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7월26일 토요일 14시, 개전 27시간10분25초 경과.
전화기를 귀에 붙인 심양군구사령관이며 조선진주군사령관 후성궈가 두꺼운 눈꺼풀을 치켜 올리며 대답했다.
“예, 제4장갑사단은 전멸했습니다. 사단장 왕이안 중장 이하 참모들까지 모두 전사했습니다.”
후성궈의 말끝이 떨렸지만 계속한다.
“곽산에 파견했던 제4장갑사단의 전차 268대 중 살아 돌아온 전차는 없습니다.”
상황실 안에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금 후성궈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통화 중이다. 그때 수화구에서 시진핑의 목소리가 울렸다.
“현 상황은 어떻습니까?”
“425군단은 방어태세를 갖추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후성궈가 어금니를 물었다가 풀었다.
“주석동지, 그러나 이대로 둔다면 해방군의 사기는 말할 것도 없고 재공격의 우려도 커집니다. 따라서…….”
“기다리시오.”
차갑게 말을 자른 시진핑이 한 마디씩 차분하게 말한다.
“북한군과 전쟁을 벌일 수는 없소.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시오.”
“알겠습니다. 주석동지.”
그때 통신이 끊겼으므로 허리를 편 후성궈가 길게 숨을 뱉는다.
“425군단은 39집단군을 투입하면 다섯 시간 안에 궤멸시킬 수 있습니다.”
옆에 서 있던 참모장 양훙이 말했지만 외면하고 있다. 그도 시진핑의 지시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김정일은 호위총국 부사령관 윤국순 상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윤국순과 친분이 있는 425기계화군단의 대좌 한 명이 비밀리에 연락을 해온 것이다.
“전멸한 장갑사단은 제16집단군 제4장갑사단입니다. 곽산에서 빠져나간 전차는 단 한 대도 없다고 했습니다.”
마치 전공을 보고하는 것처럼 말했다가 힐끗 김정일의 눈치를 살핀 윤국순이 헛기침을 했다.
“지금 425군단은 중국군의 공격에 대비해서 전 병력을 동원했습니다.”
“중국군은?”
김정일이 갈라진 목소리로 묻자 윤국순의 목소리에 다시 활기가 돌았다.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20분 만에 1개 장갑사단이 전멸했으니까요.”
김정일은 시선을 돌려 벽에 붙은 상황판을 보았다. 425기계화군단이 위치한 평안북도 정주에는 검은 등이 켜져 있다. 김정일의 지시로 김경식 일당의 군부대가 위치한 지점에는 검은 등을 켜라고 했기 때문이다. 윤국순이 김정일의 시선 끝을 보더니 조심스럽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