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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빼다 박은 ‘강남몽’<황석영 作> 4장 ‘개와 늑대의 시간’

거장의 소설과 표절의 혐의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빼다 박은 ‘강남몽’<황석영 作> 4장 ‘개와 늑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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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절(剽竊)은 사전적 의미로 다른 사람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다.
  • 거장의 리얼리즘 소설 안에 표절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대목이 숱한 걸 어떻게 봐야 할까.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빼다 박은 ‘강남몽’ 4장 ‘개와 늑대의 시간’
황석영의 ‘강남몽’은 서울 강남 형성사를 다룬 작품이다. 강남이란 공간을 역사라는 씨줄과 사람이라는 날줄로 형상화했다. 일제강점기부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까지의 역사를 다섯 꼭지의 이야기로 압축해 선보인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 연계돼 있다. 이 소설은 6월 출간 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소설은 리얼리즘의 백미를 보여준다. 소설은 사실,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실제 일어났거나, 일어났을 법한 사건을 토대로 가공의 인물이 서사를 밀고나간다. 자료 혹은 사료를 늘어놓은 것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 주인공의 이름도 실재 인물과 비슷하다. 특히 조직폭력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이 그러하다.

소설가 김훈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강남몽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의 지층을 세로로 잘랐을 때 드러나는 시대의 무늬를 보여준다.”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빼다 박은 ‘강남몽’ 4장 ‘개와 늑대의 시간’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는 현직 기자가 주먹 세계의 실상을 파헤친 책이다. 조양은, 김태촌을 비롯해 일세를 풍미한 조직폭력배들의 삶을 심층적으로 그렸다. 검찰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저자는 조직폭력의 대명사 김태촌·조양은 그리고 맨손싸움 1인자 조창조, 김두한 후계자로 통한 조일환, 경기 주먹계 실세 박복만, 서울 주먹계 실력자 백민, 전 안토니파 보스 안상민 등 수십 명의 주먹을 인터뷰했다.



지난해 1월 발간한 이 책은 소설처럼 숨 가쁘게 읽힌다. 내로라하는 조폭들의 육성이 살아 숨 쉬는 덕분이다. ‘김태촌·조양은 40년 흥망사’라는 소제목이 붙은 꼭지는 실재 사건과 인물이 엉겨 붙어 무협지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시라소니 이후 ‘맨손싸움 1인자’로 불리는 조창조 인터뷰는 한국 현대사를 가로지른다.

박영수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검사 시절 조직폭력배 수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자료를 보아왔지만 이처럼 깊이 있게 주먹세계의 실상을 파헤친 책을 보지 못했다.”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는 실제 일어난 일을 다룬 기자의 저작이고, ‘강남몽’은 리얼리즘을 강조한 소설이다. 그런데 ‘강남몽’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의 상당 부분이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의 내용을 빼다 박았다. 같은 주제를 다루다보니 생긴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발 냄새 땀 냄새의 산물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빌려와 살을 붙인 걸까? ‘강남몽’ 4장 ‘개와 늑대의 시간’과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를 비교해보자.

“두 번 다시 오먼 니가 내 형여”

‘강남몽’ 4장은 이렇게 끝난다.

-형님 어디 계세요?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동생의 말에 그가 대답했다.

-제주여. 방금 몽땅 털리고 나왔구마. 어야. 내 앞으로 입금 좀 시켜주라.

전화기 속에서 김현수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한다.

-어쩔라구 카지노엘 또 가셨습니까?

-어이 인자 두 번 다시 오먼 니가 내 형여…

(‘강남몽’ 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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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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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빼다 박은 ‘강남몽’<황석영 作> 4장 ‘개와 늑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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