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은 리얼리즘의 백미를 보여준다. 소설은 사실,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실제 일어났거나, 일어났을 법한 사건을 토대로 가공의 인물이 서사를 밀고나간다. 자료 혹은 사료를 늘어놓은 것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 주인공의 이름도 실재 인물과 비슷하다. 특히 조직폭력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이 그러하다.
소설가 김훈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강남몽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의 지층을 세로로 잘랐을 때 드러나는 시대의 무늬를 보여준다.”

지난해 1월 발간한 이 책은 소설처럼 숨 가쁘게 읽힌다. 내로라하는 조폭들의 육성이 살아 숨 쉬는 덕분이다. ‘김태촌·조양은 40년 흥망사’라는 소제목이 붙은 꼭지는 실재 사건과 인물이 엉겨 붙어 무협지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시라소니 이후 ‘맨손싸움 1인자’로 불리는 조창조 인터뷰는 한국 현대사를 가로지른다.
박영수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검사 시절 조직폭력배 수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자료를 보아왔지만 이처럼 깊이 있게 주먹세계의 실상을 파헤친 책을 보지 못했다.”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는 실제 일어난 일을 다룬 기자의 저작이고, ‘강남몽’은 리얼리즘을 강조한 소설이다. 그런데 ‘강남몽’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의 상당 부분이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의 내용을 빼다 박았다. 같은 주제를 다루다보니 생긴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발 냄새 땀 냄새의 산물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빌려와 살을 붙인 걸까? ‘강남몽’ 4장 ‘개와 늑대의 시간’과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를 비교해보자.
“두 번 다시 오먼 니가 내 형여”
‘강남몽’ 4장은 이렇게 끝난다.
-형님 어디 계세요?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동생의 말에 그가 대답했다.
-제주여. 방금 몽땅 털리고 나왔구마. 어야. 내 앞으로 입금 좀 시켜주라.
전화기 속에서 김현수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한다.
-어쩔라구 카지노엘 또 가셨습니까?
-어이 인자 두 번 다시 오먼 니가 내 형여…
(‘강남몽’ 3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