해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기공을 가르치는 기공사들도 어떤 원리로 어떤 부위를 자극해서 지력(智力)이 향상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명상으로 우주의 에너지를 머리로 받아들여라’ ‘머리로 숨을 쉬어라’는 등 아주 신비적인 주술행위처럼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기공이 현대인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죠. 제가 제시하는 이 기공 자세는 발바닥 끝을 자극해 그 반응을 말초신경과 척수 등을 통해 대뇌피질로 연결시킴으로써 흥분된 뇌를 안정시키는, 매우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