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신동아-채널A 공동기획 | ‘新대동여지도’ 기적의 건강밥상

산에서 나는 보양식 산더덕…겉과 속 다른 신통방통 과일무

  • 김경민 | 채널A 방송작가

    입력2016-01-29 16: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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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보(食補)가 약보(藥補)’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먹는지가 건강관리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약이 되는 식재료는 많다. 약초인 산더덕으로 폐결핵성 늑막염을 치료하고, 채소인 과일무로 위암을 다스리며 건강을 지켜가는 두 사례를 소개한다.

    산더덕

    경남 거창군의 인적 없는 깊은 산속. 약초 캐기 삼매경에 빠진 이서경(19) 양을 만났다.
    “이건 삽주. 위에 좋은 약초예요.” 방금 캔 약초를 자랑하더니 이내 다른 곳으로 향한다. 한곳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거침없이 땅을 파기 시작한다. “여기엔 야생 도라지가 있어요.” 몇 번 땅을 파내자 신통방통하게 금세 도라지가 딸려 나온다. ‘약초꾼’이라 하면 투박한 사나이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앳된 얼굴의 이 소녀는 도대체 누구일까.
    서경 양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의 아버지 이상영(52) 씨가 바람처럼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모습. 날카로운 눈매로 대번에 약초를 찾아내는 광경에서 진정한 약초꾼의 기운이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아빠를 따라다니며 숱한 약초를 봤더니 익숙해졌어요. 엄마가 예전에 아프셨거든요. 그래서 가끔 약초를 캐서 엄마한테 갖다드려요.”
    약초를 한아름 안고 기쁜 마음으로 산을 내려가는 부녀. 산 밑에서 남편과 딸을 기다리던 김성숙(44) 씨를 만났다.



    출산과 함께 찾아온 늑막염


    “첫아이를 낳고 몸조리할 때였어요. 식은땀이 나고 몸이 아팠는데, 아기를 낳아서 그런가 보다 했죠. 20대 어린 나이였으니 뭘 알았겠어요.”
    그저 몸조리나 잘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던 김씨. 하지만 증상은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졌다. 가슴이 조여들고 잔기침이 늘었으며 가끔 숨이 안 쉬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걸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고, 왼쪽 가슴에는 알 수 없는 통증까지 느껴졌다.
    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폐결핵성 늑막염. 폐를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겨 물이 차는 병으로 가슴 통증,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출산한 지 사흘 만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와 떨어지게 된 김씨. 일주일 동안 입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지만,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 나은 줄 알았던 병이 일주일 만에 재발했다. 더욱이 이번엔 폐에 차 있던 물이 고름으로 변해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병원 치료 도중 주사기에 의한 감염이 원인이라고 했다. 수술이 불가피했다.
    수술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온 김씨. 결핵은 전염성이 있기에 아이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혹시 배 속에 있을 때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어 아이에게도 결핵약이 처방됐다.
    김씨는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아이와 함께 결핵약을 먹었다. 자신 때문에 갓난아이가 독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엄마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더는 아이를 희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아이에게 약 먹이기를 중단하고 떨어져 있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돌아서야 한 김씨는 당시 기억 때문에 지금도 첫째에겐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단다.
    “첫째가 초유를 못 먹었어요. 엄마로서 그게 늘 미안했어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자라줘서 정말 다행이에요.”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 김씨는 지금은 언제 아팠냐는 듯 6남매의 엄마로 건강하게 살아간다. 남편 이씨는 막내 윤정(6)이의 애교 한 방에 사르르 녹는 딸바보 아빠다. 18년 전 건강을 위해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을 선택한 김씨 부부. 김씨의 건강을 되찾게 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우연히 캐 먹은 ‘보약’

    “폐에 좋은 음식이 뭐 없을까 생각했어요. 도라지도 먹어봤지만, 저하고는 잘 맞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산을 오르게 된 김씨. 문득 쌉싸름한 향기를 맡고는 이게 뭔가 싶어 남편 이씨에게 물었더니 “근처에 더덕이 있는가 보다”라고 했다. 남편이 캐다준 산더덕을 먹은 김씨. 약이 아닌 음식이다 보니 바로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는 없었지만, 체력이 보충되는 듯한 느낌이 왔다.
    하지만 산더덕은 워낙 귀해 꾸준히 먹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날 이후 키우는 농작물에 더덕이 추가된 건 당연지사. 직접 키운 더덕을 하루 평균 두세 뿌리씩 꾸준히 먹으니 숨쉬기가 편안해지고 가래도 가라앉는 등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더덕을 한결 손쉽게 먹기 위해 전통 방식으로 더덕 환을 만들어요. 손으로 일일이 빚어야 하는데도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잘 도와줘요.”
    시댁 어른들에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는 더덕 환. 말린 더덕가루를 반죽해 손으로 일일이 환을 빚는 작업이 보통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두면 어린 막내까지 잘 먹어 집안의 보양식 구실을 톡톡히 한다고.
    어느새 마당 한곳에서 더덕을 굽기 위해 불을 피우는 남편 이씨. 그리고 그 곁을 옹기종기 지키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김씨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단다.
    “자연에서 얻은 더덕으로 밥상을 차릴 수 있어 행복해요. 저보다도 이젠 우리 아이들이 계속 먹고 건강해지는 것. 그거면 더 바랄 게 없어요.”

    ● 더덕의 효능




    한의학에서는 더덕을 고름과 종기를 삭히고 폐를 윤택하게 하는 약재로 설명한다. 주로 기침, 폐 질환, 피부 가려움증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더덕 뿌리엔 사포닌 성분이 많아 폐 기능을 강화해주며, 신체 기능 유지와 발휘에 필수 지방인 리놀레인산, 칼슘, 인, 철분 등을 많이 함유해 뼈와 혈액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특효가 있다. 기침을 멈추게 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해열, 거담, 소염 기능이 뛰어나 각종 염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김성숙 씨의 산더덕 건강밥상

    ■ 더덕 환
    더덕을 말린 후 가루를 내어 찹쌀풀을 넣고 반죽한다. 이때 꿀을 약간 넣어주면 단맛을 낼 수 있다. 반죽을 손으로 동글동글하게 빚은 후 그늘에서 하루 정도 말리면 완성된다.
    ■ 더덕 통구이
    더덕을 껍질째 구워 먹는 요리. 더덕 껍질엔 면역 증강 효과를 내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많아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채 이물질만 잘 씻어내고 먹는 게 좋다. 더덕을 익혀 먹으면 쓴맛이 사라지고 단맛이 강해져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다.
    ■ 더덕 완자탕
    마를 곱게 간 뒤 더덕가루를 넣고 반죽해 완자로 빚어 끓인 맑은 장국. 냄비에 채소와 고기를 돌려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이다 준비해둔 반죽을 완자 모양으로 빚어 넣어주면 더덕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과일무

    30~40대의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위암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대표적인 암으로 꼽힌다. 위암 수술 후 2년차. 지금도 위암으로 투병 중인 수많은 환우를 위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윤희(50) 씨를 만났다.
    어느 날부터인가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버스를 탈 때면 유난히 멀미가 심했다는 윤씨. 평소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꼬박꼬박 받던 그가 다시 병원을 찾은 것은 단지 멀미 때문이었다.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더니 위내시경 검사를 해보자고 했어요. 내시경에서 발견된 것 모양이 암인 것 같다고…. 늘 건강에 신경 썼기에 처음엔 믿을 수 없었어요.”
    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고 일주일에 3번씩 운동을 즐겨 했다는 윤씨. 몸에 안 좋은 음식은 피하고 제철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신선한 식단을 고집해왔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암은 집안 내력이에요. 아버지와 아버지 형제들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직계가족 중 8명이 암 환자예요.”
    더욱이 얼마 전에는 동생마저 갑상샘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가족이 하나둘씩 암에 걸릴 때마다 더없이 조심하며 지내온 날들.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은 윤씨의 앞도 막아섰다. 늘 긍정적인 윤씨였지만 위암 3기 선고를 받던 날은 의연할 수 없었다. 더구나 림프샘으로 전이돼 치료는 난항이었다.
    “삶에 의욕이 없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토록 조심했는데,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찾아왔을까 원망도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위암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시는 걸 곁에서 지켜봤기에 심리적 부담은 더 크게 다가왔다. 겁이 나서 수술을 받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해 마음을 다잡았다.
    2014년 9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회복 기간을 보내던 것도 잠시, 한 달 만에 위와 소장이 협착돼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그렇게 두 번의 수술로 윤씨는 위의 3분의 1을 잘라냈다.



    “언니, TV 틀어봐”

    산 넘어 산이라 했던가. 두 번의 수술 끝에 윤씨를 기다린 건 암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한다는 항암치료였다. 더욱이 림프샘에 상당 정도 전이된 윤씨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운 치료를 감내해야 했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걸어 다니지를 못해요. 기어 다녀야 할 정도로 힘들고, 음식물이 전혀 소화되지 않아서 수프나 죽 위주로 먹어야 했어요.”
    삼키는 음식을 대부분 토해내야 했지만, 항암치료를 계속 받고 약을 먹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조금씩이라도 먹어야만 했다. 63kg이던 체중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44kg까지 빠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병과 싸워 빨리 이겨내고 기필코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보름 되던 날이었다.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니, 지금 TV에 나오는데, 항암효과가 뛰어난 음식으로 과일무라는 게 있대. 한번 봐.”
    동생의 전화를 받고 TV 채널을 돌린 윤씨. 겉은 무와 똑같은 생김새인데, 반을 가르면 마치 수박처럼 붉은 빛깔의 속살을 드러내는 신기한 채소였다. 소화를 돕는 무의 효능에 붉은빛을 띠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더해져 항암효과가 풍부하다고 소개됐다.
    방송을 본 윤씨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과일무를 함께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곧바로 인터넷 검색에 돌입해 한 농장에서 과일무와 시래기를 주문해 먹기 시작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구토 증세가 너무 심했어요. 물은 마시는 즉시 올라오는데, 과일무와 시래기를 함께 끓인 차를 마시면 진정이 됐어요.”
    일반 무보다 단맛이 강한 과일무는 끓이면 끓일수록 단맛이 우러나 먹기에도 편했다. 위암의 특성상 수술 후 소화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기에 소화를 돕는 무가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그렇게 항암치료를 받는 1년 내내 윤씨는 과일무 시래기를 우려낸 차를 물 대신 하루에 1L씩 마시며 버텨냈다.

    과일무로 전하는 희망 메시지

    윤씨의 과일무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일무 시래기 차를 차로만 마시지 않고 모든 요리에 응용했다. 한꺼번에 많이 끓여놨다가 밥 지을 때도, 된장국을 끓일 때도, 각종 찌개를 끓일 때도 육수로 사용했다. 끓이고 건져낸 시래기도 버리지 않고 생선조림에 활용하면 비린내를 잡아주고 맛도 더욱 좋아졌다. 항암치료를 받다 보면 변비가 생기기 쉬운데, 섬유질이 많은 무청 덕에 변비 걱정도 사라졌다.
    암으로 위를 절제한 환자는 많은 양을 먹지 못한다. 한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지 못하기에 꾸준히 먹는 것이 더욱 중요하단다.
    “제철에는 생 과일무를 먹고, 그 외에는 말린 과일무, 말린 무청 등을 꾸준히 먹었어요. 다양한 요리로 하루 두 개씩은 꾸준하게 먹은 것 같아요.”
    44kg까지 빠진 체중은 현재 48kg로 늘었다. 지난해 10월 받은 정기 검진에선 백혈구 수치, 피 검사, 빈혈 검사 등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기쁜 소식도 들었다. 항암치료는 끝났지만, 앞으로 평생 과일무와 함께할 거라는 윤씨는 자신과 같이 투병 중인 암 환우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암은 내 친구다! 항암치료도 내 몸을 낫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라고 마음에서부터 받아들여야 몸도 그걸 이겨내는 것 같아요.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 음식이, 이 약이 나한테는 보약이다 생각하고 드신다면 여러분도 분명 완치될 수 있습니다.”

    ● 과일무의 효능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가 제철로, 겉모양은 일반 무와 차이가 없지만 속이 붉은색을 띠며 단맛이 강해 과일무 또는 수박무라고도 한다. 과일무에는 안토시아닌 성분과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붉은빛을 내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항암작용에 효과적이다. 껍질에 함유된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은 체내 소화과정에서 설포라판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데, 이는 위암과 위궤양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활성 억제 및 제거에 효과적이다.

    윤희 씨의 과일무 건강밥상

    ■ 과일무 시래기 차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생긴 구토와 울렁증을 진정시켜준 차. 물 1L에 불린 시래기와 무말랭이를 한 줌씩 넣고 센 불에서 20분, 은근한 불에서 10분 정도 더 끓인다. 무청에는 비타민과 철분, 칼슘이 풍부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에스고스테린 성분이 풍부해 겨울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과일무의 잎과 잎줄기엔 일반 무청보다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며, 탄수화물과 녹말 성분이 풍부해 끓였을 때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 과일무 수프
    과일무와 양배추, 브로콜리, 감자 등 위 건강에 좋은 채소를 한데 넣고 끓인 후 재료가 무르면 믹서에 갈아서 마신다. 무에 든 디아스타아제는 음식물의 소화를 촉진하고 위의 통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무를 갈아서 먹으면 위장 기능이 약해졌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무를 데치거나 국을 끓이면 발암물질을 해독하는 인돌 성분이 절반쯤 우러나오므로 갈아서 국물까지 다 마시는 게 좋다.
    ■ 과일무 전
    색이 고운 과일무를 원형 그대로 얇게 썬 뒤 밀가루 반죽을 입혀 부쳐낸다. 소화력이 떨어진 윤희 씨는 생무를 먹는 것보다 대부분 익혀 먹는 방식을 선택했다.
    ■ 과일무 밥
    과일무를 넣고 밥을 할 때는 과일무에서 수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물의 양을 평소보다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일무를 채 썰어 넣고 밥을 지으면 밥에 한 떨기 꽃이 핀 것처럼 고운 분홍빛 밥이 완성된다.


    ※이 글은 개인의 체험담으로, 의학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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