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글루가 처음으로 개발한 크리스마스 동화책 ‘T‘was The Night Before Christmas’. 화면 가득 앙증맞은 그림이 인상적이다. 아이패드 오른쪽 화살표를 누르면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모닥불 그림을 누르면 지글지글 불타는 소리가 나고, 아이패드를 양옆으로 흔들면 화면 속 양말이 흔들흔들 움직인다. 손가락이 가는 대로 화면 속 선물이 움직인다.
동화를 보면서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연히 떠올랐다. 김태우(23) 모글루 대표는 “단순히 책을 화면으로 옮겨놓은 기존의 e북과는 차원이 다르다. 책을 만지고 듣고 보면서 아이들의 오감(五感)이 자극받고, 이를 통해 상상력도 발달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듣고 보고 만지는 e북
모글루는 누구나 쉽게 인터랙티브 e북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일반인은 아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가지고 쉽게‘나만의 e북’을 만들 수 있다. 기본형은 무료로 사용하지만 스티커, 캐릭터 등 부가서비스는 유료다.
전문가는 모글루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저작물을 e북으로 만들어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판매한다. 플랫폼 이용은 무료지만 수익 중 일부나 수수료를 모글루에 제공해야 한다. 모글루는 ‘아이북스’처럼, 모글루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진 e북을 모아 판매하는 별도의 앱도 만들 예정이다. 오픈베타는 10월부터 제공된다. 김 대표는 “국내 전자책 시장이 작다보니 아직 파트너가 많지는 않지만, 국내외 대형 출판사와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1988년생. 또래는 한창 군 복무 중이거나 대학 복학생일 나이지만 김 대표는 직원 17명을 거느린 회사 대표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수학과 졸업반이던 2009년 미국 SKT 벤처스에서 6개월간 인턴을 했다. SKT 벤처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투자를 하는 SK텔레콤 자회사로 2009년 기준 1000억원 규모의 회사다.
VC 인턴은 ‘지피’의 시간

모글루가 시범 제작한 인터넥티브 e북.
모글루 역시 법인화 이후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10여 곳, 한국에서 5~6곳의 VC를 만났고 결국 GS shop에서 억대 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는 “VC 인턴 기간은 일종의 ‘지피(知彼)’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2010년 초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벤처를 모집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7개월간 열정적으로 일했다. 하지만 8월경 팀은 해체됐다. 전화위복일까? 그 과정에서 ‘인터랙티브 e북’ 관련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던 박상원, 김남수씨를 만났다. 세 명이 두 달간 준비한 끝에 10월1일 모글루는 법인 등록을 한 정식 벤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