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14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난 3개월간의 한국과 EU 간 교역 추이가 양국 교역 전망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지 살펴보고, 아울러 이미 발효 후 4~7년이 지난 ASEAN, 칠레 등과의 FTA 경험이 EU 및 미국과의 FTA에 주는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한-EU 무역수지 악화, FTA 결과로 보기 어려워
7월은 한-EU FTA가 발효된 첫 달일 뿐 아니라 한국이 EU와의 교역에서 최초로 월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달이다. 8월에는 소폭의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지난 9월 역시 약 8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한-EU FTA가 상대 지역에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나쁜 FTA’일지 모른다”는 우려, 한발 더 나아가 “한미 FTA 역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의 교역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은 비관적 전망은 다소 섣부른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3개월간의 한-EU 간 교역 추이만을 떼어서 보면 EU에 대한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어 마치 한-EU FTA가 양자 간의 무역수지를 뒤바꿔놓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관찰 시점을 2010년까지 확대하고 EU뿐 아니라 전 세계와의 교역 변화를 함께 고려하면 사뭇 다른 움직임이 나타난다.
즉, 대(對)EU 수출증가율의 마이너스 전환은 2011년 6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그 원인도 FTA 체결 때문이라기보다는 1년 전인 2010년 6월과 7월의 대EU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42.1~42.2%나 늘어난 데 따른 부(負)의 기저효과와 올해 2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EU 경제상황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참고).
이 기간 대EU 수입은 전년 대비 기저효과뿐만 아니라 개별 품목 구성 면에서도 특이점을 보여준다. 7월과 8월 두 달간 수입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품목들을 살펴보면 항공기와 무기류(MTI 3단위 기준)가 1~2위를 기록했다. 항공기는 7~8월 두 달 동안 2010년 전체 수입액의 배가 넘는 금액의 수입이 이뤄졌으며, 무기류 역시 두 달간의 수입액이 2010년 전체 수입액을 넘어섰다( 참고).
따라서 지난 3개월간 한-EU 간 수출입에서 나타난 움직임은 일상적이고 중장기적인 구조변화의 시작이라기보다는 다소 예외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EU FTA가 앞으로 어떤 경로를 밟아갈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의 교역 결과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2004년과 2007년에 우리와 먼저 FTA를 체결한 칠레 및 ASEAN의 사례에 관심을 둘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