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호

월든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입력2011-09-20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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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월든 _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503쪽, 1만3000원

    월든 外
    새로 나온 ‘월든’(결정판)은 거의 5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연을 가진 책이다. 필자가 대학 2학년 때인 1963년, 서울의 외국어 서점에서 처음 접한 이 책은 아름다운 자연 묘사와 주옥같은 언어에 담긴 심오한 철학이 어우러진 경이로운 책이었다. 특히 사계절 변하는 월든 호수와 주변의 숲, 거기에 사는 수많은 동식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데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사유, 또 최소한 한 세기 이전에 물질문명의 폐해를 내다본 작가의 예언자적인 모습이 필자를 오랫동안 이 책에 깊이 빠지게 만들었다.

    늘 아쉬웠던 것은 이 책을 아름다운 한국어로 읽을 수 없는 점이었다. 국내에서는 아무도 이 책의 진가를 모르는 듯 번역판을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1992년 초, 필자는 모든 것을 버려두고 미국 월든 호수로 떠났다. 직접 ‘월든’을 번역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2개월 만에 많은 자료를 갖고 돌아온 뒤 꼬박 1년 동안 번역 작업에 매달렸다. 그리고 여러 출판사의 유혹을 뿌리치고 직접 출판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2년3개월 동안 출판사(이레)를 운영하면서 한국에 소로 문학과 사상을 알리는 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여러 언론의 협조로 별다른 광고 없이 수만 부의 책이 팔려나갔다. 한국의 지성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은 물론 종교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월든’이 화두였다. 소위 ‘소로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소로와 ‘월든’을 한국 사회에 알리는 기본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한 나는 출판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1995년 말 새로운 모험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



    이번에 ‘월든’의 결정판을 내게 된 것은 2004년부터 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면서 그동안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책이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새로 발견한 오역 내지 미흡한 번역들, 매끄럽지 못한 표현들, 빼먹은 단어와 문장들을 손보고, 또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 늘 의아심을 갖고 있던 여러 단어, 문구와 문장에 대해 몇 년에 걸쳐 미국의 소로 학자들과 e메일을 주고받으며 얻은 결론을 반영했다. 각주도 10여 개 새로 만들어 넣고 기존 각주를 보완했다.

    이미 수많은 독자가 ‘월든’을 읽고 느낀 깊은 감동에 대해서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월든’을 읽는 데 실패한 분들의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특히 ‘월든’을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중간에 포기한 분들, 또는 시도도 못하시는 분들에게 ‘신동아’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다. ‘월든’은 결코 어려운 책이 아니라는 것,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시라는 것, 그리고 첫 장 ‘숲 생활의 경제학’(약 110쪽)이 가장 읽기 어려운 부분이나 그 후부터는 쉬워지니 계속 읽으면 소위 ‘월든 완독자의 반열’에 무난히 들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강승영 _ 전문번역가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 _ 정재호 지음

    월든 外
    “중국의 부상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은 과거 60년의 한-중, 북-중 관계와 한국 외교를 꼼꼼히 추적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서평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인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정치전문가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90여 명의 정책결정자·외교관·정책전문가·학자 등을 심층 인터뷰하고, 세 차례에 걸쳐 미국인 및 중국인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저자에 따르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30년 만에, 중국의 ‘부상’은 이미 전 지구적 중요성을 띠는 현상이자 국제정치 담론의 핵심 화두가 됐다. 이러한 상황 인식 아래 저자는 대(對)중국 외교에서 드러난 우리의 실수와 패착을 실증적으로 논의하고, 한반도와 한국이 반드시 풀어야 할 ‘미래전략 방정식’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제시한다. 서울대출판문화원, 492쪽, 2만5000원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_ 박세당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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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복음’은 1945년 이집트 나일강 상류에서 발견됐다. 예수의 삶을 담고 있는 기독교 4대 복음서(마태·누가·요한·마가복음)와 달리 114개 문장으로 기록된 예수의 어록 형식으로 돼 있다. 서문에 예수의 12사도 중 한 명인 도마가 기록했다고 적혀 있지만, 이단 문서로 취급되기도 한다. 현직 치과의사인 저자는 논란의 대상인 ‘도마복음’을 해설해 책을 펴냈다. 그에 따르면 예수는 “먼저 너희들이, 너 자신부터 속마음과 겉모습이 다른 모순을 극복하고, 나아가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계층적 갈등을 뛰어넘고, 남녀 간에 서로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알고 실천할 때, 그리고 너희가 … 남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남을 탓하는 이기적인 모습 대신에 남을 배려하고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너희는 나라에 들어가게 되리라”고 했다. 모시는사람들, 405쪽, 1만8000원

    미국이 파산하는 날 _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월든 外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저자는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극도의 가난과 절망을 체험했다. 학생 5명당 책상이 2개밖에 없는 교실에서 공부했을 정도.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정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미국 주간지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뽑았을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거시경제학자가 됐다. 그는 부채를 통한 자산 증식과 무리한 내 집 마련 정책, 저출산과 고령화, 무분별한 에너지 과소비, 연구개발(R·D) 투자의 부진, 비생산적인 부문의 이상 팽창 등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진단한다. 미국과 서구 열강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제활동을 재정비하는 사고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중앙북스, 330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자유와 황홀 육상 _ 김화성 지음, 손문상 그림, 알렙, 244쪽, 1만5000원

    월든 外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오래된 미래’다. ‘달리고, 뛰고, 던지는’ 동작 없이 이뤄지는 스포츠는 거의 없다. 수영도 물속이라는 것만 다르지 몸 움직임은 육상이나 같다고 할 수 있다. 육상을 못하는 선수가 축구 농구 배구 야구 같은 구기종목을 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구기종목이 ‘재밌는 소설’이라면, 육상은 ‘씹을수록 맛이 나는 시(詩)’다. 소설은 읽을 땐 재밌지만 그때뿐이다. 시는 두고두고 여운이 남는다. 소리 내어 읽으면 더욱 그렇다.

    근대 올림픽의 모토는 ‘Citius!(보다 빨리), Altius!(보다 높이), Fortius!(보다 힘차게)’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육상의 정신과 똑같다. 그리스 고대올림픽(BC 776~AD 394)은 1170년 동안이나 열렸다. 하지만 요즘 인기 높은 구기나 단체종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육상을 우습게 안다. 가난한 아이들이나 하는 스포츠로 생각한다. 당연히 육상 관련 책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직접 ‘육상이라는 시(詩)’를 쓰기로 했다. 마침 10여 년의 육상 담당 기자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 막막했다. 어려웠다. 국내엔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그 종목 선수들조차 이론으로 들어가면 하나같이 손사래를 쳤다. 그냥 몸뚱어리로 한 것이지, 머리로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육상은 무려 47개 종목이나 된다. 하나하나 완벽하게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었다. 투박한 시라도 만들어내야 했다.

    현대 육상은 ‘몸으로 표현한 과학 기술 발전의 상징’이다. 과학적 접근이 없는 기록 향상은 불가능하다. 그렇다. 인간이 사냥을 해서 먹고살 땐, 먹잇감보다 더 끈질기거나 더 빠르면 그만이었다. 100m를 9초대로 달려봤자 먹잇감을 잡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었다. 느릿느릿 12초대에 달려도 사냥에 성공하면 최고였다. 하지만 육상이 스포츠가 된 순간 ‘인간과 시간의 싸움’으로 바뀌어버렸다. ‘인간 대 인간의 피 말리는 전쟁’이 돼버렸다. 밑도 끝도 없는 ‘기록의 시대’가 온 것이다. 갈수록 머리에 쥐가 날 수밖에 없다. 단 0.00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선 온갖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신발, 트랙, 유니폼, 음식, 고지훈련….

    이 책을 쓰는 내내 끊임없이 ‘왜? 왜?’를 입에 달고 살았다. 어떻게 하면 ‘재밌고 쉽게 읽히도록 쓸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이 정도가 나의 한계였다. 시를 쓰는 마음으로 육상을 노래했지만, 멋진 시는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좋은 공부가 됐다. 육상이라는 시 공부를 제대로 한번 했다.

    나는 던진다, 고로 숨을 쉰다. 나는 몸을 솟구쳐 뛰어넘는다, 고로 피가 끓는다. 나는 달린다, 고로 나는 살아 있다.

    김화성 | 동아일보 기자 |

    기적을 노래하라 _ 슈퍼스타K 제작팀

    월든 外
    ‘세상의 공식을 바꾼 슈퍼스타K의 끝나지 않은 도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공중파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 기록을 세우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를 새로 쓴 ‘슈퍼스타K’ 제작진이 필자로 나섰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방송을 위해 ‘소모’되지 않기를 바랐고, 기획 초반부터 참가자들의 감정 변화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기에 솔(soul) 닥터를 섭외했다”거나 ‘아메리칸 아이돌’ 최초의 아시아인 본선 진출자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60분 특집 무대 제안까지 받았던 존박이 갖가지 특혜를 거부하고 “내 실력으로 당당히 승부를 겨루고 싶다”며 ‘슈퍼스타K’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사실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프로그램 뒷얘기를 공개한다. 책을 읽으면 ‘슈퍼스타K’가 세상의 편견을 깨뜨리고 기적을 일궈낸 힘은 ‘전부’를 걸었던 제작진과 참가자의 땀이었음을 알게 된다. 동아일보사, 240쪽, 1만2800원

    이창호의 부득탐승 _ 이창호 지음

    월든 外
    열한 살에 프로 바둑에 입문한 뒤 3년 만에 사상 최연소로 국내 타이틀을 따내고 3년 뒤 역시 사상 최연소로 세계 타이틀을 획득한 ‘바둑의 신’ 이창호의 자전적 에세이.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대개의 사람들은 천재의 재능을 먼저 발견하지 못한다. 다만 그 행위의 비범한 결과를 보고 비로소 천재라고 부를 뿐이다. … 어쩌면 내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즐거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둑에 관한 한, 주변 어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싫증을 모르는 아이였다”고 말한다. “딱지치기도, 구슬치기도, 전자오락도, 씨름도 재미있었지만 바둑만큼 나를 매료시킨 놀이는 없었다. 바둑을 배운 이후 그런 놀이들은 모두 시시해졌다”는 것이다. 말수 적기로 소문난 저자가 진솔하게 바둑 사랑을 고백하고, 조훈현 등 바둑 기사들과 나눈 교분을 들려주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라이프맵, 288쪽, 1만3000원

    다빈치처럼 과학하라 _ 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강주헌 옮김

    월든 外
    물리학박사인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시스템 사상가·생태학자·복잡성이론가로, 모든 생명체를 지극히 공경한 과학자이자 예술가로, 더불어 인간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한다. 저자에 따르면 다빈치가 살던 시절, 교황청은 과학 실험을 체제전복 행위로 해석했고, 아레스토텔레스 과학에 대한 공격을 교황청에 대한 공격으로 여겼다. 그러나 다빈치는 전통에 안주하지 않았다. 오늘날 과학적 방법론이라 알려진 접근법과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자연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해 수학적으로 공식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저자는 다빈치가 남긴 연구 노트를 분석해 철학·문학·예술에서 농업·의학·물리학·기계공학까지 전방위적으로 학문적인 성취를 거둔 그가 어떻게 그토록 탁월한 업적을 이뤄냈는지 답을 찾는다. 김영사, 392쪽, 1만6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다산의 재발견 _ 정민 지음, 휴머니스트, 756쪽, 4만3000원

    월든 外
    우연히 소로에 접어들었다가 생각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과 만나 마음을 뺏겼다. 헤어날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저기까지만’ 하다가 돌아보니 너무 멀리 와 있었다. 내친김에 끝까지 가보자 싶어 마음먹고 가는 도중, 그동안 본 풍광을 사진첩으로 남긴 것이 이 책이다.

    다산에 대한 공부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나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2005년 안식년을 이용해 미국에 가 ‘다산선생지식경영법’을 써왔다. 귀국 후 강진에 답사 차 내려갔다가 다산의 친필 편지 몇 통과 만났다. 난삽하게 휘날려 쓴 초서는 좀체 뜻을 알 수가 없었다. 동학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풀고 보니 금쪽같은 내용이었다. 이후 다산의 친필에 매료됐다. 누가 그의 글씨를 갖고 있다는 소리만 들으면 쫓아가서 보여달라고 졸랐다. 각종 도록에 실린 친필들도 욕심 사납게 모았다.

    기관의 경우는 있다는 것만 알면 보여줄 때까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보챘다. 틈만 나면 붓을 들어 그 글씨를 임서(臨書)했다. 그동안 베껴 쓴 것만 1000장이 넘는다. 이제는 내 글씨체가 다산을 닮아간다.

    하나하나의 내용이 기가 막혔다. 어째서 이 좋은 글들이 문집에는 죄다 빠졌을까? 어째서 이 많은 자료가 그간의 다산 연구에서 한 번도 활용되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이 바빠졌다. 그간 우리의 공부는 사상누각이었구나 하는 자각이 뼈저렸다. 다산의 미공개 필적들을 처음 소개하는 행운이 내게 주어진 것을 오히려 기뻐해야 하나? 당혹스러웠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모은 자료들이 따로 놀더니, 분량이 늘어나자 그것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생겨났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구한 여러 통의 편지가 원래는 한 사람의 수신자에게 보내진 것이었다. 문집만 봐서는 알 수 없던 내용이 아주 분명하게 이해됐다. 그간 빠진 이빨처럼 남아 있던 공백이 차곡차곡 메워졌다.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는 그동안 우리에게는 남은 자료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전쟁을 지나는 동안 귀한 것들은 다 불타 없어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리나라 학술사의 대표선수 격인 다산의 친필 서간이 100통 넘게, 친필 필첩이 또 수십 권 넘게 남아 있었다. 소재를 알지만 소장자가 끝내 공개를 거부해서 못 본 것도 셀 수 없다. 이런 것들은 의미 없는 찌꺼기여서 문집에 빠진 것이 아니었다. 살펴보면 다 이유가 있고, 맥락이 있다. 그것이 또 다산의 맨 얼굴과 속살을 더없이 투명하게 비춰주었다.

    이제 절반쯤 왔을까? 내 다산 연구는 겨우 전투 대형을 갖췄다. 쓸 거리가 너무 많아 주체하지 못하겠다. 벌여놓은 공부가 많은데, 뒷감당이 안 된다. 하지만 다산이 놓아주질 않는다.

    정민 | 한양대 국문과 교수 |

    생각조종자들 _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월든 外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점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온라인에서도 동네서점과 같은 방식으로 책을 팔겠다”고 말했다. “당신은 A라는 작가를 좋아하죠? 여기 A의 새 책이 나왔어요”처럼 고객의 취향에 맞는 책을 권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온라인에서 이러한 ‘맞춤형 정보 제공’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것이 어떻게 이용자의 ‘생각을 조종하는지’ 지적한 책. 저자에 따르면 구글은 검색창에 영국의 석유 시추회사 ‘BP’를 적어 넣은 두 명의 여성에게, 한쪽에는 멕시코 만에서 있었던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한 뉴스들을 보여준 반면, 다른 사람에게는 BP에 대한 투자정보를 주로 보여줬다. 온라인 정치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이자 세계 최대 시민단체 중 하나인 ‘아바즈’의 공동창립자인 저자는 인터넷이 얼마나 쉽게 대중을 조종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알키, 354쪽, 1만5000원

    괴짜 과학자 주방에 가다 _ 제프 포터 지음, 김정희 옮김

    월든 外
    미국 브라운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시각예술을 전공한 저자는 현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창업 컨설턴트다. 동시에 친구를 위해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아마추어 요리사기도 하다. 그가 ‘요리는 과학’이라는 믿음으로 펴낸 신개념 요리책. 과학적 호기심으로 무장한 괴짜답게 저자는 조리를 하는 동안 음식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스테이크 굽기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조리의 본질(‘조리란 재료에 열을 가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맛을 향상시키는 것이다’)을 정의하고, 조리하는 동안 일어나는 세 가지 화학반응(단백질 변성 반응, 메일라드 반응, 캐러멜화 반응)과 열전달의 세 가지 방법(전도, 대류, 복사)을 설명한다. 물론 맛있는 요리를 위한 조리법도 소개한다. 미국의 USA 투데이가 ‘허기와 호기심을 동시에 채워주는 책’이라고 한 이유다. 이마고, 363쪽, 1만7000원

    경연, 왕의 공부 _ 김태완 지음

    월든 外
    ‘경연’은 조선 왕이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철학과 역사 등 인문학적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국가 정책을 논의하던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책은 왕이 경연에서 무엇을, 어떤 교재로, 어떻게 공부했는지 소개한다. 더불어 조선시대 경연이 이루어지던 절차부터 경연관의 선발방법, 경연의 목표 등도 알려준다. ‘율곡 이이의 책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뒤져 왕의 경연 모습을 중계하기도 한다. 조강, 주강, 석강 등 하루에도 여러 차례 경연을 열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던 국왕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봉 기대승과 율곡 이이 등 당대의 선비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경연에서 이뤄진 왕과 신하의 실제 토론을 소개하고, 이 토론이 현실 정치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당대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더불어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역사비평사, 432쪽, 2만2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뇌를 훔친 소설가 _ 석영중 지음, 예담, 312쪽, 1만4500원

    월든 外
    ‘뇌를 훔친 소설가’는 문학 연구와 신경과학 간의 접점을 살펴보는 책이다. 신경과학계에서는 지난 20년간 놀라운 발견이 많이 이루어졌다. 거울 뉴런, 뇌가소성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 과학적 발견의 의미가 문학 속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표출돼왔다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필자는 이 책에서 신경과학상의 발견과 문학적 메시지 간의 공통점을 흉내, 몰입, 기억, 변화의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는 가운데 문학과 과학 간에 존재하는 상호 조명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했다.

    이 책의 취지는 두 가지다. 첫째, 문학과 과학은 ‘앎’이라는 지점에서 만난다. 미래의 학문이 창조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양자 간의 만남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필자는 이 책에서 아주 미미하게나마 양자의 접점 연구에 대한 첫걸음을 떼보고 싶었다.

    둘째,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고 얻는 것은 단순한 즐거움, 소위 ‘미학적 쾌감’이 아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느끼는 기쁨은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듣고 느끼는 기쁨, 혹은 모네의 그림을 보고 느끼는 기쁨과 아주 다르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사색과 성찰의 기회를 얻고 지나간 역사에 대한 지식을 얻고 교훈과 가르침을 얻는다. 요컨대 문학은 우리에게 지혜를 선사한다. 만약에 자연과학적인 사실이 문학적 내용을 보강해준다면, 혹은 문학적 내용이 자연과학적 사실의 해석에 도움을 준다면 그 지혜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문학적 사실과 자연과학적 사실들이 서로를 비춰주는 가운데 드러나는 삶의 지혜를 탐구해보고 싶었다.

    인간은 유한한 생에서 그래도 무언가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수천 년 동안 스스로를 이해하려 노력해왔다. 이 책에서 살펴본 문학과 신경과학의 접점들 역시 ‘의미’라는 한 개의 단어로 묶일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이 타인의 감정과 행동과 생각을 흉내 내면서 타인과 교감하는 것, 무언가에 몰입하고 창조하는 것, 기억하면서 동시에 잊어버리는 것, 한 가지 상황에 안주하는 동시에 또한 끊임없이 거기서 벗어나려 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본성을 말해주는 동시에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하는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다. 이 책의 4가지 키워드, 즉 흉내 몰입 기억 변화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의미 있는 생존’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함축해 말해준다.

    필자는 그동안 문학 연구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왔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연구 틀을 벗어나 문학과 삶을 소박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아우르고자 노력해왔다. 문학에 대한 학술적인 평가와 해석이 어떻게 하면 일반 독자의 삶에 조그마한 기여라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 책은 그 고민의 작은 결실이다. 독자께서 읽고 재미있었다고,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독서였다고 평해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석영중│고려대 교수│

    독학 파스타 _ 권은중 지음

    월든 外
    ‘남자, 면으로 요리를 깨치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 성인이 될 때까지 부엌 출입 한 번 한 적 없는 경북 안동 출신 남자가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이탈리아 요리, 그중에서도 파스타에 꽂혀 하루 대여섯 끼니를 파스타만 먹으며 익힌 요리법을 담았다. 저자는 “이탈리아 요리 공식은 정말 간단하며 이것만 익히면 누구나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현직 문화부 기자인 저자가 남다른 필력으로 기록한 토마토홍합탕과 산나물 크림소스 파스타 요리법, 고르곤졸라 손바닥 피자 굽는 법, 한 가지 재료만 준비하는 파스타 코스요리 비법 등이 소개돼 있다. 요즘 저자는 완벽한 파스타를 위해 직접 생면을 만들고 자연 효모를 배양해 이탈리아 빵을 구울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가 됐다. 바다출판사, 253쪽, 1만5000원

    두근두근 DMZ _ 윤석호, 강승문, 정다향, 김규식, 염아림, 김효준 지음

    월든 外
    ‘용인외고 대원외고 DMZ 탐사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 두 학교 학생 6명이 1년간 ‘DMZ 청소년탐사대’ 활동을 하며 느낀 감상과 사진을 엮어 만든 에세이집이다. DMZ 안에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뙤약볕과 영하 20℃를 밑도는 혹한을 두루 경험한 이들은 “나도 언젠가는 준비를 마치고 더욱더 높이 성장하기 위해 힘을 다해 이곳저곳을 바쁘게 다니며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애벌레로서 준비하는 삶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 지겨워하는 일이 옳지 않은 것처럼, 내 앞에 놓인 여름의 풍성함 역시 끝없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을 미리 배워서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같은 감상을 적었다. 금개구리, 말똥게, 귀룽나무, 꼬리조팝나무, 족제비싸리, 으름덩굴 등 이름부터 재미있는 희귀 동식물에 대한 기록도 인상적이다. 한미문화사, 127쪽, 1만2000원

    불량한 엄마 _ 최영애 지음

    월든 外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저자의 첫 청소년 소설. 주인공인 고교 1년 생 영락이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엄마와 단둘이 산다. 아이는 어릴 때 아버지가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갔듯, 엄마도 어느 날 갑자기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작은 일까지 엄마에게 의지하며 투정 부리는 아들에게 엄마는 점점 더 무심하게 대하고, 마침내 고시원에 나가 혼자 살라며 집에서 내쫓기까지 한다. 이른 독립을 통해 자신의 삶과 직면하게 된 영락이는 비로소 엄마가 자신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이며,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모는 무조건 맹목적인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 저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의 정도와 표현 방법은 다를 수 있으며, 가족 구성원은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임을 이야기한다. 별숲, 180쪽,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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