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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옥고, 황제(黃帝)가 상식한 불사약

경옥고, 황제(黃帝)가 상식한 불사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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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옥고, 황제(黃帝)가 상식한 불사약

‘동의보감’에도 경옥고의 호흡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경옥고(瓊玉膏)’는 허준이 그의 평생 후원자인 유희춘에게 선사한 것으로도 유명하고 정조가 운명하기 전 생명의 물꼬를 되돌리기 위해 먹었던 약으로도 유명하다. 경(瓊)은 아름답다, 붉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옥은 구슬을, 고는 장기간 고아서 끈끈한 액상의 약물을 뜻한다. 경옥고는 붉은 구슬 같은 고약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런 뜻만으로는 본질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 붉다는 것은 생명을 뜻하며 옥은 옥액으로 구슬처럼 소중한 생명의 물을 뜻한다.

옛날 황제(黃帝)가 곤륜산(崑崙山)에서 나오는 꿀 같은 옥액을 상식(常食·늘 먹음)해 영생을 얻었다고 하는 전설에서 경옥고는 유래되었다. 곤륜산은 신화의 산으로 황제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을 때 머무는 곳이다. 이 신화는 캐머런의 영화‘아바타’나, 미야자키의 만화 ‘천공의 성 라퓨타’ 에 나오는 공중산 이미지의 과거형이다. 말하자면 오래된 미래인 셈이다.

황제는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곤륜산의 행궁에 머물다가 기분이 내키면 그곳에서 400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괴강지산으로 갔다. 괴강지산에는 유명한 황제의 공중정원 현포가 있었다. 현포는 평포 혹은 원포라고도 한다. 아득한 구름 속에 걸려 있는 듯하여 현포라고 했다는데, 어찌나 높은 곳에 걸려 있었던지 그곳에서 조금만 더 위로 가면 바로 하늘나라에 닿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곤륜산은 곤륜(崑崙) 또는 곤륜(·#53758;)이라 불리는 전설상의 산이었다. ‘회남자’에는 산기슭부터 꼭대기까지가 일만일천리로 기록되어 있다. 신화 속에서 성스러운 하늘 사다리 역할을 하는, 고대인들을 압도할 만큼 거대한 산이다. 황하(黃河)도 여기서 발원(發源)했다고 믿어지는 산이다. 그런데 이 산의 아래로는 약수라는 깊은 물이 산을 휘감아 흐르고 있고 그 둘레에는 또 불꽃이 이글거리는 큰 산이 있었다. 그 불꽃 속에는 기이한 나무가 한 그루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나무의 이름은 건목이다. 불꽃 속에서도 타버리지 않는 나무는 바로 그곳이 속세와는 구별되는 성스러운 장소라는 것, 신들의 영역임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곳에는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여신, 서왕모가 살고 있었다. 곤륜산에 살면서 사람의 수명을 다스리는 불사약을 갖고 있었다. 서왕모 주최로 열리는 곤륜산 요지의 복숭아 축제에는 신선 세계의 온갖 신이 몰려온다. 복숭아 세 알을 먹고도 영생을 얻게 된 사람이 바로 동방삭이다. 이 불사약이 바로 황제가 상식한 경옥고의 원형이다.



양생의 근본은 생명물질 배양

이런 신화는 당연히 상징의 세계다. 곤륜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머리를 상징하고 서왕모는 여자로 정혈을 의미하며 붉은 복숭아는 신장 중에 오른쪽에 있는 명문 단전의 타오르는 생명의 불길을 상징한다. 머리와 명문 그 속에 깃들인 생명물질인 정혈이 삶의 근원임을 표현한 신화인 것이다. 신화도 아바타도 우주를 닮은 자신의 내부인 것이다.

도교의 최고 경전 ‘황정경’을 보면 그 해석이 좀 더 구체적이다. 경은 경실(瓊室)뇌를 가리킨다. 옥은 옥정, 옥액으로 콩팥 신장에 간직한 샘이다. ‘동의보감’에서도 강조하듯이 뇌와 신장은 척추 속의 척수액으로 이어진다고 보며 척수액 같은 생명의 물질을 배양하는 것이 양생의 근본이라고 본 것이다. “몸 뒷부분에는 3관이 있는데 옥침관 녹로관 미려관이라 하는 이것들은 정기가 오르내리는 길이다”라고 표현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물질, 정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바로 경옥고가 한다고 본 것이다.

이 처방을 만든 중국의 주진형은 욕망의 절제를 통해 생명을 연장한다는 양생법의 논리를 내세웠다. 인간은 욕망을 가진 존재이고 욕망은 물질인 음액을 소모하기 때문에 음액의 보충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다. 주전자의 물이 끓는 상태가 인간의 삶이라면 불은 불꽃같은 욕망이고 물은 음액인데 물은 욕망에 의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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