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10일 론칭한 LG전자의 고화질 LTE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
11월3일 LG전자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LG전자의 유상증자 발표로 11월3일 하루에만 주가가 13.73% 떨어졌다. 이에 앞서 10월 중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LG전자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한 등급 강등했고, 무디스도 LG전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다. LG전자 3분기 실적에서 TV 부문인 홈엔터테인먼트(HE·1011억원),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맡은 홈어플라이언스(HA·701억원), 에어컨 등 에어컨에너지솔루션(AE·14억원) 부문에서는 흑자를 냈지만,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가 138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 MC 부문은 2010년 2분기 이후 여섯 분기 연속 적자다.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는 6위, 점유율 5.6%에 머물렀다. 애플(18.5%)에 삼성전자(17.5%)가 1%포인트 차로 따라붙고, 노키아(15.2%), RIM(11.4%), HTC(11%)가 그 뒤를 이었다. 2010년 1월 “2012년 세계 2위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던 LG전자, 왜 이런 위기를 맞은 걸까?
▶제조업·기술 경시, 스마트폰 초기대응 늦어져
2007년 1월 LG전자 CEO로 취임한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은 “대표적인 제조회사인 LG전자를 ‘세계 최고의 마케팅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품개발(R·D)보다 마케팅, 디자인에 방점을 찍었다. 인력을 재배치했고 30~40대 젊은 마케터와 외국인을 과감히 채용했다.
자연히 R·D는 소홀해졌다. 한 애널리스트는 “2008년 LG전자의 영업이익이 높았던 이유는 R·D 인력 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임원진은 단기성과를 중시하면서 불필요한 투자를 하지 말자는 쪽이었다. 투자 대비 이익을 최대화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LG전자 사업전략은 ‘좀 더 편리한 UI(사용자환경)’를 만드는 데 집중됐다. 모토로라가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폰 ‘모터로이’를 내놓고, 삼성이 바다 등 자체 OS를 만들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두 트랙 전략’을 구상할 때, LG전자는 ‘피처폰 화질 개선’에 집중했다.
2007년 LG전자가 경영 컨설팅을 의뢰한 모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 ‘고품질(high-end) 피처폰’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 역시 장기적으로 LG전자에 득이 되지 못했다. 2007년 6월 애플이 아이폰을 최초 출시한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조금씩 확대됐다.
2009년 하반기 LG전자는 아레나폰, 초콜릿 투 등 ‘하이엔드 피처폰’을 출시했다. 이 제품에 대해 전 LG전자 개발자는 “스마트폰도 피처폰도 아닌 괴물”이라고 평했다. 아레나폰은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없었고 GPS 기능도 안 됐다. 그러면서 70만원 이상 고가에 판매됐다. 그 개발자는 “내가 보기에도 ‘아니다’ 싶은 제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해 11월 애플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면서 아레나폰 등은 바로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현 유럽 경제위기를 빗대 LG전자 휴대전화의 위기를 설명했다. 금융, 서비스, 마케팅 위주의 산업을 키워온 유럽 국가 대부분이 극심한 경제 위기에 휩싸였지만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마케팅 등에 치중해 제조업을 등한시하던 LG전자의 ‘유산’은 지금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