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호

“잘못된 생활 습관, 난임 유발…‘배아 받아들이는 몸’이 중요”

[기획 | ‘위기를 기회로’ 저출산 고령화 시대] 서동호 동탄제일아이희망클리닉 원장의 ‘요즘 난임 진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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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6-05-04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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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식 생활, 초가공식품 섭취가 생식력 저하의 주원인

    • 몸 망가지면 생식기능이 후순위로 밀려 난임 유발

    • 배아 받아들일 몸의 염증 등 내과적 환경 개선 중요

    • 암·기저질환자도 맞춤 처방으로 시험관아기시술(IVF) 가능

    • 건강한 난포 하나, 긍정 마인드가 임신 성공의 열쇠

    서동호 동탄제일아이희망클리닉 원장은 “당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카페인, 가공식품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는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대사 시스템의 균형이 어그러져 생식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주 프리랜서

    서동호 동탄제일아이희망클리닉 원장은 “당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카페인, 가공식품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는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대사 시스템의 균형이 어그러져 생식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주 프리랜서

    “최신 통계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70%가 직장에 다닌다. 이들에게는 만성 스트레스나 수면장애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이 ‘혈류 감소’다. 오래 앉아 있으면 자궁과 난소 쪽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할 수 있다. 서혜부(사타구니)가 접히면서 자궁으로 가는 정맥뿐 아니라 동맥의 혈류 유입마저 방해해 혈액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난자가 잘 자라지 못하고, 배아(수정란)가 착상하기 힘들다.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으면 단순한 혈액순환 장애를 넘어 전신의 대사 시스템까지 무너진다.”

    서동호 동탄제일아이희망클리닉 원장은 “최근 잘못된 생활 습관 때문에 만성염증·면역질환·대사질환을 호소하는 젊은이가 많아졌고, 난임에 이르는 이가 적지 않다”며 그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나이와 생식기 질환 등이 난임의 원인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30~40대 여성 가운데 대사질환, 암, 호르몬 이상을 겪은 후 ‘생식력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유방암의 경우 30~40대에서 23~25%의 발병률을 보인다. 환자 네 명 중 한 명은 가임기 여성인 셈이다. 늦은 결혼과 고령 가임 여성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최근 두드러진 난임 원인의 양상과 추이 등을 상세히 알아보기 위해 서동호 원장을 찾았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생식력 떨어뜨리는 습관 방치해선 안 돼 

    최근 30~40대 여성에게서 대사질환이나 면역질환이 늘어나는 이유가 뭔가.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지만, 하루 30분도 걷지 않는 이가 적지 않다. 수면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식사는 불규칙해졌으며,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먹거리만 해도 그렇다. 당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카페인, 가공식품을 반복적으로 섭취한다. 이러한 식습관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교란하고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그 때문에 혈당 수치가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이고, 에너지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몸이 점점 지방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재설정되고, 대사 시스템은 균형을 잃는다. 이 과정에서 인슐린 저항성, 호르몬 불균형, 면역 조절 이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 모든 변화로 인해 우리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는 것이다. 가장 민감한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생식력 저하다.”

    초가공식품의 지속적인 섭취가 생식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인가. 



    “우리가 즐겨 먹는 탄산음료와 과자, 냉동식품,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 패스트푸드가 모두 초가공식품이다. 이런 음식이 호르몬이나 신진대사를 교란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장내 환경을 나쁘게 만들고, 혈당을 들쑥날쑥하게 하고, 결국 체지방을 늘리는 방향으로 몸을 끌고 간다는 것이다. 이런 식습관이 계속되면 난자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고, 난자나 정자의 질도 같이 나빠질 수 있다. 초가공식품은 무엇보다 대사, 면역, 호르몬 시스템을 동시에 흔드는 게 문제다.”

    대사나 면역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에서도 임신이 가능한가. 

    “인체 입장에서 우선순위의 첫 번째가 생존이다. 그다음이 대사와 면역의 항상성 유지, 회복, 생식 순이다. 이는 생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조건이 맞을 때만 작동하는 기능이라는 의미다. 몸이 망가졌다는 건 단순히 어디가 아픈 수준이 아니다. 에너지가 부족하고, 염증 수치가 높고, 호르몬 조절이 잘 안되고, 면역기능도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체는 본능적으로 생존과 복구에 먼저 자원을 쓴다. 그 때문에 생식기관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란이 불안정해지고, 수정이 되더라도 착상이 어려워지고, 임신이 되더라도 유지하기가 힘들 수 있다. 결국 몸이 망가져도 임신은 될 수는 있지만, 지속가능성은 확 떨어진다. 그런 이유에서 난임을 단순히 하나의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지금은 생식을 우선할 몸 상태가 아니라는 신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난임 치료 방법의 중심에 있는 것이 시험관아기시술(IVF)이다. 이제는 내과적 치료까지 병행하는 추세인가. 

    “과거에는 난임 치료가 비교적 단순했다. 과배란 유도로 난자를 많이 키우고 채취해서 체외수정으로 배아를 만들고, 그중에서 좋은 배아를 골라 자궁에 넣는 방식이었다. 말 그대로 ‘많이 만들고, 잘 고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몸이 배아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배아 등급이 월등해도 착상에 반복적으로 실패하거나, 임신이 되더라도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환자는 단순히 난자, 정자, 배아만이 아니라 몸 전체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인슐린 저항성과 갑상샘 기능, 만성 염증, 면역 상태, 비타민과 미량영양소까지 모두 점검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아무리 배아를 만드는 기술이 정교해져도, 그 배아를 받아줄 환경이 준비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은 난임 치료를 위해 ‘(배아를) 받아들이는 몸’을 만드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이는 추세다.”

    유방암, 갑상샘 질환에 맞는 방식으로 IVF 시술 가능

    최근 30~40대에게서 호르몬 의존적 암인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암 치료 이후 난임 상태일 때, 호르몬 주사와 호르몬제 사용이 불가피한 IVF를 시행할 수 있나.

    “유방암이나 난소암은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다. 어머니나 이모에게 병력이 있다면 임신과 출산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암 치료를 마친 뒤라면 난임 치료 시기를 너무 늦추지 않고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VF를 진행할 때는 암의 특성과 호르몬수용체 여부에 따라 접근방식을 달리한다. 이를테면 과배란을 유도하거나 호르몬제를 사용할 때 자극을 최소화해 난자를 서너 개 정도만 얻는 저자극 IVF를 선택할 수 있다. 유방암 중 에스트로겐수용체 양성인 환자의 경우 유방암 치료제(페마라, 브레트라)를 사용해 안전하게 과배란을 유도할 수도 있다. 특히 난소암의 경우에는 배란유도제 사용 자체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연 배란을 이용해 한 개의 난자만으로 체외수정을 시도하는 방식도 고려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에 맞게 자극을 조절하면서 IVF를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이라고 본다.”

    자궁암 환자도 IVF를 시도할 수 있나.

    “자궁암은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자궁체부암으로 나뉘는데, 자궁이 보존된 상태라면 임신을 시도해 볼 여지는 있다. 이 경우에는 자연임신을 기다리기보다 IVF를 통해 시간을 줄이는 전략을 권한다. 실제로 암센터에서 치료 후 가능한 한 빨리 임신하라는 얘기를 듣고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자궁내막암은 유방암처럼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질환이다. 그래서 IVF를 하더라도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에스트로겐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가능한 한 빠르게 임신과 출산까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수정란을 동결해 뒀다가 자궁내막 상태를 보면서 이식하는 방식도 많이 활용한다.”

    최근 들어 갑상샘 질환을 앓는 젊은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가 뭔가.

    “갑상샘은 몸의 전체적인 ‘속도’를 조절하는 기관이다. 갑상샘자극호르몬(TSH)이 갑상샘 기능을 조절하는데, 난임 여성들에게서 갑상샘기능저하증이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TSH를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본다. 따라서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더라도, 임신 준비 중이라면 한층 면밀한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젊은 나이에 발병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호르몬, 스트레스, 생활습관 같은 요인이 면역 시스템의 균형을 깨뜨려 갑상샘 질환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하고 호르몬 대사를 적절히 조절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다. 이를 치료하면서 IVF도 병행할 수 있다. 임신 중에도 복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약을 처방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갑상샘 질환에 걸리면 왜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나.

    “갑상샘 기능은 생식의 전 과정을 흔들 수 있다. 갑상샘은 단순한 대사기관이 아니라 생식호르몬 축과 직접 연결돼 있어서 배란을 불규칙하게 만들거나 배란이 아예 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또 황체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하시모토 갑상샘염 같은 경우에는 면역반응이 자궁 환경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착상을 방해하거나 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갑상샘호르몬 수치는 난임 검사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기본 항목이다. 결국 임신 가능성을 높이려면 몸 전체의 대사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몇 개가 남았는지’보다 ‘하나가 제대로 자라는지’가 중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를 떠올린다면?

    “고난도 케이스를 수없이 봐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잊히지 않는 환자가 있다. 마흔아홉 살, 이미 병변으로 난소가 5분의 1만 남은 여성이었다. 그 작은 난소에서 단 하나의 난포가 자랐고, 그 난자를 채취해 체외수정을 진행했는데 결국 임신에 성공했다. 이 사례가 말해 주듯 난소의 크기나 난소기능검사(AMH) 수치가 결과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몇 개의 난포가 남았는지’가 아니라 ‘하나가 제대로 자라는지’다. 건강한 난포 하나만 성숙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출발점이 된다. 배란이 이뤄지고 난자가 채취되면, 이후에는 황체가 형성되면서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된다. 이 황체호르몬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자궁은 착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IVF를 앞둔 난임 부부가 병원과 의사를 선택할 때 유념할 점은 뭔가.

    “IVF의 성패는 배아 배양 기술에 크게 좌우되는 게 맞다. 한국은 2006년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이 시작된 이후 누적 치료 건수가 170만~200만 건에 이를 정도로 숙련된 의사가 많이 배출됐고, 배양 기술력도 상당히 높아졌다. 한국의 난임치료 수준은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래서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운 전문병원에서 IMF를 시작해도 충분하다. 다만 여러 번 시도해도 결과가 계속 좋지 않다면, 그때는 병원을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의사마다 치료에 대한 판단이나 접근 방식이 다르고, 배양 기술이나 경험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난임 의사로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편안함과 신뢰를 주는 의사다. 그래서 환자를 푸근하고 따뜻하게 대하려고 늘 노력한다. 환자가 걱정과 불안을 떨치고 ‘임신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긍정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상태가 되면 몸의 반응도 좋아지고, 난자 상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여러 실제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 시술 자체에도 굉장히 신중을 기한다. 난자 채취나 배아 이식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조작의 연속이다. 달걀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껍데기가 있는 달걀과 없는 달걀을 다루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난자를 채취할 때나 배아를 자궁 안에 이식할 때나, 미묘한 압력이나 손의 미세한 감각까지 신경 써야 한다. 자궁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매 순간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쏟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서동호
    ● 1967년 서울 출생
    ● 연세대 의대 졸업
    ●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 강남차병원 여성의학 연구소(난임센터) 진료과장 
    ● 現 동탄제일아이희망클리닉 원장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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