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소장품 250여점이 전시된 김종학 소장 민예품전(6월18일∼7월4일·금호미술관).
1965년 처음으로 전남 나주의 반닫이를 구입했는데, 장식은 간단했지만 기품이 넘쳐 흘렀다. 다른 지역에서 나온 반닫이는 이와 달리 질감이 투박했고, 또는 장식이 무척 화려했다. 이처럼 찾아볼수록 조금씩 다른 모습을 지닌 목기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돈푼만 손에 쥐면 전국 방방곡곡의 골동품 가게를 찾아다녔다. 좋은 물건을 본 날에는 꿈까지 꿀 정도였다. 그렇게 모은 목기가 200여점이다. 여자들이 쓰던 장과 농, 남자들이 쓰던 문갑과 책장, 그리고 화로 등 부엌에서 쓰던 물건도 있다.
목기에만 빠져 있던 내게 또 다른 유혹의 손길을 보낸 것은 자수다. 15년 전 한 지인이 자신이 모은 조선시대 옷과 보자기 등을 전시했는데, 화사한 자수와 아름다운 색감에 정신을 잃을 만큼 감동을 받았다. 이때부터 수놓인 물건을 모으기 시작했다. 결혼식 때 입는 화려한 활옷부터 바늘꽂이나 노리개, 버선보 같은 자그마한 물건까지 손에 닿는 대로 모았다. 내가 ‘색채를 잘 쓰는 화가’ 소리를 듣는 것도 자수가 선사한 심미안 덕분이 아닐까.
내 수집품들은 2005년 5월 서울 용산에 새로 지어지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될 예정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민예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