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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인생 30년 베스트셀러 1000종 일군 김영사 방식, 박은주 스타일”

‘정의란 무엇인가’ 기획자 박은주 김영사 대표

“출판 인생 30년 베스트셀러 1000종 일군 김영사 방식, 박은주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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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다스의 손’ 별명 붙은 베스트셀러 제조기
  • ● 매일 108배 하고 금강경 암송하는 까닭
  • ● ‘정의’는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됐나
  • ● 세상에 필요한 책을 찾아내는 방법
  • ● “김영사가 한 권의 책이 되게 하고 싶다”
“출판 인생 30년 베스트셀러 1000종 일군 김영사 방식, 박은주 스타일”
박은주(54) 김영사 대표는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드는 기획자다. 밀리언셀러만 꼽으려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 1989)’ ‘닥터스(에릭 시걸, 1998)’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 2003)’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문선명, 2009)’, 그리고 지난해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2010)’까지. 그의 손에서 탄생한 책은 성공한 경영자의 후일담이거나 청춘을 잠 못 들게 만드는 성장 소설뿐 아니라 딱딱한 철학 개념을 파고드는 인문서일 때조차 독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내로라하는 출판관련 상을 휩쓴 박 대표의 이력 중에는 2002년 모델라인이 선정한 ‘베스트드레서’ 상훈도 있다. 책 잘 만들고 옷 잘 입는 사람이라니, 분명 트렌드를 읽는 데 능한 타고난 경영자리라. 서울 가회동 한옥마을에서 단연 눈에 띄는, 새하얀 외벽의 김영사 사옥 앞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가정집을 고쳐 만든 사옥은 현대적인 외관과 달리 마룻바닥으로 돼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반들반들 올라오는 나무의 윤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알고 보니 전 직원이 매일 아침 8시30분부터 45분까지 청소를 하는 덕분이란다. 직급, 성별의 차별 없이 사장부터 말단까지 함께 걸레질하고 변기를 닦는 회사, 그러고 나서는 조회를 하며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인사를 나누는 회사. 책 내는 얘기에 앞서 회사 소개부터 듣기로 했다. 뭔가 많이 독특해서다.

이 회사에는 규칙이 많다. “슬리퍼에는 각자 이름을 쓰고, 본인 슬리퍼만 신도록 하며, 자기 이름이 쓰여진 신발장을 이용한다” “화장실 사용 후 꼭 주위를 점검하고, 나와서 불을 끈다” “개인 컵을 사용하고, 각자 씻어서 보관한다”…. 김영사에 입사하는 사람은 이런 규칙 23개가 적힌 ‘김영사 신입직원이 알아둘 일’을 전달받는다.

마음에 새겨 실행할 일

“출판 인생 30년 베스트셀러 1000종 일군 김영사 방식, 박은주 스타일”
또 하나 ‘김영사 사람이 알고 마음에 새겨 실행할 일’이라는 제목의 글도 받는다. 이 내용으로 입사 후 7일 안에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대충 읽어서는 안 된다. “김영사는 우리의 행복을 실험하고, 실현하고 나아가 이웃과 나라와 온 세상에까지 널리 펴기 위한 우리 공동의 터전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잘 알고 마음에 새겨 실행한다”로 시작되는 일명 ‘명심문’은 박 대표에 따르면 “수천 년 동안 여러 성현들이 강조해온 지혜의 결정체”다.



이 글은 모두 박 대표가 직접 썼다. 김영사 새내기들이 입사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어떻게 하면 재시험 없이 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선배들은 저마다 노하우를 갖고 있다. 장재경 미디어기획부 팀장은 “전체 내용을 녹음한 뒤 반복해서 들었더니 한 번에 통과했다”고 했다. 옆자리 누군가는 주요 단어를 체크해 줄기를 잡아가는 키워드 학습법을 활용했단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암기법을 몸에 익혀두는 건 중요하다. 시험이 끝나도 ‘명심문’ 외우기는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사 직원들은 매일 아침 조회 때마다 한 항목씩 ‘명심문’ 내용을 낭송한다. 역시 독특하다. 회사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는 박 대표도 ‘냉철한 경영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알고 보니 그는 강원도 백담사 근처의 인제군 용대리에서 태어났단다. 상대가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우리 회사 깨끗하죠” “우리 회사 멋있죠” 자랑하는 품이 서울깍쟁이는 아니다 싶었다.

“제 바람이 회사가 집보다 깨끗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는 거거든요. 어쩔 때는 집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마음이 불편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1층 거실 밖으로 잔디가 펼쳐진 정원을 만들었다. 한옥마을을 향해 난 창으로는 소나무 가로수 사이 드문드문 드러난 기와지붕과 가회동 성당 첨탑이 내다보인다. 새소리가 들리고, 시원한 바람도 자유롭게 드나든다. 곳곳에 놓인 책장에는, 당연하지만, 책이 가득하다. 회사라기보다는 집 같은 곳. 이 공간에서 그는 마치 아버지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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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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