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원 연봉을 제한하고 팀 주도 채용을 실시하는 홀푸드마켓.
“진행자님, 저희 부장님께 OOO의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 신청합니다. 그리고 저만 계속 쳐다보시지 말아달라고 해주세요. 딴 짓을 못하겠어요. ^^;;”
애교 섞인 신청 사연을 소개한 진행자가 덧붙인 그 다음 멘트가 더 재미있다.
“네. 신청하신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부장님들의 역할이 그런 거 아닌가요? 직원들 감시하는 거… 하하하.”
그렇다. 회사에서 직원들은 상사에게서 감시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다른 곳에서는 성인으로 대접받으면서 유독 기업에서만 미성년자로 대우받는데, 이를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왜 그럴까? 조직의 업무를 세분화해 사람들에게 할당하고 그 일을 규정대로 수행토록 감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조직운영 방식이라는 게 20세기 초반 프레드릭 테일러(Fredrick W. Tayor)의 과학적 관리 이래로 조직 운영에 관한 경영학의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의 업무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전화나 메신저로 업무 협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 메일도 스마트폰으로 장소에 구애하지 않고 확인할 수 있으며, 근태나 일상 업무의 승인이나 경비 결제도 전산시스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도 전화 연락이 오기도 하고, 집 컴퓨터로 회사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회사 메일을 확인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일도 생긴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바일화의 진전에 따라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1년 365일 근무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그 결과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요즘 추세에 역행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직원들에게 주말은 주중의 5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직원의 건강과 조직 성공을 위해, 모바일 시대에 바람직한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일주일 내내 주말인 회사
모바일 시대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는 회사가 바로 셈코(Semco)다. 이 회사는 선박용 펌프 제조로부터 시작해 지금은 하이테크와 서비스 분야까지 진출한 브라질 기업이다. 1994년 연매출 3500만달러에서 2003년 2억1200만달러로 고속 성장을 이뤘고, 지금도 매년 3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샐러리맨의 천국으로 세간에 큰 화제가 되었던 ‘일본 미라이공업의 브라질판’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셈코는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 으스스한 일요일에 일을 하고, 화창한 월요일에는 해변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셈코 계열사 중 재고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인 RGIS사 최고경영자 마르시오 바토니는, 화요일 오후면 늘 부인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간다. 자식들이 크는 동안 한 번도 학교에 가보지 못했던 화물 배송 담당직원 안토니오 산토스는 최근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손녀딸을 데리러 학교에 갈 수 있다.
셈코의 퇴직 프로그램(Retire-a-Little)도 이름처럼 재미있는 제도다. 사람의 체력은 20대와 30대가 정점인 반면, 60세 전후가 되면 급격하게 저하된다. 반면 경제적 능력과 시간은 50~60세 무렵으로 갈수록 많아지고 20대와 30대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건강할 때는 시간과 돈이 부족하고, 시간과 돈에 여유가 생길 때에는 체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 셈코는 일주일 중 한나절 정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퇴직시간을 미리 구매해서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수입은 다소 줄지만 직원은 회사와 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셈코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근무시간에 맞춰 급여를 스스로 정하고, 심지어 사장도 시니어 멤버가 돌아가며 맡는다. 그럼에도 회사는 한마디로 말해 잘 돌아간다.
이런 독특한 경영 방식을 도입한 것은 리카도 세믈러(Ricardo Semler)가 1980년 회사 경영을 맡으면서부터다. 리카도는 하버드대학 MBA를 마치고 도산 직전의 회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미라이공업의 야다마 아키오 사장과 리카도 세믈러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버지의 사업체에 합류하기 전에 야마다 사장은 연극에, 리카도는 로큰롤에 미쳤다는 사실이다. 연극에 미쳐 아버지 회사에서 쫓겨난 야마다 사장은 “내가 경영자로서 배워야 할 것은 연극에서 모두 배웠다”고 했다. 막이 오르고 나면 연극은 배우에게 모두 맡겨야 한다는 것.
샐러리맨의 천국이자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넘치는 고성장 기업의 경영자로서, 두 사람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마다 사장은 “사람에게는 채찍이 필요 없으며, 당근만 있으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인간은 말이나 소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리카도 역시 “인간은 선하고 책임감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마감이 급하다는 걸 뻔히 아는 기자가 한가하게 영화 관람을 할까? 배우가 막이 올라가길 기다리는 관객을 내버려두고 딴 짓을 할까? 어두운 터널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승객을 두고 전철 기관사가 손녀딸을 데리러 학교에 갈까?”라고 반문한다.
이런 회사를 보면서 “과연 그런 실험적인 경영 방식이 얼마나 오래갈까?”하는 의심도 든다. 이런 물음에 해답을 제공해주는 회사가 있다. 바로 고어(W.L. Gore · associates)사다. 고어사는 이처럼 남다른 독특한 경영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지 이미 50년이 넘은 회사다.