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에 앞서 재무정보 실사 과정에서 50억원 이상 여신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의 재무정보를 모두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론스타의 또다른 인수합병(M&A) 목표가 어디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투기자본감시센터(공동대표 이찬근 허영구)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상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 승인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적법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신동아’는 최근,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전후해 개최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회의록을 포함한 각종 내부 검토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는 금감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감독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의심을 품게 하는 대목들이 여기저기 들어있다. 특히 론스타가 은행법상 동일인 주식보유한도(10%)를 초과해 은행 주식을 가질 수 없는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금감위의 인수 승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나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은 2003년 7월22일이다. 이 날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는 블룸버그통신과 기자회견을 갖고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32.5%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를 론스타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이 날 발언으로 그동안 물밑에서만 논의돼 오던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러나 ‘신동아’가 입수한 ‘외환은행 외자유치 관련 검토’라는 금감위 작성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론스타는 이미 주식 인수 가격 등 세부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자격 요건을 놓고 논란이 일 기미가 보이자 대주주 자격 요건 승인 이전에 우선 구두로 확약해 줄 것(verbal assuarance)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김진표 부총리가 외신을 통해 부랴부랴 ‘론스타 매각’을 공개한 것도 론스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요건을 심사해 주식 취득 승인 결정을 내려야 할 금감위는 뒷전에 밀린 채 재경부가 나서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요건을 덥썩 승인해준 셈이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기정사실화한 이 대외비 문건을 작성한 것은 7월25일이다. 이는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주식 인수 계획에 서명(8월27일)하기 한 달 전이며 금감원이 외환은행과 경영개선을 위한 약정서를 맺기(8월12일) 훨씬 전의 일이다. 말하자면 경영개선 약정을 맺기도 전에 이미 금감원은 외환은행에 대해 외자 유치 없이는 경영 개선이 힘들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대외비 문건은 이밖에도 금감원이 론스타와의 매각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노력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금감원은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요건과 관련해 ▲론스타를 금융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다른 금융기관과 합작 방식으로 외환은행에 투자할 경우 자격요건이 되는지 ▲은행법상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금감위로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금융기관만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은행법 규정에 저촉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검토 결과 일단 론스타를 금융기관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금감원의 결론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른 금융기관과 합작투자할 경우 금감원이 어떤 해석을 내리느냐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칼라일 펀드가 한미은행을 인수할 때 JP모건과 5대5의 비율로 합작해 은행법상 요건을 충족시켰던 것을 떠올렸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ABN암로 은행과 론스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법상 요건을 충족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도 ‘불가’ 판정. ‘칼라일 방식’대로 ABN암로측에 50%의 의결권을 부여하면 론스타측에서 이를 거부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금감원의 ‘재경부 핑계’
특히 금감원이 이 방안을 제시할 경우 재경부가 반대할 것이라는 게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다. 금감원이 사실상 재경부의 지침을 받고 움직인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금감원은 재경부가 금감위측에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요건에 은행법상 예외를 적용해달라는 공문을 보낼 것이라는 점까지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