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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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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자유와 황홀 육상 _ 김화성 지음, 손문상 그림, 알렙, 24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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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오래된 미래’다. ‘달리고, 뛰고, 던지는’ 동작 없이 이뤄지는 스포츠는 거의 없다. 수영도 물속이라는 것만 다르지 몸 움직임은 육상이나 같다고 할 수 있다. 육상을 못하는 선수가 축구 농구 배구 야구 같은 구기종목을 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구기종목이 ‘재밌는 소설’이라면, 육상은 ‘씹을수록 맛이 나는 시(詩)’다. 소설은 읽을 땐 재밌지만 그때뿐이다. 시는 두고두고 여운이 남는다. 소리 내어 읽으면 더욱 그렇다.

근대 올림픽의 모토는 ‘Citius!(보다 빨리), Altius!(보다 높이), Fortius!(보다 힘차게)’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육상의 정신과 똑같다. 그리스 고대올림픽(BC 776~AD 394)은 1170년 동안이나 열렸다. 하지만 요즘 인기 높은 구기나 단체종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육상을 우습게 안다. 가난한 아이들이나 하는 스포츠로 생각한다. 당연히 육상 관련 책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직접 ‘육상이라는 시(詩)’를 쓰기로 했다. 마침 10여 년의 육상 담당 기자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 막막했다. 어려웠다. 국내엔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그 종목 선수들조차 이론으로 들어가면 하나같이 손사래를 쳤다. 그냥 몸뚱어리로 한 것이지, 머리로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육상은 무려 47개 종목이나 된다. 하나하나 완벽하게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었다. 투박한 시라도 만들어내야 했다.



현대 육상은 ‘몸으로 표현한 과학 기술 발전의 상징’이다. 과학적 접근이 없는 기록 향상은 불가능하다. 그렇다. 인간이 사냥을 해서 먹고살 땐, 먹잇감보다 더 끈질기거나 더 빠르면 그만이었다. 100m를 9초대로 달려봤자 먹잇감을 잡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었다. 느릿느릿 12초대에 달려도 사냥에 성공하면 최고였다. 하지만 육상이 스포츠가 된 순간 ‘인간과 시간의 싸움’으로 바뀌어버렸다. ‘인간 대 인간의 피 말리는 전쟁’이 돼버렸다. 밑도 끝도 없는 ‘기록의 시대’가 온 것이다. 갈수록 머리에 쥐가 날 수밖에 없다. 단 0.00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선 온갖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신발, 트랙, 유니폼, 음식, 고지훈련….

이 책을 쓰는 내내 끊임없이 ‘왜? 왜?’를 입에 달고 살았다. 어떻게 하면 ‘재밌고 쉽게 읽히도록 쓸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이 정도가 나의 한계였다. 시를 쓰는 마음으로 육상을 노래했지만, 멋진 시는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좋은 공부가 됐다. 육상이라는 시 공부를 제대로 한번 했다.

나는 던진다, 고로 숨을 쉰다. 나는 몸을 솟구쳐 뛰어넘는다, 고로 피가 끓는다. 나는 달린다, 고로 나는 살아 있다.

김화성 | 동아일보 기자 |

기적을 노래하라 _ 슈퍼스타K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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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공식을 바꾼 슈퍼스타K의 끝나지 않은 도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공중파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 기록을 세우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를 새로 쓴 ‘슈퍼스타K’ 제작진이 필자로 나섰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방송을 위해 ‘소모’되지 않기를 바랐고, 기획 초반부터 참가자들의 감정 변화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기에 솔(soul) 닥터를 섭외했다”거나 ‘아메리칸 아이돌’ 최초의 아시아인 본선 진출자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60분 특집 무대 제안까지 받았던 존박이 갖가지 특혜를 거부하고 “내 실력으로 당당히 승부를 겨루고 싶다”며 ‘슈퍼스타K’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사실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프로그램 뒷얘기를 공개한다. 책을 읽으면 ‘슈퍼스타K’가 세상의 편견을 깨뜨리고 기적을 일궈낸 힘은 ‘전부’를 걸었던 제작진과 참가자의 땀이었음을 알게 된다. 동아일보사, 240쪽, 1만2800원

이창호의 부득탐승 _ 이창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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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에 프로 바둑에 입문한 뒤 3년 만에 사상 최연소로 국내 타이틀을 따내고 3년 뒤 역시 사상 최연소로 세계 타이틀을 획득한 ‘바둑의 신’ 이창호의 자전적 에세이.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대개의 사람들은 천재의 재능을 먼저 발견하지 못한다. 다만 그 행위의 비범한 결과를 보고 비로소 천재라고 부를 뿐이다. … 어쩌면 내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즐거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둑에 관한 한, 주변 어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싫증을 모르는 아이였다”고 말한다. “딱지치기도, 구슬치기도, 전자오락도, 씨름도 재미있었지만 바둑만큼 나를 매료시킨 놀이는 없었다. 바둑을 배운 이후 그런 놀이들은 모두 시시해졌다”는 것이다. 말수 적기로 소문난 저자가 진솔하게 바둑 사랑을 고백하고, 조훈현 등 바둑 기사들과 나눈 교분을 들려주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라이프맵, 288쪽, 1만3000원

다빈치처럼 과학하라 _ 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강주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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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박사인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시스템 사상가·생태학자·복잡성이론가로, 모든 생명체를 지극히 공경한 과학자이자 예술가로, 더불어 인간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한다. 저자에 따르면 다빈치가 살던 시절, 교황청은 과학 실험을 체제전복 행위로 해석했고, 아레스토텔레스 과학에 대한 공격을 교황청에 대한 공격으로 여겼다. 그러나 다빈치는 전통에 안주하지 않았다. 오늘날 과학적 방법론이라 알려진 접근법과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자연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해 수학적으로 공식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저자는 다빈치가 남긴 연구 노트를 분석해 철학·문학·예술에서 농업·의학·물리학·기계공학까지 전방위적으로 학문적인 성취를 거둔 그가 어떻게 그토록 탁월한 업적을 이뤄냈는지 답을 찾는다. 김영사, 392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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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송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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