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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아니라 감동과 삶의 경험을 팝니다”

‘혁신적 리더십’ 할리데이비슨 CEO 키스 완델

“제품이 아니라 감동과 삶의 경험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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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할리데이비슨은 자유, 독립, 저항의 상징
  • ● 가차 없는 구조조정도 고객 위한 것
  • ● 나에 대한 평가? 역사가 말해줄 것
  • ● 브랜드 로고 문신 새기는 충성고객
  • ● 여성, 다문화, 다세대 끌어들일 것
“제품이 아니라 감동과 삶의 경험을 팝니다”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이하 HD)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강력한 브랜드다(2010년 미국 코어브랜드 조사). 세계 어디를 가도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은 가죽 재킷을 입고 집단으로 주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고객이 브랜드 로고를 문신으로 새길 만큼 고객 충성도가 높다. HD에 따르면 자신이 쓰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타인에게 추천하려는 의향을 나타내는 순수추천고객지수(Net Promoter Score)가 80%를 넘는다.

할리데이비슨의 매력 포인트는 ‘디자인(Look), 소리(Sound), 감흥(Feel)’ 세 단어로 집약된다. 전통적인 프레임에 최신기술을 덧입힌 디자인(Look), 라이더의 가슴을 울리는 심장 박동소리 같은 엔진 소리(Sound), 마치 말을 타듯 리듬감 있게 위 아래로 움직이는 독특한 진동감(Feel)이 그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HD는 지난해 4조5100억원(41억7660만달러·1달러 1080원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HD에도 최근 몇 년 사이 큰 위기가 있었다. 2006년 매출 58억달러(약 6조2640억원), 순익 10억4300만달러(1조1264억원)였지만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 2007년 57억달러, 2008년 56억달러, 2009년엔 43억달러로 떨어졌다. 2009년 5월 키스 완델(Keith E. Wandell)이 새 CEO로 영입되었을 때 이 회사는 어떤 구체적 전략 플랜(strategic plan)도 갖고 있지 않았다. 수익은 급감했으며 고객의 주문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완델의 표현에 따르면 “기분 상한 고객들은 이 회사를 완전히 거만한 집단으로 여기기 일쑤”였다.

그런 HD가 완델이라는 강력한 CEO의 등장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2009년 매출하락의 주요인은 구조조정 비용이었지만 이후 이 회사 주가는 48.5%나 상승했다. CEO가 되기 전 할리데이비슨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지만, HD의 브랜드는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나의 골칫거리’



“제품이 아니라 감동과 삶의 경험을 팝니다”
완델은 포춘 100대 글로벌 기업에 드는 존슨 컨트롤스 사장이자 COO(Chief Operating Officer) 출신이다.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데이턴대 MBA를 받았다. 기자는 6월29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이 학교 오픈 프로그램 OWP 강연자로 참석했던 완델과 인터뷰를 했다.

머리엔 분명 서리가 앉았지만 그의 눈빛은 젊은이의 것이었다. 말이 무척 빠르고, 강했다. 간단한 인사를 끝내고 마주앉은 순간 공격적인 이미지가 느껴졌는데, 그가 기자보다 먼저 질문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할리데이비슨을 갖고 있거나 가질 계획인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기자가 “능력만 되면 갖고 싶다”고 하자 완델은 “당신이 바로 나의 골칫거리, 내 문제의 모든 부분이다”라며 웃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완델은 자신의 경영철학과 HD의 구조조정 과정, 세계 전략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한국에서는 할리데이비슨이라면 늙은 세대의 젊은 꿈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여자를 뒷좌석에 태우고 가죽 재킷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요란하게 주행하면서 자신은 아직도 젊다는 것을 자랑하는 듯한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HD가 기대하는 타깃도 중년 이후 세대인가요?

“나이 든 계층이 우리의 핵심 고객이며, 45세 이상이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젊은층이나 여성층을 새로운 할리데이비슨 가족으로 만들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을 생각해보면, 1년 반 전에 우리가 출시한 모터사이클은 스포스터(883~1200cc급)의 파생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포티에잇(48)’(1950만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유럽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두 배나 더 잘 팔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젊은층이 구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여성용, 다세대(multi-generational)용, 다문화용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시장의 구체적인 수요를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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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로잔=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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