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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재벌’ SK 초일류기업 가능할까

‘온실 재벌’ SK 초일류기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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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민영화 전문기업’ SK. ‘10년 후 먹고살 길’을 찾아 맹렬한 기업 인수전을 벌이고 있다. 기업 신뢰도 저하로 뒤숭숭한 요즘, SK텔레콤의 그룹 ‘병참기지화’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내부 문건을 통해 본 ‘과다 내부거래’의 실상,
  • 플랫폼 사업·중국 진출에 사활 건 최태원 회장의 야망과 고민.
‘온실 재벌’ SK 초일류기업 가능할까
각종 정보지에 SK그룹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지난 5월 SK텔레콤이 한국통신의 대주주가 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초기에는 인천상륙작전을 방불케 하는 SK텔레콤의 한국통신 지분 인수 과정 낙수(落穗)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정보통신부 대 SK, 한국통신 대 SK의 갈등과 알력이 주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요즘 화제는 단연,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SK의 공격 경영이다. 최근 몇 달 새 SK가 지분을 사들였거나 인수를 추진중인 기업은 한국통신, 대한송유관공사, 두루넷, 라이코스코리아를 비롯 7~9곳에 이른다. 방송과 신용카드업 진출도 가시화했다.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및 가스공사 인수전에도 적극 뛰어들 예정이다. 가히 ‘공기업민영화 전문기업’이라는 닉네임에 어울리는 행보다.

정보지 ‘단골 메뉴’ SK

정보지는 대중매체가 아니다. 그러나 물밑에서 여론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시류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좋건 나쁘건 정보지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관심을 끌고 있으며 영향력도 크다는 증거다. 지금의 SK그룹처럼 말이다.

SK는 이런 세간의 관심이 몹시 부담스러운 눈치다. 애써 쌓아올린 좋은 기업, 젊은 기업의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요즘 SK에 대한 재계 안팎의 시선은 냉랭하다.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휴대전화 요금이 SK를 대한민국 재계 순위 3위 기업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요인임을 잘 아는 국민들 또한, SK가 도대체 무슨 돈으로 그토록 왕성한 ‘기업사냥’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SK텔레콤이 기업인수나 지분 매입을 위해 쓴 돈이 올해 들어서만 2조원을 넘었다.

SK는 흔히 ‘온실 재벌’로 통한다. 기술개발이나 수출보다는 정유·이동통신 등 국영사업 민영화를 통해 도약해온 그룹이라는 뜻이다. 그러한 성장 배경은 SK의 현재와 미래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 “돈은 많다, 문제는 신뢰와 비전”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SK텔레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그룹 구조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SK텔레콤이 그룹의 ‘화수분’ 노릇을 하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내부거래 발생이라는 문제를 야기한다. ‘신동아’가 입수한 한 문건은 SK텔레콤과 관계사 간 거래 규모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93년에 선경그룹이 발간한 사사(社史) ‘선경사십년사’ 말미에는 계열사 현황이 자세히 수록돼 있다. 당시 계열사 수는 30개. ‘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그룹 초기 슬로건에 걸맞게 직물·화학·정유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중 핵심은 종합무역상사인 ‘주식회사 선경’과 정유사인 ‘주식회사 유공’. IT 관련 업체라고는 각각 1990년, 1991년에 설립된 선경정보시스템(주)과 대한텔레콤이 있을 뿐이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 SK는 총 6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그룹이 됐다. 그중 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IT관련 기업이 19곳, 에너지 관련 기업이 17곳이다. 에너지 관련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각 지역 도시가스 회사임을 감안할 때, 그룹의 축은 역시 통신관련 사업임을 알 수 있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일어난 참으로 놀라운 변화다.

현재 SK그룹의 핵이 SK텔레콤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9개 계열사 중 8개 계열사(SK증권은 상반기 실적 산출 안돼 제외)의 올 상반기 순수익을 비교해보면, SK텔레콤이 무려 9046억2100만원으로 전체의 59.45%를 차지한다. 반면 9년 전 주력 기업이던 SK(주)(舊 유공)와 SK글로벌(舊 주식회사 선경)의 비중은 각 24.63%와 9.88%로 크게 줄어들었다.

SK텔레콤을 핵으로 한 통신사업 중심으로의 그룹 개편은, 재벌그룹의 ‘문어발 확장’이 여전히 문제시되고 있는 요즘 긍정적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 문제는 SK텔레콤이 엄청난 현금 확보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병참기지’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 이는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동통신 요금에 시달리는 고객이나, SK텔레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들이나, 또 그 회사에 기술 혹은 제품을 판매해 살아가는 중소 IT업체 모두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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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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