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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거짓말쟁이 해답은 불교에 있다”

‘불교 자본주의’ 신봉자 윤성식 교수

“경제학은 거짓말쟁이 해답은 불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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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거짓말쟁이 해답은 불교에 있다”

아이패드.

“동국대 대학원에 다니면서 개인시간을 모두 반납하고 내가 익힌 기존 학문과 불교를 융합하는 공부를 했습니다.”

중국에는 오래된 동아시아 학문과 서구에서 수입한 학문을 융합해 연구하는 정치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 행정학자가 적지 않다. 한국에선 비슷한 시도가 별로 없다. 궤도를 벗어나면 학계에서 괴짜로 몰리기 십상이다.

“과거엔 자유시장주의자였지만 경제학이 말하는 시장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이기심과 탐욕을 마음껏 발휘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카를 폴라니가 설파한 대로 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이라는 것은 책상머리에서 숫자로 만들어낸 환상일 뿐입니다. 인류학, 역사학, 심리학의 성취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어요.”

카를 폴라니(1886~1964)는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면서 인류학자다. 경제학의 마이너리티이던 그가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그는 참혹한 실패로 끝난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그렇듯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자기조정 시장 또한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일 뿐이라고 본다(카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참조).

학자, 정치인, 언론의 거짓말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보는 그의 관점은 제도주의자인 장하준, 폴라니의 그것과 엇비슷하다.

“3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쳤습니다. 정부가 손을 떼면 강자만의 시장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시장의 자유는 강자의 자유이기 쉬워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합니다. 시장권력이 그렇죠. 시장권력이 정치권력과 결합해 무소불위가 되고 있습니다. 권력자인 기업이 학자, 정치인, 언론과 합작으로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면서 사람을 속여온 형국입니다. 시장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을 칼로 쪼개듯 구분해서는 안 됩니다. 시장의 영역과 정부의 영역을 나눠놓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출발부터 잘못돼 있는 거죠. 정부가 하는 일과 시장이 하는 일을 일도양단(一刀兩斷)할 수 있습니까.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기세가 다소 꺾였지만 시장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견해를 포기했다기보다는 시장에 일부 거품이 존재했다는 것만 인정할 뿐입니다. 과거 역사를 볼 때 시장에 대한 맹신은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용수철처럼 되살아날 거예요.”

▼ 비판만 하는 것은 쉬운 일 아닌가요. 폴라니도 대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공동체주의를 연상케 하는 막연한 견해를 밝히기는 했지만…. 뭘 어떻게 바꾸자, 이렇게 해보자 같은 또렷한 의견은 없더군요.

“장하준 교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불교에 답이 있습니다.”

▼ 불교와 자본주의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입니다만….

“기독교로 경제를 들여다본 막스 베버의 주장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잖아요. 불교자본주의라는 용어가 생뚱맞게 보일 수 있어요. 불교는 경제와 거리가 멀다 생각하기 쉽죠. 불교는 이슬람교, 기독교보다 자본주의에 더욱 친화적이에요. 출발할 때부터 시장과 자본에 우호적이었고 재물에 긍정적이었습니다. 법정 스님이 말한 무소유는 출가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에요. 기독교, 이슬람교는 이자 받는 것을 금기했습니다. 불교는 이자를 받으라고 가르쳐요. 불교는 적극적이고 현실 지향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말허리를 잘랐다.

▼ 불교자본주의라는 게 도대체 뭡니까.

“불교자본주의는 연기자본주의예요. 시장과 사유재산 제도를 인정하고 적극 활용하지만 시장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자본주의입니다. 시장친화적이지만 시장의 결함과 파괴성에 주목합니다.”

아리송하다. 갤럭시탭으로 용어부터 검색해봤다.

[연기사상 : 삼라만상 중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서로 관계를 가지면서 존재한다]

그가 덧붙여 말한다.

“시장자본주의가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늘린 것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기심, 탐욕을 더욱 부추겨야 좋은 세상이 될까요? 이기심과 탐욕을 버리면 경기가 후퇴할까요? 이기심을 발휘하고 탐욕을 부려야 돈을 번다고 가르치는 게 시장주의 경제학입니다. 불교자본주의는 이기심, 탐욕을 버리라고 가르칩니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고 소비자도 효용을 극대화해서는 안 됩니다. 시장은 가만히 놔두면 무한경쟁, 승자독식, 이익독점, 불법, 탈법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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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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